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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2 Ha Long Bay (2)
  2. 2009/01/22 Saigong & Hanoi

Ha Long Bay

하롱베이는 베트남 북부에 있는 만으로 1,600개의 크고 작은 섬 및 석회암 기둥 등을 포함하고 있는 넓이 1,500㎢에 이르는 만으로 험준한 자연조건으로 인해 사람이 살지 않는 천연 지역이다.
바다의 계림이라고도 불리며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베트남 제 1의 관광지다.
1994년 그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 가운데 자연공원으로 등록되었다.

'하(Ha)'는 '내려온다', '롱(Long)'은 '용'이라는 뜻으로, '하롱'이란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라는 의미이다.
'하롱'이라는 지명은 바다 건너에서 쳐들어온 침략자를 막기 위해 하늘에서 용이 이곳으로 내려와 입에서 보석과 구슬을 내뿜자, 그 보석과 구슬들이 바다로 떨어지면서 갖가지 모양의 기암(奇岩)이 되어 침략자를 물리쳤다고 하는 전설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하롱베이는 하노이에서 약 4시간 거리에 있어서 하노이 시내의 여행사에서 하롱베이로 다녀오는 투어상품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
큰 관광버스를 이용해 오가며 바다 위에서 3~4시간의 크루징을 하는 당일치기 상품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크보트 위에서 1박 혹은 2박을 하는 크루징 상품을 권한다.
투어의 상품이 워낙에 저렴하고 1박 상품과 2박 상품간에 가격차이가 적어 시간에 여유만 있으면 대부분이 2박3일 상품을 선택한다.
투어에는 교통편과 2박3일간의 식사와 숙박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가격은 $35 수준이다.
당일치기 투어의 경우는 $15정도 한다.


하노이 시내에는 많은 현지여행사들이 있는데 많은 여행사들이 직접 투어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재판매를 하고 있다.
이런 경우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있는데 같은 배에 타고 있어도 투어비용이 4~5배까지 차이가 난다.
나는 가이드 책자를 통해 미리 가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지는 않았지만 용케 더 싸게 투어에 참가한 사람도 있었고 나보다 3배 정도의 가격에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역시 동남아는 신용할 수 없는 동네다.

아침 8시 숙소로 픽업이 왔다. 12인승 승합차를 이용해 하롱베이까지 이동하는 것이다.
중간에 휴게소에 한 번 들르는데 거의 모든 투어 차량이 이 휴게소에 정차하는 것 같았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투어차량이 주차장에 꽉 들어찬 모습이 조금은 우습기도 하다.



하롱베이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오후1시가 다 되어서였다.
거기서 다시 배로 인원 분배가 이루어졌다. 같은 차량으로 이동했다고 같은 배에 타는 것이 아니었다.
배를 배정 받고 난 다음에도 두 그룹으로 나뉜다.
2박3일 일정은 하루는 정크보트에서 자고 하루는 Cat ba섬에서 자는데 첫 날 배에서 자는 사람과 다음 날 배에서 자는 사람의 그룹으로 나뉘는 것이다.
일정이 첫 날 배에서 자는 것이 시간의 손실이 적으므로 투어에 계약할 때 부터 첫날 배에서 자는 그룹에 넣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배에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배에서 또 싸워야 할 경우도 생긴다.
내가 탄 배에서는 어이 없게도 함께 참가한 커플이 서로 다른 그룹으로 배정되어 생이별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배에 오르자마자 점심식사부터 시작했다.
식사는 서너가지의 반찬과 수프, 밥으로 제공되는데 맛과 양 모두 만족스럽다.
크루징하는 동안에는 모든 시간을 2층의 식당에서 보내는데 사방이 창으로 되어있어 바깥을 구경하기 좋다.





한 시간 정도를 달리자 배는 종류동굴에 다다랐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섬들에는 종유동굴이 있는 곳이 많다.
수억년의 세월에 걸쳐 석회를 머금은 물은 천정으로부터 종유석을 흘려 내려보내고 바닥에서는 석순을 쌓아올렸다.
동굴 내부는 의외로 크다. 지금까지 봐온 종류석보다 훨씬 큰 종류석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조명의 색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더 멋있었을텐데 색을 너무 알록달록하게 많이 사용해서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진다.

















겨울의 하롱베이는 무척 춥다. 가끔 입김이 보일 정도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낀데다 가끔 비까지 내리니 스산하다.
하긴 푸른하늘 아래 시원하게 드러난 하롱베이보다는 안개속에 잠겨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하롱베이에 더 어울릴 것 같긴 하다.















배는 세시간 정도를 달려 우리 그룹을 Cat ba섬에 내려줬다.
바로 숙소로 이동하여 방을 배정 받았고 이후는 자유시간이다.
근처의 조그만 무인도로 가는 옵션투어가 있지만 이 추운 겨울에 해변에서 해수욕을 할 것도 아니라서 그냥 숙소에 머물렀다.
나중에 다녀온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그만 쪽배로 다녀오는데 배가 흔들려서 고생했단 말 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름에 가벼운 차림으로 가서 해수욕을 할 거라면 한 번쯤 가볼만 할 것 같다.

저녁식사때 핀란드에서 혼자 여행을 와 나와 룸메이트가 된 친구가 함께 맥주 한 잔 하러가면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베트남에서는 생맥주를 500cc 한잔에 1000원도 안하는 가격으로 마실 수 있는 가게가 많다. 이 섬에도 그런 가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그룹 15명 중 7명이 함께 술판을 벌였다. 저렴한 가격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술자리의 안주는 투어사의 무성의함과 부실함에 대한 성토. 모두들 불만이 많은지 한마디씩 던진다.
그러나 나는 이미 중남미 여행 2개월, 아프리카 여행 1개월, 인도와 동남아 여행 3개월만에 이 가격에 이 정도 서비스는 양호한 편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여행은 좋은 것이다. 까칠한 나 같은 성격도 느긋하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내가 겪은 투어중에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이야기 해주니 세상에 그럴 수 있냐며 놀란다.
1년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겪은 일 중 액기스만 뽑아 이야기 해주니 지금의 불만은 큰 불만도 아닌게 되어버린다.
이제 내 여행도 이틀 남았다.







다음날엔 아침부터 산에 오른다.
물론 가기 싫은 사람은 숙소에서 쉬어도 되는데 굽 있는 구두를 신고도 끝까지 따라오는 아가씨가 있다.
산은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비가 와서 길이 질척이는데다 나 외에는 평소에 산을 타본 경험이 별로 없어 모두들 고생을 좀 했다.

점심 나절이 되어서 우리 그룹은 배에 오르고 앞선 그룹은 섬에 내렸다.
배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게 좋은데 할 것도 없는 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롱베이 안에는 20∼30가구가 모여 사는 해상 마을이 5개 있다.
작은 바위에 밧줄로 묶어놓은 해상 가옥들이 파도 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의 바위 사이에 떠 있다.
둘쨋날 오후에는 이 해상 가옥 마을에 들러서 카야킹을 했다.
두텁게 옷을 입고 노을 저으려니 불편하고 옷이 젖을까봐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열심히 노를 저으면 좀 더 많이 볼 수 있을텐데 시간의 제약도 있어서 근처만 가볍게 둘러보고 말았다.
아무래도 하롱베이는 여름에 찾는 쪽이 나을 것 같다.



정크보트에서 보내는 이튿날 밤이 왔다.
하롱베이의 바다는 물결도 거의 없이 잔잔하다.
많은 정크보트들이 여기저기 촘촘히 계류하여 바로 이웃집 보듯 옆 보트가 보인다.
모두에게 바다 위에서 보내는 특별한 밤이 되겠지만 나에게는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특별한 밤도 순순히 지나가진 않는다 ^^;
온수는 전기 온수기로 공급이 되는데 발전기를 1시간 정도만 돌리고 그 안에 샤워를 해야한다.
그런데 우리방 전기온수기에 전원이 연결되지 않은걸 모르고 '왜 이렇게 물이 안데워지지?' 하며 손 놓고 있다가 30분 정도를 손해 본 것이다.
덕분에 약간 미지근한 정도의 한기만 가신 물로 샤워를 해야했다.
밤에는 어찌나 춥던지 옷을 겹겹이 껴입고 담요를 덮고 잤지만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잤을때 만큼이나 춥다고 느껴졌다.

하롱베이 투어의 마지막 날이자 여행의 마지막날이 밝았다.
딱히 하롱베이가 신비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다도해랑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
그냥 여유를 즐기며 사진을 정리하다가 간간이 바깥을 구경한다.
인도 케랄라의 백워터 수로에서 크루징을 할때랑 비슷한 느낌이지만 지금은 춥다 -_-;







하노이로 돌아오자 오후 5시가 다 된 시간이다.
모두들 숙소로 돌아가지만 나는 공항으로 가야한다.
미리 예약해놓은 항공권을 찾으려 여행사에 들렀다가 바로 공항으로 가는 미니버스를 타러 갔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지만 갈길이 바빠 우산따위 쓰고 갈 여유가 없다. 그냥 비를 맞으며 걸어 간다.
공항 가는 버스를 탔지만 40분을 기다려서 손님들이 한 차를 채우자 그제서야 출발한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온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길이 막혀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국제선을 탈 때 보통 2시간 전에는 체크인을 하는데 벌써 출발 한시간 반 전이다.
6개월쯤 전의 나라면 이쯤 되면 똥줄이 타고 안절부절 못했을텐데 이젠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출발 50분 전. 서둘러 카운터를 찾으니 대기하는 손님이 없어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능숙하게 검색을 마치고는 여권에 이번 여행에서의 마지막 출국 스탬프를 받고 게이트 앞에 앉았다.
정작 움직인 시간은 얼마되지 않지만 3시간을 긴장속에서 보내야했다.
그러나 이것도 마지막이라 생각해서인지 그동안 익숙해져서인지 여유가 있다.

우리나라 공항은 출국심사 전에 검색을 마치지만 많은 공항들이 탑승 게이트에서 검색을 한다.
방콕 국제공항도 이런 시스템이다.
게이트의 검색대에서 기다리다 보면 비행기가 곧 출발한다며 늦었으니 먼저 들어가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방콕 국제공항의 외국인 관광객중 가장 많은 국적은 아마도 한국인일 것이다.
아울러 이렇게 늦는 사람들중 가장 높은 비율도 한국인일 것이다.
게이트 검색 시스템에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출국심사를 마쳤으니 바로 비행기에 탑승하는 줄 알고 탑승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와도 면세쇼핑을 즐기다 늦는 것이다.
그러나 공항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얄짤없다. 무조건 순서를 지켜야 한다.
그러다보니 라스트 콜도 많이 들리고, 이렇게 늦는 승객들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늦는 승객의 짐을 내려버리고 비행기가 떠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내 마지막 비행 방콕-부산 비행기에서 모두 겪은 일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왜 이래? 아마츄어같이?'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어느새 나도 여행의 달인이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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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gong & Hanoi

베트남도 남북 분단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남쪽과 북쪽 각각의 수도가 있었으니 바로 남쪽의 사이공-호치민시티-와 북쪽의 하노이다.
겨울의 두 도시는 기후만큼이나 많이 다르다.



호치민시티는 17세기 후반 중국 국경지대에서 남하해 온 베트남인에 의하여 개척이 시작되었다.
당시는 작은 촌락으로 습지가 많았으나, 프랑스인들이 점령한 후 이곳에 배수시설을 설치하여 전형적인 식민도시로 만들었다.
1908년 시(市)로 승격된 뒤부터 급속히 발전하였으며, 프랑스풍의 관청을 비롯하여 많은 건물이 건축되었다.
1954년 베트남이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남베트남(월남)의 수도가 되었으며 인구도 급격히 증가했다.
1975년 북베트남(월맹)이 월남을 통일할 때까지는 사이공(Saigon)이라고 불렀으나, 1976년 주변의 위성도시를 병합하여 호치민특별시로 개칭하였다.
호치민은 프랑스의 식민지 도시로서 발달했기 때문에 역사적인 사적은 거의 없으나, 북동쪽의 식물원에서 남서쪽의 옛 대통령관저에 이르는 부근은 도로가 반듯하게 교차하며, 푸른 가로수가 늘어선 아름다운 풍치로 ‘동양의 파리’라고 하였다.
베트남의 공식적인 수도는 하노이지만 실질적으로 호치민에 나라 정치·경제의 중추적 기능이 집중되어 있고 개발도 가장 활발하다.



호치민의 대중교통으로 인기 있는것은 오토바이택시다.
버스망을 확충해서 곳곳을 다니지만 사람들은 오토바이택시를 선호하여 버스는 여유있다.

대도시가 딱히 여행하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많은 편의시설들이 갖춰져 있어 여행중 쉬어가기에는 좋다.
천천히 도심을 걸어다니며 구경도하고 여행 막바지라 약간의 기념품 쇼핑도 했지만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
그냥 맛있는 음식이나 찾아 다니고, 카페에 앉아 사진이나 여행기 작업을 하다가 또 식사시간이 되면 식당을 찾아 나서는 여유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려면 길거리 곳곳에 있는 쌀국수집에서 국수 한그릇으로 때우고, 그도 귀찮으면 노점에서 썰어 파는 과일과 맥주나 사서 호텔에서 TV나 보다가 잠이 들었다.
그래도 저녁 한끼 정도는 잘 먹어줘야 한다.











론리플래닛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식당을 찾았다.
가게는 은은한 조명과 충분히 거리를 둔 테이블 덕분에 여유롭고 고즈넉한 분위기다.
여러명이서 식당을 찾았다면 요리를 시켜서 나눠 먹을텐데 혼자서는 양도, 값도 부담스럽다.
세트 메뉴와 음료까지 주문하니 우리 돈으로 얼추 1만원 정도 된다.
물가 싼 베트남에서 웬 호강이냐라고 하겠지만 베트남이 물가가 저렴한 편이긴 해도 대도시의 물가는 딱히 저렴한 편도 아니다.
그래도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좋은 서비스 받아가며 맛있는 요리를 먹었으니 된거 아닌가?
우리나라의 베트남 식당에서 이렇게 먹었다면 몇 배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현지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먹는게 낫지,베트남까지 가서 꼭 한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비싸게 먹는건 뭔가?
그렇게 먹으면 1인당 1만원은 훌쩍 넘길텐데...
베트남에서 2~3년 살면서 향수가 생겨 그렇다면 또 모르지만 일주일짜리 관광 와서도 꼭 비싼 한국 요리를 찾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한번쯤 비싼 식당에서 식사를 했으면 저렴한 식사를 해서 균형을 맞출 필요도 있는 법.
시장 근처에는 야시장이 들어서 수많은 노점식당이 들어선다. 메뉴는 다 거기서 거기고 가격도 엇비슷하다.
인도와 동남아 여행을 거의 3개월 하면서 몸에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하나 보다. 조금만 잘못먹어도 배탈이 난다.
그래서 이런 노점음식이 꺼려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곳이 입과 주머니는 즐겁다.



볶음밥이랑 요리랑 음료까지 푸짐하게 시켜도 3000원도 안한다.
우리나라는 춘권을 거의 대부분 튀겨서 먹지만 이곳에는 튀기지 않고 쌀포에 신선한 재료를 싸서 어장에 찍어먹는 춘권도 많이 먹는다.
그러나 이 생춘권(fresh spring roll)은 전세계 음식을 섭렵하여 웬만한 맛에는 거부감이 없는 필자에게도 다소 힘든 음식이었다. ^^;
그래서 다음부터는 꼭 튀긴 춘권을 찾는다.

베트남은 꽤 많은 양의 커피를 생산하는 커피산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베트남의 커피는 대부분이 대량생산을 위해 질을 낮춘 로부스타종이다.
그래서 쓴맛이 강한 편이라 연유와 설탕을 추가하여 많이 마신다.
대개 커피에는 크림을 첨가하지만 날씨가 더운 베트남에서는 크림이 변질되기 쉬워 대신 연유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가지 좋지 않은 여건으로 인해 만들어진 베트남커피도 그 독특함으로 인해 많이 알려진 편인데, 이것을 베트남 커피가 좋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베트남 커피가 맛있다며 커피도구와 베트남 원두를 사들고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후에 그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베트남에서 먹은 그 맛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하다. 베트남 커피는 저급원두이기 때문이다. 커피맛은 원두의 질이 7~80%를 지배한다.
그들이 맛있다고 느낀 것은, 현지에서 갓 볶은 커피의 풍미가 좀 더 맛을 좋게 한 영향도 있겠지만 절반 이상은 여행에서의 들뜬 기분이 착각을 가져다 준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런 후진 커피문화조차도 동경하고 신기해하는 우리나라의 커피문화는 얼마나 후진적인가 하는 것이다.
오로지 당분과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하루에도 4~5개의 커피믹스를 소비하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겐 에스프레소 샷에 비해 우유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스타벅스조차도  훌륭한 커피이니...
우리나라에서 4~5000원하는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2000원도 안하는 가격으로 더 맛있는 것으로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그건 버려두고 우리나라보다 비싸면서도 특별히 더 맛있을 것도 없는 아이스크림에만 목 매달고 있다.
여행도 뭘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베트남을 여행하는 배낭여행객들은 대부분이 버스를 이용한다.
베트남 남부에서 북부까지 2박3일의 거리를 버스로 이동하는데 이 버스의 특징은 Hop-up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하는 곳에서 내려 여행을 즐기다가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고 계속 이동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덕분에 여행객들은 베트남 곳곳을 다닐 수 있고, 현지인들은 더 많은 곳을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행 막판에 더 이상 새로울 것도, 흥미로울 것도 없고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진 필자는 비행기로 호치민에서 하노이로 바로 넘어가는 길을 택했다.

베트남항공 파일럿의 조종실력은 가히 환상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보잉 777기로도 기류속에서 춤을 추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항공의 조종실력은 베트남 항공에 하노이-부산 직항이 있음에도, 타이항공이 조금 더 비쌈에도 불구하고 타이항공을 이용해 돌아오는 비행편을 예약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50분 비행동안 그 큰 비행기로 이렇게 흔들어 제끼면 더 작은 비행기로 3시간짜리 비행을 하는 동안 어떻게 될지 생각하기도 싫다.

호치민의 무덥고 습한 기온에 익숙해져 반팔 티셔츠 하나를 입고 위에 방풍자켓 하나만을 걸치고는 비행기에 올라탔는데 하노이 공항은 무척 서늘하다.
에어콘을 너무 세게 틀었나 하고 생각했는데 겨울 하노이의 기온 자체가 10도에 가깝게 낮은 것이었다.
이렇게 기후에서 보이는 차이만큼 하노이는 호치민과 다른 분위기다.

하노이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도시로, 베트남 북부를 지배한 중국의 역대 왕조는 이곳에 도독(都督)을 두었다.
베트남의 여러 왕조와, 19세기 후반부터 인도차이나를 지배하였던 프랑스도 하노이를 수도로 하였고, 1940∼1945년에 인도차이나를 점령한 일본군도 하노이를 본거지로 삼았다.
1945년 9월 식민지 지배를 벗어난 베트남은 독립을 선언하고 역시 하노이를 수도로 정하였으나, 1954년 제네바협정에 의하여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된 뒤부터는 공산베트남의 본거지가 되었다.
1976년 베트남 전역이 공산화된 후에는 통일베트남의 수도가 되었다.

하노이 시가지는 왕조시대부터의 구시가지와, 프랑스 식민지시대에 건설된 신시가지로 이루어진다.
구시는 30개의 탑문과 성벽으로 둘려 있었는데 지금은 약간의 유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신시는 작은 파리로 불릴 만큼 프랑스식 근대건축물이 있고 현재는 정부 기관·국립극장·시립극장·호텔·박물관·종합대학 등이 있으며 구시와의 사이에 호안키엠[還劒] 호수 등의 관광지가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 숙소와 식당 등은 호안키엠 호수 근처에 밀집해 있다.
하노이는 하롱베이로 가기 위해 들른 것일 뿐이라 굳이 애쓰며 돌아다니진 않았다.
대신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기념품을 사기 위해 조금 돌아다녔는데 개발이 많이 되었고 현재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호치민에 비하면 아직 오래된 건물들이 많고 대체로 낡은 느낌이다.
구시가의 느낌은 중국권의 느낌이 물씬 난다.
설-구정-이 가까워져 그런지 상점엔 빨간 등과 같은 장식품이 많이 내걸려있다.



맛있는 음식을 찾기 위해 식당을 굳이 찾지 않았다.
책에 안내된 식당들은 가격이 훌쩍 올라버렸고 고급레스토랑처럼 되어버려 매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현지인 식당을 위주로 찾았는데 맛을 보니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에서 방문하는 마지막 도시가 이렇게 시시하니 좀 맥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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