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 Long Bay
하롱베이는 베트남 북부에 있는 만으로 1,600개의 크고 작은 섬 및 석회암 기둥 등을 포함하고 있는 넓이 1,500㎢에 이르는 만으로 험준한 자연조건으로 인해 사람이 살지 않는 천연 지역이다.
바다의 계림이라고도 불리며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베트남 제 1의 관광지다.
1994년 그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 가운데 자연공원으로 등록되었다.
'하(Ha)'는 '내려온다', '롱(Long)'은 '용'이라는 뜻으로, '하롱'이란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라는 의미이다.
'하롱'이라는 지명은 바다 건너에서 쳐들어온 침략자를 막기 위해 하늘에서 용이 이곳으로 내려와 입에서 보석과 구슬을 내뿜자, 그 보석과 구슬들이 바다로 떨어지면서 갖가지 모양의 기암(奇岩)이 되어 침략자를 물리쳤다고 하는 전설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하롱베이는 하노이에서 약 4시간 거리에 있어서 하노이 시내의 여행사에서 하롱베이로 다녀오는 투어상품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
큰 관광버스를 이용해 오가며 바다 위에서 3~4시간의 크루징을 하는 당일치기 상품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크보트 위에서 1박 혹은 2박을 하는 크루징 상품을 권한다.
투어의 상품이 워낙에 저렴하고 1박 상품과 2박 상품간에 가격차이가 적어 시간에 여유만 있으면 대부분이 2박3일 상품을 선택한다.
투어에는 교통편과 2박3일간의 식사와 숙박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가격은 $35 수준이다.
당일치기 투어의 경우는 $15정도 한다.
하노이 시내에는 많은 현지여행사들이 있는데 많은 여행사들이 직접 투어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재판매를 하고 있다.
이런 경우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있는데 같은 배에 타고 있어도 투어비용이 4~5배까지 차이가 난다.
나는 가이드 책자를 통해 미리 가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지는 않았지만 용케 더 싸게 투어에 참가한 사람도 있었고 나보다 3배 정도의 가격에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역시 동남아는 신용할 수 없는 동네다.
아침 8시 숙소로 픽업이 왔다. 12인승 승합차를 이용해 하롱베이까지 이동하는 것이다.
중간에 휴게소에 한 번 들르는데 거의 모든 투어 차량이 이 휴게소에 정차하는 것 같았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투어차량이 주차장에 꽉 들어찬 모습이 조금은 우습기도 하다.

하롱베이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오후1시가 다 되어서였다.
거기서 다시 배로 인원 분배가 이루어졌다. 같은 차량으로 이동했다고 같은 배에 타는 것이 아니었다.
배를 배정 받고 난 다음에도 두 그룹으로 나뉜다.
2박3일 일정은 하루는 정크보트에서 자고 하루는 Cat ba섬에서 자는데 첫 날 배에서 자는 사람과 다음 날 배에서 자는 사람의 그룹으로 나뉘는 것이다.
일정이 첫 날 배에서 자는 것이 시간의 손실이 적으므로 투어에 계약할 때 부터 첫날 배에서 자는 그룹에 넣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배에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배에서 또 싸워야 할 경우도 생긴다.
내가 탄 배에서는 어이 없게도 함께 참가한 커플이 서로 다른 그룹으로 배정되어 생이별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배에 오르자마자 점심식사부터 시작했다.
식사는 서너가지의 반찬과 수프, 밥으로 제공되는데 맛과 양 모두 만족스럽다.
크루징하는 동안에는 모든 시간을 2층의 식당에서 보내는데 사방이 창으로 되어있어 바깥을 구경하기 좋다.

한 시간 정도를 달리자 배는 종류동굴에 다다랐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섬들에는 종유동굴이 있는 곳이 많다.
수억년의 세월에 걸쳐 석회를 머금은 물은 천정으로부터 종유석을 흘려 내려보내고 바닥에서는 석순을 쌓아올렸다.
동굴 내부는 의외로 크다. 지금까지 봐온 종류석보다 훨씬 큰 종류석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조명의 색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더 멋있었을텐데 색을 너무 알록달록하게 많이 사용해서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진다.

겨울의 하롱베이는 무척 춥다. 가끔 입김이 보일 정도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낀데다 가끔 비까지 내리니 스산하다.
하긴 푸른하늘 아래 시원하게 드러난 하롱베이보다는 안개속에 잠겨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하롱베이에 더 어울릴 것 같긴 하다.

배는 세시간 정도를 달려 우리 그룹을 Cat ba섬에 내려줬다.
바로 숙소로 이동하여 방을 배정 받았고 이후는 자유시간이다.
근처의 조그만 무인도로 가는 옵션투어가 있지만 이 추운 겨울에 해변에서 해수욕을 할 것도 아니라서 그냥 숙소에 머물렀다.
나중에 다녀온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그만 쪽배로 다녀오는데 배가 흔들려서 고생했단 말 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름에 가벼운 차림으로 가서 해수욕을 할 거라면 한 번쯤 가볼만 할 것 같다.
저녁식사때 핀란드에서 혼자 여행을 와 나와 룸메이트가 된 친구가 함께 맥주 한 잔 하러가면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베트남에서는 생맥주를 500cc 한잔에 1000원도 안하는 가격으로 마실 수 있는 가게가 많다. 이 섬에도 그런 가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그룹 15명 중 7명이 함께 술판을 벌였다. 저렴한 가격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술자리의 안주는 투어사의 무성의함과 부실함에 대한 성토. 모두들 불만이 많은지 한마디씩 던진다.
그러나 나는 이미 중남미 여행 2개월, 아프리카 여행 1개월, 인도와 동남아 여행 3개월만에 이 가격에 이 정도 서비스는 양호한 편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여행은 좋은 것이다. 까칠한 나 같은 성격도 느긋하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내가 겪은 투어중에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이야기 해주니 세상에 그럴 수 있냐며 놀란다.
1년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겪은 일 중 액기스만 뽑아 이야기 해주니 지금의 불만은 큰 불만도 아닌게 되어버린다.
이제 내 여행도 이틀 남았다.

다음날엔 아침부터 산에 오른다.
물론 가기 싫은 사람은 숙소에서 쉬어도 되는데 굽 있는 구두를 신고도 끝까지 따라오는 아가씨가 있다.
산은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비가 와서 길이 질척이는데다 나 외에는 평소에 산을 타본 경험이 별로 없어 모두들 고생을 좀 했다.
점심 나절이 되어서 우리 그룹은 배에 오르고 앞선 그룹은 섬에 내렸다.
배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게 좋은데 할 것도 없는 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롱베이 안에는 20∼30가구가 모여 사는 해상 마을이 5개 있다.
작은 바위에 밧줄로 묶어놓은 해상 가옥들이 파도 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의 바위 사이에 떠 있다.
둘쨋날 오후에는 이 해상 가옥 마을에 들러서 카야킹을 했다.
두텁게 옷을 입고 노을 저으려니 불편하고 옷이 젖을까봐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열심히 노를 저으면 좀 더 많이 볼 수 있을텐데 시간의 제약도 있어서 근처만 가볍게 둘러보고 말았다.
아무래도 하롱베이는 여름에 찾는 쪽이 나을 것 같다.

정크보트에서 보내는 이튿날 밤이 왔다.
하롱베이의 바다는 물결도 거의 없이 잔잔하다.
많은 정크보트들이 여기저기 촘촘히 계류하여 바로 이웃집 보듯 옆 보트가 보인다.
모두에게 바다 위에서 보내는 특별한 밤이 되겠지만 나에게는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특별한 밤도 순순히 지나가진 않는다 ^^;
온수는 전기 온수기로 공급이 되는데 발전기를 1시간 정도만 돌리고 그 안에 샤워를 해야한다.
그런데 우리방 전기온수기에 전원이 연결되지 않은걸 모르고 '왜 이렇게 물이 안데워지지?' 하며 손 놓고 있다가 30분 정도를 손해 본 것이다.
덕분에 약간 미지근한 정도의 한기만 가신 물로 샤워를 해야했다.
밤에는 어찌나 춥던지 옷을 겹겹이 껴입고 담요를 덮고 잤지만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잤을때 만큼이나 춥다고 느껴졌다.
하롱베이 투어의 마지막 날이자 여행의 마지막날이 밝았다.
딱히 하롱베이가 신비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다도해랑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
그냥 여유를 즐기며 사진을 정리하다가 간간이 바깥을 구경한다.
인도 케랄라의 백워터 수로에서 크루징을 할때랑 비슷한 느낌이지만 지금은 춥다 -_-;
하노이로 돌아오자 오후 5시가 다 된 시간이다.
모두들 숙소로 돌아가지만 나는 공항으로 가야한다.
미리 예약해놓은 항공권을 찾으려 여행사에 들렀다가 바로 공항으로 가는 미니버스를 타러 갔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지만 갈길이 바빠 우산따위 쓰고 갈 여유가 없다. 그냥 비를 맞으며 걸어 간다.
공항 가는 버스를 탔지만 40분을 기다려서 손님들이 한 차를 채우자 그제서야 출발한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온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길이 막혀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국제선을 탈 때 보통 2시간 전에는 체크인을 하는데 벌써 출발 한시간 반 전이다.
6개월쯤 전의 나라면 이쯤 되면 똥줄이 타고 안절부절 못했을텐데 이젠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출발 50분 전. 서둘러 카운터를 찾으니 대기하는 손님이 없어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능숙하게 검색을 마치고는 여권에 이번 여행에서의 마지막 출국 스탬프를 받고 게이트 앞에 앉았다.
정작 움직인 시간은 얼마되지 않지만 3시간을 긴장속에서 보내야했다.
그러나 이것도 마지막이라 생각해서인지 그동안 익숙해져서인지 여유가 있다.
우리나라 공항은 출국심사 전에 검색을 마치지만 많은 공항들이 탑승 게이트에서 검색을 한다.
방콕 국제공항도 이런 시스템이다.
게이트의 검색대에서 기다리다 보면 비행기가 곧 출발한다며 늦었으니 먼저 들어가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방콕 국제공항의 외국인 관광객중 가장 많은 국적은 아마도 한국인일 것이다.
아울러 이렇게 늦는 사람들중 가장 높은 비율도 한국인일 것이다.
게이트 검색 시스템에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출국심사를 마쳤으니 바로 비행기에 탑승하는 줄 알고 탑승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와도 면세쇼핑을 즐기다 늦는 것이다.
그러나 공항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얄짤없다. 무조건 순서를 지켜야 한다.
그러다보니 라스트 콜도 많이 들리고, 이렇게 늦는 승객들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늦는 승객의 짐을 내려버리고 비행기가 떠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내 마지막 비행 방콕-부산 비행기에서 모두 겪은 일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왜 이래? 아마츄어같이?'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어느새 나도 여행의 달인이 된 모양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진이 좋네요.
지난번에 네이버 지식인에 남인도루트 문의했던 여행자입니다.
덕분에 인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혹시 중동아프리카에 대해 필요하신 정보가 있거나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도와드릴 수 있는한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
저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도움 청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