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America'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08/08/10 Banff (1)
  2. 2008/08/10 Lake Louise
  3. 2008/08/10 From Jasper to Banff
  4. 2008/08/10 Jasper
  5. 2008/08/10 Canadian rail way
  6. 2007/12/26 Grand Canyon (4)
  7. 2007/12/04 Alaska ferry
  8. 2007/12/03 Glacier bay national park
  9. 2007/12/03 Price William sound
  10. 2007/12/03 Mt. McKinly
  11. 2007/12/03 Fairbanks
  12. 2007/11/15 Alaskan railway
  13. 2007/10/26 Enjoying Denali NP
  14. 2007/10/26 Shuttle bus in Denali NP
  15. 2007/10/26 Denali national park

Banff

프린스루퍼트에서부터 시작된 캐나디언 로키 여행은 로키관광의 관문인 밴프에서 끝났다.
다른 사람들과는 반대방향으로 돌아 온 것.
밴프는 루이스호수에서 자동차로 빠르게는 35분, 길어도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루이스호수 주위를 트레킹 한 그날 저녁 바로 밴프로 이동하였다.
밴프 역시 재스퍼와 마찬가지로 높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지만 로키산맥 관광의 관문이라 그런지 무척 크고 번화한 도시다.



유스호스텔 위치 안내가 마치 버스 터미널에서부터 걸어서도 금방 도착할 것 처럼 설명되어 있길래 걸어서 갔는데 40분도 넘게 걸었다.
앞 뒤로 30kg의 무게를 짊어진 채 말이다. --;
프론트 직원도 걸어서 왔다고 하니 놀라는 표정이었다.
시내로부터 너무 멀어서 다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그날 하루는 접었다.

저녁나절엔 조용했던 유스호스텔이 시끄러워 진 것은 밤 10시가 지나서였다.
호스텔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10시면 유스호스텔은 lock out이 되어 출입이 금지된다.
그런데 10시가 넘어서 수십명의 한국 대학생들이 몰려든 것이다.
물론 미리 예약은 했겠지만 여행객들이 편하게 쉬기 위해 찾아 온 숙소에 취침시간이 다 되어 단체로 체크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서 어긋난다.

그들은 영어로 청년 탐방단이라 씌여진 단체복을 입고 있었으며 어느 기업이 후원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같았다.
막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캘거리로 내려 밴프로 바로 온 것이었다.
그들의 행태는 실로 세계최악의 추태였다.
한 밤중에 다른 여행객은 아랑곳 없이 이방 저방을 헤집고 다니며 자기 가방을 찾질 않나, 밤 9시 이후에 사용금지라고 엄연히 붙어있는 세탁기를 돌리질 않나-영어를 못 읽는거야?- 한국에서 싸온 반찬들을 정리하면서 강렬한 냄새를 피우질 않나...
시차 때문에 잠이 없는 모양인지 늦은 밤까지, 또 이른 새벽부터 소란을 피웠다.
참다참다 새벽 5시에 잠좀 자자고 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서야 내가 있던 방은 잠잠해졌고 나가서 뭐라 말을 했는지 전체적으로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지적 수준이 초딩 수준도 아니고...
이런 기본 소양 교육도 없이 애들을 내 보낸건가?
도무지 요즘은 성인이 되어도 철이 들지 않는다.
주최 의도는 외국에 나가서 뭔가를 배우겠다고 시작 한 것 같은데 그 보다도 국제적 망신이다.
안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 제대로 터져줬다.
외국 여행객들이 그 애들을 보고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겠는가?



밴프는 큰 도시지만 의외로 밴프만 보기엔 그다지 볼 것이 많지 않다.
정작 밴프에서 좀 나가야 볼거리들이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관광포인트를 물어보자 역시 첫번째로 물어 오는 것은 차가 있냐는 것이다.
없다고 하자 버스 노선표를 보며 갈만 한 곳을 찍어주었다.
그 중 맨 처음으로 찾은 곳은 밴프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설퍼산(Sulphur - 술퍼로 읽으면 대략난감).
곤돌라로 산 정상까지 금방 오를 수도 있고 걸어갈 수도 있지만 걸어서는 무척 힘이 들거라는 관광안내소 직원의 말에 바로 곤돌라로 향했다.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 호텔(Fairmont Banff spring hotel).
1888년 세워진 캐나디언 로키에서 가장 최고급 호텔이다.



약 7분간 곤돌라를 타고 해발 2281미터의 설퍼산 정상에 오르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색다른 캐나디언 로키를 만날 수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 바깥이 보이지 않게 가리고 있던 산들이 내려다보이고 구름마저 아래로 보인다.



곤돌라 승강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기상 전망대가 있다.
여기까지 거저 올라왔으니 조금은 걸어서 정상은 밟아봐야겠다.





날씨가 화창해 눈이 부신데 그 위로는 또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천왕봉에를 올라도 1500미터가 채 안되고 바다 건너 한라산에 올라도 2000미터가 안되는데 이제 해발 2000미터는 아무것도 아닌 높이가 되어버렸다.
높은 지대에 오르면 서늘하고 맑은 공기가 쾌청한 시야를 만들어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인증 샷



이렇게 보니 등산로가 잘 닦여있다.
걸어서 와볼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그늘도 없는 산길을 5.4km 걸었다간 탈진해버릴지도 모르겠다.

정상에서 한국분 부부를 만났다.
밴쿠버에 거주하시는 분들인데 잠시 휴가를 내어 놀러오셨다고...
잠시 간식이나 함께 들자고 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산새가 체리를 알아보고는 날아와 달려든다.
새가 쪼아버린 체리를 그냥 버릴 수도 없어서 새에게 주긴 했지만 원래 야생동물에게는 먹이를 주면 안된다.
먹이를 줘 버릇하면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게되다보니 자꾸 인간 주위만 돌아다니게 되고 스스로 먹이를 찾는 능력이 떨어져 야생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동물들에게는 해가 되는 행동이다.
나중에는 동물들이 인가로 점점 접근하며 사람에게도 해를 입히니 결국 인간 자신에게도 해가 되는 행동이다.



체리를 물고는 둥지로 날아가는 것 같더니 다시 또 날아와 서성거린다.
이미 사람=먹을것이란 학습이 된 것이다.
이런 순환이 되풀이 되기 때문에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야박하더라도 먹이를 주지 말자.

한참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내 여행 이야기를 들려드렸더니 '이런 사람을 보면 또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일정에 영향이 없다면 오늘 하루 함께 다니지 않겠냐고 물으신다.
나야말로 부부의 오붓한 여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러웠지만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으신거 같아 동행하게 되었다.
혼자였다면 재미없게 밴프 시내구경이나 했겠지만 차량으로 함께 밴프주위를 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따로 정한 것은 없다.
그냥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 서서 구경하는 것 뿐.











가는 중간중간 서서 구경을 했지만 딱히 감명 깊은 곳은 없다.
그래도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서 멈춰서서 구경을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루이스호수는 따로 방문했지만 루이스호수 못지않게 유명한 모레인호수를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모레인호수를 찾게 된 것이다.
루이스호수에서 머무르며 따로 트레킹을 해 가야겠지만 차가 있는 덕분에 손쉽게 올라갔다.



모레인호수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텐픽스(Ten peaks 열개의 봉우리)







루이스호수만큼 크지는 않지만 너무 인공적으로 꾸며지지 않아 담백한 느낌이 좋다.
날씨가 좋지 않아 에메랄드 빛 호수를 볼수는 없었지만 10개의 봉우리들이 둘러쳐져 있는 모레인 호수는 또 다른 웅장함이 있다.



모레인호수까지 둘러보니 버스시간이 다 되어 밴프로 돌아와야 했다.
이왕 온 김에 두분은 루이스호수까지 둘러보셨어야 했는데 나 때문에 일찍 돌아오게 되어 죄송스러웠다.
차량으로 돌아보니 캐나디언로키는 역시 개별여행이 최고인것 같다.
여건이 안되면 최소한 하루라도 차를 빌려 밴프 주위만이라도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Lake Louise



비취 빛의 호수를 안고 서 있는 한가로워 보이는 건물 하나.
혹은 시점을 달리해 성 뒤로 호수가 펼쳐진 듯한 풍경.
달력에서 한 번쯤은 본 사진일 것이다.
익숙하지만 어디인지 모를 이 곳이 바로 루이스 호수(Lake Louise)이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Chateau-성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정말 동화속에 나오는 성 같은 모습의 호텔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만 정작 투숙객의 수 보다도 단순 방문객의 수가 더 많다.
그러다보니 투숙객 이외에는 식당과 카페테리아의 사용이 제한된다.
물론 인기가 많다보니 이 호텔에 예약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빙하가 암반을 침식하며 생긴 록플로워(rock flour : 암분)가 녹아 있어 호수의 물은 맑거나 투명하지 않고 가까이서 보면 혼탁해보인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록플로워에 반사된 빛이 에메럴드 혹은 비취 빛으로 보여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루이스 호수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면 카야킹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호수를 가로질러 끝까지 간다면 한시간 정도는 걸릴 것 같다.





호수 주위로는 산책로가 마련되어있어 호수를 따라서 걸을 수 있다.
걸어서 대략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호수주위의 절벽과 저 멀리 보이는 빙하가 현실이 아닌 양 펼쳐져 있다.

투어버스는 루이스호수에서 잠깐 시간을 보낸 다음 터미널로 데려다 주었다.
첫 날은 간단히 루이스호수의 맛만 보고는 관광안내소에서 트레킹 코스를 추천받고 다음날 본격적으로 트레킹에 나서기로 했다.



밴프와 재스퍼 국립공원에서는 야생동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카리부나 무스 역시 위험할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면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다.
문제는 곰이다.
웬만하면 혼자서 다니지 말 것이며 이 곳의 곰들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므로 종을(Bear bell) 매달아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니거나 여러 명이서 소란스럽게 다니면 피해가므로 참고하도록 한다.



하필이면 트레킹을 하기로 한 날 비가 내린다.
몸은 지쳐오는데다 비가 오니 그냥 쉬고 싶은 유혹도 손길을 뻗어왔지만 9시가 넘어 비가 그치자 미련없이 털고 일어났다.
그러나 호수 주위의 봉우리들은 사진 처럼 구름 속에 가려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래서야 그냥 운동을 위한 등산밖에 안되지 않는가?
그래도 호수와 페어몬트 샤토 호텔을 한번에 담은 사진을 얻기 위해 호수 맨 안쪽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호수 안쪽은 구름에 싸여 오리무중이다.
이렇게까지 구름이 낄 수 있나?







길은 가파르지 않다.
그야말로 산길을 걷는 기분으로 할 수 있는 트레킹인데 문제는 말을 타고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말들이 길 중간중간에 서서 변을 지려놓는데 참으로 고약하다.
그걸 또 말들이 짓밟고 다니니 거의 길 전체가 말똥으로 덮히기도 한다.















마침내 호수와 호텔이 내려다보이는 지점까지 왔다.
그러나 생각했던 구도는 나오지 않는다.
결국 트레일을 벗어나 좋은 구도가 나올 때까지 돌무더기와 자갈밭을 해매고 다녔다.





트레일을 벗어나 봉우리 아래 가까이 가니 더 웅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아무리 돌아다니며  찍어도 달력에서 본 듯한 그런 구도는 나오지 않는다.
돌아와서 사진들을 찾아보니 호텔이 호수를 업고 있는 것이 반대방향에서 찍은 것이다.
반대편 산으로 올라갔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호수 주위와 빙하를 둘러보기 위한 것이라면 호수쪽으로 도는 것이 맞다.

거의 세시간을 트레킹 했더니 지친다.
유스호스텔에서 호수까지 오가는 시간까지 하면 거의 다섯 시간.
완전히 지쳐서 바에서 음료수를 시키는데 스텝이 동양인이다.
어디서 왔는지 살며시 물어보니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온 학생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워홀러들이 대도시에서 알바를 하며 한인촌에 머물고 영어 학원이나 다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인이 거의 없는 이 곳에서 혼자서 현지인들과 지내고 있다.
일년의 반은 정신없이 바쁘지만 나머지 반은 일이 없어서 그냥 논다고...
보통의 우리나라 워홀러들은 이런 곳이 지루하다며 기피하지만 그녀는 캐나디언 로키를 즐기고 있었다.
워킹홀리데이 제도는 이렇게 여행을 즐기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워홀 제도는 왜곡된 모습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From Jasper to Banff

로키산맥은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펼쳐져 있고 그 중 캐나다쪽은 알버타주와 브리티쉬 콜럼비아주 경계선을 따라 펼쳐져 있다.
캐나디언 로키를 처음으로 발견한 이들은 '이 풍경을 수출할 수 없다면 거꾸로 사람들을 불러오자' 라는 모토로 관광지로서 개발하였다.
이 캐나디언 로키 관광의 하일라이트는 알버타주의 밴프 국립공원과 재스퍼 국립공원이며 각 국립공원의 중심 도시인 밴프와 재스퍼를 잇는 길 주위에는 캐나디언 로키의 진수가 늘어서 있다.
밴프와 재스퍼를 단순히 차량으로 바로 이동한다면 4~5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이 길은 그냥 지나쳐만 가기엔 너무 아깝다.

이 길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량을 렌트해서 마음에 드는 풍경이 나타날 때 마다 멈춰서 구경을 하는 것이다.
만화 '식객'에 '집단 가출'이란 에피소드에 보면 노인 친구들이 캐나디언 로키로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 차량으로 돌아다닐 경우 로키산맥 관광가이드로는 확실한 만화다.
그러나 나홀로 여행객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방법.

아쉬운대로 하일라이트만을 하루만에 훑어서 보는 방법이 있긴하다.
관광 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것.
Brewster(http://www.brewster.ca/)에서 투어버스를 운행하며 또한 캘거리 공항까지의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밴프에서 재스퍼까지, 혹은 재스퍼에서 밴프까지 하룻동안 이동하면서 중요한 관광포인트에 정차하여 구경할 시간을 주며 버스 하차 전에 운전사의 간략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이 투어에는 콜럼비아 아이스필드 빙하로 올라가는 투어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밴프로 가는 길을 따라 달리면 끝도 없이 로키산맥의 웅장한 봉우리들과 빙하들이 펼쳐진다.





처음으로 내린 곳은 애서배스카(Athabaska) 폭포.
빙하가 바위를 침식하며 흘러내린 회색의 물이 세차게 흐른다.
폭포를 찍느라 정신이 팔려있는데 저 멀리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한다.
곰이 등장한 것.
많은 사람들에 놀란 곰이 날뛰다 숲으로 달려들어갔는데 주위의 사람들은 기겁을 한 대신 강건너 곰구경 하던 사람들은 사진이랑 비디오를 찍으며 신났다.
망원렌즈로 바꿔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곰은 이미 숲으로 들어가는 뒷모습 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수백년간 쌓여온 눈이 다져지고 그 위에 또 눈이 쌓여 이룬 빙하.
끄트머리에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단면이 보인다.
이렇게 무너져내려 녹은 물들이 호수를 이룬 것이다.





전체적으로 지대가 높은곳이라 봉우리 위는 만년설이 쌓여있다.
점심나절이 되어 버스는 승객들을 콜럼비아 아이스필드 빙하에 내려주었다.
콜럼비아 아이스필드는 북반구에서 북극 다음으로 큰 규모의 빙원이다.
그러나 이 빙하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매년 10m정도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사진에서 보면 아랫부분은 자갈과 돌로만 덮힌 지역이 보일 것이다.
이 곳도 예전에는 빙하였다고 한다.
한 20년 뒤에는 가운데의 빙하 지역이 그 아래처럼 회색을 드러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여기까지 왔는데 이 빙하에 올라가보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밴프나 재스퍼에서는 이 빙원만을 보기 위해서도 일부러 투어를 하는데 말이다.



빙원의 길 건너에는 휴계소이자 설상차 매표소인 빙원 입구가 있고 여기서 일단 버스를 타고 빙원 아래까지 간다.
얼음이 보이는 바로 앞에서 빙하로 올라가기 위한 설상차로 갈아타게 된다.





가이드가 이 빙원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
순식간에 끝나버리기 때문에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나처럼 아무것도 기억에 안남을 수 있다.



가파른 빙판 경사길을 힘차게 올라가는 설상차의 승차감은 의외로 박력이 있다.







버스는 수시로 출발한다.
돌아갈때는 자기의 차를 잊어버리지 않고 찾아서 타도록 해야한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 아슬아슬해 보이는 눈이지만 실상은 바위처럼 단단한 얼음이다.
쉽게 무너져내리지는 않는다.



설상차로 다다른 곳은 해발 약 2300m의 지대.
여름이라고는 해도 지대가 높고 얼음이 깔려있어 공기는 찼다.
차가운 공기 덕분인지 아랫쪽 보다 훨씬 시야가 좋은 것이 눈이 시원해진다.
얼음위에서 걷는 만큼 등산화나 바닥에 굴곡이 있는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는 쪽이 걷기에 좋을 것이다.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빙하의 맨 위쪽, 그 중에서도 한 가운데에서는 빙하 녹은 물이 졸졸 흘러 내리고 있다.
미리 알고 온 사람들은 종이 컵을 준비해 와서 함께 건배를 하고 있었다.
이왕 제대로 하려면 샴페인 잔을 준비해오면 더 좋겠고 조그마한 병이라도 들고 왔다면 청정 빙하 녹은 물을 한 병 담아가는 것도 좋겠다.
물론 약수터마냥 큰 물병 들고와서 뒷 사람 기다리게 하며 물을 받는 일은 없어야겠다.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은 나는 아쉬운대로 손으로 받아 입을 적셔봤다.
물은 의외로 시릴정도로 차지는 않았고 물맛은 상쾌했다.





빙원 위에서 30분 넘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일행이 있다면 재미있게 사진도 찍고 할텐데 홀로 여행은 이래서 안좋다.
남들은 바깥에서 한참을 시간을 보내는데 나는 20분도 채 되지 않아 금방 시들해져 설상차로 돌아오고 말았다.



매표소에는 콜럼비아 아이스필드의 모형이 전시되어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보우 호수(Lake Bow).
앞서 본 보베르호수의 경우는 맑고 투명했고 말린호수의 경우는 바닷물 같은 느낌이었는데 여기서는 정말 엽서나 달력에서나 볼 듯한 에메럴드 빛 호수를 만나게 된다.



사진에 보이는 물빛이 실제로 보이는 물빛과 다름없는 정말 파스텔톤의 예쁜 에메랄드 빛이다.
전망대에 올라선 사람들 모두 감탄사를 연발한다.
다만 아쉬운 것이 나는 이미 뉴질랜드의 티카포 호수에서 이런 물빛을 벌써 봐버렸다는 것.
신비로운 느낌이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는 느끼기에 충분한 풍경이다.

이 투어버스는 밴프까지 데려다주지만 나는 루이스호수(Lake Louise)에서 내리기로 했다.
캐나디언 로키에서도 하일라이트인 밴프-재스퍼간 길, 그 중에서도 백미인 루이스 호수에서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다.
일단은 루이스호수의 상징과도 같은 페어몬트 샤토에서 루이스호수의 맛만 본 다음 버스를 다시 타고 터미널(정류소?)에서 짐을 내렸다.

유스호스텔은 버스 정류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굳이 좋은 숙소를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여전히 비싼 물가 때문에 장을 볼때 손이 떨리는 건... ㅡ.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Jasper

재스퍼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경.
호스텔이 몇 군데 있는지라 예약을 하지 않아도 한 자리쯤은 있으리라 기대했다.
관광안내소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전화와 재스퍼 시내의 숙소 리스트가 비치되어있어 숙소예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웬걸... 열 몇군데를 전화를 걸었지만 $50이하의 비교적 저렴한 숙소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일년의 절 반은 겨울이라 오프시즌이니 여름은 그야말로 초 성수기인 것이다.
재스퍼에서 최소 2박은 해야하는데 큰일이다.

난감해하고 있는데 여자아이 하나가 숙소를 찾느라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몇 군데 전화를 해보지만 역시 자리가 없다는 대답만 계속 듣고 있다.
"내가 먼저 다 전화 해봤는데 자리가 없더라고."
말을 걸어서 함께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여러가지로 의논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줌마가 방을 찾고 있냐고 물어온다.
자기네 집에 빈 방 하나를 민박처럼 치고 있는데 필요하면 오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침대가 더블베드 하나뿐인 방이란 것.
그나마 현재로선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인데 하나 밖에 없고, 혼자 쓰던 둘이 쓰던 값은 같다.
"나는 침낭 깔고 바닥에서 자도 되는데 같이 방 써도 되겠냐?"고 물어보자 벨기에에서 왔다는 여자아이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이틀밤의 동거가 시작되고...



재스퍼는 밴프와 함께 캐나디언 로키 관광의 중심지로 꼽힌다.
시내는 그리 크지 않고 여타 도시와는 거리가 멀어 물가도 다소 높은 편이지만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잘 갖춰져있다.
재스퍼의 첫인상은 도시 전체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로키 산맥이다.



눈 닿는 곳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다보니 재스퍼에는 트레킹 코스가 많다.



또한 녹은 빙하가 만들어낸 호수와 강들이 많아 카야킹이나 래프팅, 크루징 같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인디언들의 토템.



재스퍼 시내는 밀도있게 뭉쳐있다.
대부분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상점이며 일년의 절반은 겨울이라 쉬게 된다.
한식당을 비롯해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상점도 꽤 많다.



숙소에 짐을 푼 시간은 6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북위 높은 곳에 위치하다보니 아직도 환한 대낮이다.
함께 방을 쓰게 된 벨기에 여자애와 관광안내소에 들러 재스퍼에서 꼭 봐야 할 것들을 소개 받고는 바로 트레킹에 나섰다.
처음으로 찾아 나선 곳은 보베르 호수(Lac Beauvert).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라서 선택했다.





호수는 재스퍼 파크 롯지라는 리조트 내부에 있지만 외부인의 출입을 막지는 않았다.
다만 트랙을 나타낸 지도는 부실했고 이정표도 명확하지 않아 리조트 안에서 많이 헤매었다.
골프코스와 승마트랙이 많아 엉뚱한 길로 들었다 막히기 일쑤였다.



호수는 믿을 수 없을만치 맑고 투명했다.





저녁 9시가 지났지만 이제서야 오후 같은 느낌이 든다.
호숫가에는 수영을 즐기는 가족도 있었다.
'우리도 물놀이 준비를 해왔다면 좋았을껄' 이라며 서로 아쉬워하며 잠시 호숫가에서 쉬었다.
그러나 호숫가에는 모기가 많아 잠시도 앉아있기 힘들 정도였다.
모기 퇴치약을 바르고 내내 손으로 휘저었지만 팔과 다리는 온통 모기에 뜯긴 자국이었다.



호수 근처에는 캠핑카를 세워두고 캠핑을 하는 가족들도 많이 보인다.
여기저기 바비큐를 하느라 연기도 많이 내고 있고...
역시 캐나디언 로키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로 이동하며 캠핑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곰이 꼬일 수 있으니 음식냄새는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가벼운 신발로 바꿔신고 왔는데 생각외로 많이 걷다보니 발이 까져버렸다.
걷기는 힘든데 돌아가는 길을 걸어도 걸어도 큰 도로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닐곱 번의 히치하이킹 시도 끝에 여행 온 노부부의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여행객들 인심은 야박하기도 하여라...

가볍게 나선 트레킹에서 완전히 지쳐버렸지만 그래도 한 방 쓰게 된 기념으로 저녁에 맥주를 사들고 와 가볍게 한잔씩 했다.
벨기에에서 온 그녀의 이름은 벨.
앳된 얼굴인데다 유럽 애들이 나이보다 노숙해보이는 경향이 있어 20대 초반일꺼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서른에 가까웠다.
물론 저쪽도 내 나이가 서른 넷-그들 나이로 서른 둘이란 것에 놀랐지만...
간호사로 꽤 오랫동안 일하다가 반년동안 여행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왔다고 한다.
그 친구는 북미와 남미만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것 저것 중남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니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유럽 친구들이 뭔가를 나누는데 무척 인색하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으로는 그게 아닌데 음식을 나눠주려해도 거부하고 계산은 딱 부러지게 한다.
게다가 그 친구는 예산을 빠듯하게 잡아 와서 나랑 여행 패턴도 맞지 않다.
뭐.. 덕분에 나도 방값을 아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추구하는 여행이 달라 결국 다음날은 각자 여행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오후 나는 멀린 호수(Lake Malign)에서 스피릿 섬(Spirit island)으로 가는 크루징을 하고 오전에는 간단하게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재스퍼 주위에는 트레킹 코스가 몇 있는데 오후에 크루즈를 예약하고 크루즈 출발시간까지의 여유를 고려해 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인 피라미드 벤치 트레일로 가기로 했다.
관광안내소에서 트레일 지도를 받아들기는 했는데 약도인데다 갈래길도 잘 표시가 되지 않았다.
트레일에 접어 드는데만 한참을 헤매다가 계획했던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트레일을 돌게 되었다.



여기가 트레일 입구



화차가 지나가는데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다.



트레일을 돌다가 적당히 앉아서 점심 식사를 할만한 곳을 찾았다.
그러나 막상 앉으려보니 여기저기 동물들이 변을 지려놨다.



피라미드 벤치 트레일은 험한 길도 아니고 가파른 고갯길도 거의 없어서 편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지만 이 정도 등산이야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시간을 내어 트레킹을 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멀린 호수에서의 크루징은 재스퍼에서 가장 추천하는 관광코스이다.
재스퍼 시내에서 멀린 호수까지의 왕복 차편과 크루즈를 포함한 투어를 재스퍼 시내에서 예약할 수 있다.
그러나 동행이 있다면, 시간이 충분하다면 크루즈보다는 카야킹을 권한다.





멀린 호수로 가는 길







도착한 멀린 호수의 선착장.
이곳 역시 롯지가 있고 캠핑장이 있는데 캠핑카를 이용해 여행한다면 재스퍼는 앞서 나온 보베르호수나 이곳에서 묵는 것이 좋을것 같다.









이 곳이 카약을 빌리는 곳.
물론 1인용 카약도 있지만 멀린 호수는 너무 크다.
묵묵히 혼자서 노만 젓는 것은 이동 혹은 노동에 지나지 않을것 같고 둘이서 천천히 노를 저어가며 주위 경관을 구경하는 것이 좋은 관광법일 것 같다.



동력선을 이용해 스피릿 섬까지 가는 크루징은 약 40분이 소요된다.
노를 저어간다면 최소 3~4시간은 걸릴 듯 하다.
카야킹을 한다면 아침 일찍 서둘러 도시락과 간식을 챙겨 나서야 스피릿 섬까지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이윽고 도착한 스피릿 호수.
스피릿 섬에서는 자유시간이 약 15분 정도 주어지는데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구역이 제한적이라 섬을 돌아보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섬에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비마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면서 오히려 조용해지며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우리 배에는 일본에서 온 촬영팀이 동승했었다.
가는 길에는 촬영팀이 좋은 자리 차지하고 어수선하게 해서 사진을 잘 찍지 못했는데 돌아올때는 여유가 있다.
내가 사진 찍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으니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나와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서로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하기도 하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던 돌아오는 길이 활기차졌다.

벨은 휘슬러 산에를 다녀왔다고 한다.
휘슬러 산 역시 재스퍼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멀린 호수와 함께 재스퍼의 유명한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산이 꽤 높은데다 길도 험해서 대개 케이블카를 이용해 다녀오는데 이 친구 헝그리 백패커답게 걸어서 올라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운좋게도 케이블카로 올라갔다 걸어 내려간다는 사람을 만나 쓰지 않게 된 티켓을 얻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며 좋아한다.
좀 궁상맞다는 생각까지 든다. ^^;

계산은 확실해야한다는 생각에서인지 전날 내가 바닥에서 잤으니 오늘은 자기가 바닥에서 자겠다고 한다.
안그래도 산 타느라 힘들었을텐데 그냥 편하게 침대에서 자라고 했지만 고집이 세다.
그럴 필요 없다고, 한국은 바닥에서 자는 문화라서 나는 익숙하고 오히려 바닥이 편하다고 하자 그제서야 못이기는 척 고집을 꺾는다.
벨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 나는 거실에서 사진이랑 글 작업을 하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오늘은 맞은편 방이 비었으니 편하게 써도 된다고 한다.
허허. 사양할 이유가 없다.
맞은편 방 침대에서 편하게 자고 다음날 아침 먼저 일어나 씻고 나오니 벨이 간밤에 어디서 잤냐고 묻는다.
맞은편 방에서 잤다고 했더니 그 친구 얼굴에 서운한 표정이 보이는게 혼자만의 착각에서려나?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Canadian rail way

페리로 알래스카를 벗어나 도착한 곳은 프린스 루퍼트.
애초에 계획은 크루즈를 이용해 밴쿠버로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수많은 돌발상황과 준비의 미비함으로 인해 거의 $1500의 손실을 봐가면서 고생스럽게 캐나다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알래스카는 너무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너무 높은 물가로 인해 힘들었던 것도 사실.
캐나다로 들어서면서 이제 좀 편해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캐나다에서 나를 맞은 것은 또 퐝당 시츄에이션.

의례히 거치는 입국심사.
무비자로 입국해 눌러 앉거나 미국으로 몰래 건너가는 한국인들이 많아서인지 한국여권에 대한 질문은 까칠하고도 길었다.
얼른 입국심사장을 벗어나고 싶은데 갑자기 짐을 검색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짐을 푸는걸 도와주려고 했더니 정색을 하며 뒤로 물러나라, 손 대지 마라며 위협을 하는 것이다.
참 나... 알아서 해라며 뒷짐지고 있었더니 물건 하나하나를 가지고 꼬치꼬치 묻는다.
일련의 상황에 짜증나서 건성건성 비협조적으로 대했더니 이러면 곤란해질 수 있다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든다.
다른 사람들은 간소하게 지나가는데 왜 나만가지고 일을 복잡하게 만드냐고 따지니깐 짐 검색은 통상적인 절차일 뿐이며 입국자는 당연히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만 설명한다.

한참을 검색하더니 볼리비아에서 샀던 코카차와 이스터섬에서 샀던 꿀을 한켠으로 모으며 문제가 되는 물품이라고 한다.
입국심사대에 있던 아줌마는 사무실로 들어가고 한 남자가 나와서는 이제야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입국 심사장에 들어설 때 마약탐지견이 나에게서 냄새를 맡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에 마약을 한 적이 있느냐, 마약을 하는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느냐, 짐에 다른 사람이 손을 댄 적이 있느냐 등 하나하나 물어왔다.

바로 볼리비아에서 샀던 코카차가 화근이었던 것이다.
일단은 코카차의 냄새 때문에 마약 탐지견이 지목한 것일 수 있지만 입국 심사자로서는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나도 순순히 협조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마약을 한 적은 없고 원한다면 검사에 응할 수 있다,
배낭여행자인 만큼 다인실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할 수 밖에 없고 그들이 마약을 하는지는 나로서 알 방법이 없다,
짐은 특별히 다른 사람이 손 댄 일이 없고 방금의 검색에서 내 물건이 아닌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차분히 대답을 하자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한가지 걸림돌이 내가 너무 많은 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1년간 세계일주로 장기 여행을 하면서 약을 사기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으며 항상 약을 준비해 다닐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자 이유는 납득을 했고 약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해야 했다.
몇몇 약은 꺼내어서 성분 조사까지 했다.
대개 문제가 없었지만 복병은 비타민C.
병에 담긴채로 긴 시간 흔들리며 서로 마모되다 보니 가루가 많이 생겼는데 그 가루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ㅋㅋㅋㅋㅋ 하긴 하얀가루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검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웃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조사는 끝났지만 바로 스템프가 찍힌 여권을 돌려주진 않았다.
사무실로 여러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며 한참동안 논의가 이어지는 듯 했다.
심사대 앞에서 있던 사람에게 그제서야 '이런 상황을 미리 알려줬다면 흔쾌히 협조했을텐데 아무런 설명없이 죄인 다루듯 해서 무척 불쾌했다'며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늘 내가 겪은 일련의 절차는 원래 매뉴얼에 있는대로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잘못된 것은 없다고 이야기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불쾌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서서는 적대적으로 대했던 심사관들도 일단 '문제 없음'으로 판단되자 웃으며 대하고 여러가지 질문들에 친절히 답해준다.
코카차는 캐나다 법령상 폐기해야하고 외부의 꿀은 자국의 꿀을 보호하기 위해 반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원한다면 집으로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별 미련이 없는 것들이라 둘 다 폐기하라고 했다.
아무튼 2시간이 넘게 입국심사대에 잡혀있다 겨우 캐나다 땅을 밟았다.
솔직히 웃을 기분은 아니지만 자기 일에 충실할 뿐인 그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어 인사는 하고 돌아섰다.

프린스 루퍼트는 큰 도시는 아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육상으로 이동해 닿을 수 있는 알래스카와 가장 가까운 도시다.
프린스 루퍼트 이북으로는 험준한 지형 때문에 도로나 철도가 잘 나 있지 않아 해상이나 항공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프린스 루퍼트는 로키산맥을 가로질러 동부로 가는 열차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캐나디언로키 관광의 중요한 베이스캠프 중 하나인 제스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와 열차 두가지 방법이 있다.
프린스 루퍼트에서 재스퍼로 이어지는 길은 스키너 루트(Skeena route)라고 하여 로키 산맥과 호수들, 그리고 끝 없이 펼쳐지는 침엽수림들로 절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 길을 이동하는 자체가 중요한 로키산맥의 관광이 된다.
그런데 버스는 프린스 루퍼트에서 저녁에 출발해 아침에 프린스 조지에 도착한 다음 저녁에 다시 재스퍼로 이동하는 버스로 갈아타야한다.
이 훌륭한 길을 볼 수 없다는 것.
반면에 열차는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 프린스 조지에 도착한 다음 1박을 하고 다음날 다시 재스퍼로 이동한다.
버스요금보다 열차요금이 더 비싸고 싼 숙소가 없는 프린스 조지에서 1박을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그 풍경은 놓치기 아깝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북미에서 열차는 승객 운송보다도 화물운송의 비중이 훨씬 크다.
주요 화물은 목재와 광석, 곡물 등 1차 생산품이다.
화물 열차에서는 100량 편성이 기본일 정도로 많은 화차를 끌고 가기 때문에 철도 건널목에서 한 번 잡히면 참으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에 여객열차는 단촐한 편성이다.
스키너 루트를 운행하는 열차도 수화물 차량을 포함해서 5량 정도 규모의 소편성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스키너 루트를 운행하는 차량도 알래스카 열차처럼 파노라마 전망을 제공하는 객차가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객차를 이용하는 승객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요금이 비싼 탓이다.
열차 승무원들은 융통성 있게도 멋진 절경이 나타나면 이 객차를 일반석 승객들에게도 공개하여 사진을 찍거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틀간의 열차 여행을 위해 아예 프린스 루퍼트에서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올라탔다.
역시 열차에서의 식사는 메뉴는 비교적 다양한 편이지만 다소 비싸다.
컵라면도 3~4000원 정도 수준이었으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침엽수림은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고 빽빽하다.
이 정도면 웬만큼 베어내어도 표도 나지 않을 것 처럼...
우리나라도 통나무집을 지을 원목 자재를 캐나다에서 많이 수입한다.
가끔 숲의 새대교체를 위해 소이탄을 이용하기도 할 정도라는데 탄 나무는 거름이 되고, 산불의 열은 솔방울을 싹 틔우는 에너지가 된다고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열차로 이동하다가 중간쯤에 자전거를 내려 자전거로 여행을 하려는가 보다.
건강한 중년의 부부 모습이 부럽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열차는 한 번 씩 정차를 하지만 한적한 시골 마을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배산 임수?
숲이 감싸고 앞에는 웬만해서 줄지도, 넘치지도 않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강.
내가 딱 꿈꾸는 그런 모습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웅덩이에, 호수에 하늘이 그대로 담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셀프샷.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 간간이 고개를 들어보면 달력에나 나오던 그런 풍경들이 펼쳐지곤 한다.
평화로운 느낌 그 자체다.

저녁 7시경이 되어서 열차는 프린스 조지에 도착했다.
북위 높은 곳에 위치하다보니 저녁 7시라도 오후나절 처럼 환하다.
북미지역 유스호스텔 목록을 뒤져 프린스 조지의 유스호스텔을 찾아갔지만 폐업을 한 상태.
철도 역의 관광안내소로 가서 숙소 전단지들을 뒤졌지만 싼 곳이 없고 대부분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이동하기도 힘들다.
결국 승무원들이 묵는 시내의 라마다 호텔에 비싼 값에 묵었다. ㅡ.ㅜ

둘쨋 날.
드디어 열차는 본격적으로 캐나디언 로키로 접어들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첫 날은 침엽수림과 초원, 호수와 강이 주를 이루었다면 둘쨋 날은 산세가 볼거리다.
스키너 루트의 종착역인 재스퍼에 다가가자 록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마운트 롭슨(Mount Robson)이 보이기 시작한다.
높이가 해발 3954미터로 끄트머리는 구름에 가려 아쉬움을 주었다.
참고로 북미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알래스카에 있는 맥킨리 산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그렇게 열차는 이틀동안 1160km의 거리를 열심히 달려 5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재스퍼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Grand Canyon

어떤 만화가가 그랬다. 만화는 엉덩이로 그리는거라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긋이 앉아서 묵묵히 그려야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와 비슷하게 나는 사진은 발로 찍는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랜드캐년(Grand Canyon-大峽谷)
미국 아리조나주에 있으며 길이 350km, 너비6~30km, 깊이가 무려 1600m에 달한다.
중심부의 국립공원의 면적만도 2,600㎢.
죽기전에 가봐야할 곳 10곳의 1위로 선정된 여행지다.-출처가 BBC라고 하는데 믿을만한것인지 모르겠다.
그 순위를 보고 이건 분명 미국사람들이 뽑아서 이렇게 선정된 걸꺼야 라고 생각했다.

그랜드캐년으로의 관광은 라스베가스에서 당일치기로 많이 이루어진다.
아침일찍 출발해서 서너시간 후딱보고 돌아가는 코스로 오히려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랜드캐년 내의 호텔이나 롯지에서 숙박을 하는 오버나잇 관광도 있지만 숙박비가 비싸다보니 배낭여행객은 감당하기 힘든 요금이다.
그래드캐년으로의 여행의 기점으로 몇개의 도시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단연 플래그스텝(Flagstaff)을 꼽는다.
차량으로 한시간반이 채 걸리지 않는 작지 않은 마을이고 저렴한 숙소도 많아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볼리비아 사막투어때 같은 그룹에 있었던 데니스란 친구가 플래그스텝에 살아서 약간의 정보를 얻긴 했지만 그 친구도 여행을 계속하는 중이라 재회하지는 못했다.

유스호스텔에 숙소를 잡고 투어를 알아봤지만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투어는 일주일에 두 번.
다른 투어들은 비싸다.
여러모로 계산해보고 내린 결론은 혼자라도 차를 렌트해서 가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투어는 일몰을 보지 않고 온다는 것이 걸렸다.

좀 더 알차게 여행하려면 일찍 서두르거나 예약을 했어야했는데 준비가 부족하다보니 아침부터 헤매게 되어 10시가 넘어서야 차량을 인도받아 출발하게 되었다.
게다가 지리에 어둡다보니 표지판등을 살피며 천천히 운전하게되어 그랜드캐년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였다.

방문자안내소 등에서 지도등을 받아 찬찬히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내부를 파악해보려했지만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일단은 부딛히고 보자는 생각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패스는 사흘간 유효하고 차량을 가지고 입장하는 경우 $20이다.
간혹 먼젓날 그랜드캐년에 다녀온 사람이 패스를 다른 여행자에게 주기도 하니깐 친구를 잘 만들어두도록 하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메이더 포인트(Mather point)
주차장은 만원이다. 한참을 빙빙돌다 길가에 주차를 하고 전망포인트로 다가갔다.
그리고 최초로 그랜드캐년과 맞닥트렸다.











헉...
숨이 턱 막혀온다.
눈 앞의 풍경은 현실이 아닌것 같다.
커도 커도 이렇게 클 수가 있나?
Grand라는 단어는 허투로 붙인 것이 절대 아니었다.
실로 믿어지지 않는(unbelievable) 대장관이다.





광각렌즈-특히 10mm~20mm 사이의 촛점거리를 가지는 초광각렌즈는 풍경사진용이 아니다.
풍경에서 그렇게 구도를 넓게 잡아서는 주제가 드러나지 않아 밋밋한 사진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풍경속에서 주제를 잡고 구도를 타이트하게 짜서 그 주제를 부곽시키는 방법을 이용해야 알찬 사진이 된다.
광각렌즈는 제한된 공간에서 좀 더 넓게 잡기 위해 사용되므로 실내용이나 건축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아니면 과장된 원근감의 사진을 얻기 위해 이용되고...

그런데 12mm의 초광각렌즈로도 그랜드캐년을 담지는 못하겠다.
너무 넓고 너무 크다.
12mm광각에서도 사진에서 빈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프레임이 너무 좁아 그랜드캐년을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어떻게 찍어야할지 모르겠다.
사진생활 3년동안에 이렇게 사진찍기 막막한 적이 없었다.
멋모를때야 그냥 찍었고 그렇게 찍힌 사진이야 거의 쓰레기통 행이지만 이제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할지 감이 잡히는 상황에서 이 거대한 풍경을 담는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다.
넓고 큰 계곡을 다 담자니 이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가 표현되지 않는다.
사람을 담아보지만 비교되는 사람이 너무 작게 나와서 인식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 안나온다.
이럴땐 무조건 많이 찍어놓고 고르는 수 밖에...









그랜드캐년의 가장 깊숙한 곳인 Hermits rest까지는 일반차량은 들어갈 수 없고 셔틀버스를 이용해야한다.
계곡을 따라 걷는 트레일은 거의 4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라 들어갈때는 버스를 타고 나올때는 걸어서 나오기로 했다.
걸어서 찬찬히 보면 좀 더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
물론 허밋 레스트까지 가는 셔틀버스도 중간중간 전망대에 정차하기 때문에 경치 좋은 곳은 버스를 타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여기가 공원의 맨 안쪽인 허밋 레스트.
여기서부터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경사가 있는 힘든 길은 아니지만 길이 평탄치는 않아 평지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정말 많이 찍었다.
영 이상하게 찍혀 버린 것들을 빼고도 남은 사진이 250여장이다.
아무리 풍경이 좋은 곳에서도 하루에 150장을 미처 못찍는데...
그만큼 감을 못잡아서 많이 찍은 것이다.

정말 열심히 걷고 열심히 찍었다.
이 사진들은 정말 발로 찍은 사진들이다.
그래도 막상 정리하니 마음에 딱 들게 화악 와닿는 사진은 없다.

해는 기우는데 아직 트레일 끝까지 오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1시간정도의 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나왔다.
좋은 장소로 이동해서 일몰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했다면 트레일도 끝까지 마치고 계곡 아래에도 내려가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방문자 안내소에서 각 전망대의 일몰사진들을 보고 가장 그렇듯해보이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랜드 뷰 포인트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물드는 강렬한 그랜드캐년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랜드캐년의 고도는 1400미터 이상으로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계곡도 깊다보니 해가 지평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곡 너머로 넘어가는 것이다.
해가 지평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붉게 산란되는 해를 볼 수 없다.
결국 머리속으로 그린 일몰의 그랜드캐년은 볼 수 없었다.





해가 완전히 진 뒤에서야 그랜드캐년에서 출발했고 또 부지런히 달려 밤 10시경에야 플래그스텝에 도착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아 다음날 한 번 더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음날은 몸이 지쳐서 도저히 못가겠다.
다음에 그랜드캐년에 간다면 새벽일찍 일어나 하루를 온종일을 캐년에서 보내야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Alaska ferry

알래스카 남동부는 복잡한 지형과 개발제한으로 인해 육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도시들이 해안을 따라 형성되며 이 도시간의 이동은 선박과 항공이 주가 된다.
그나마도 비행장을 만들 수 없어서 수상비행기가 주로 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긴급상황에서의 수단이고 일반적으로는 선박이 주요 교통수단이다.

알래스카에는 많은 선사들이 여러 도시를 잇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선사가 알래스카 마린 하이웨이(Alaska Marine Highway)이다.
크게는 휘티어에서 캐나다의 프린스루퍼트까지 이어주는 장장 4박5일의 크로스걸프(Cross gulf)까지 제공하는 대형 선사로 페리 터미널까지 따로 갖추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 페리요금도 결코 적지 않다.
크로스 걸프의 경우 침실까지 예약하면 40만원에 육박하는 요금으로 이 돈이면 조금 더 보태어 차라리 크루즈를 하는 것이 나을 정도이다.
어쨌든 일정상의 이유로 크루즈를 예약했다 취소하고 크로스걸프도 예약했다 취소하는 등 닭짓을 여러차례 하다가 결국 준오에서 프린스루퍼트까지 가는 페리로 정착했다.













페리는 생각보다 시설이 잘 갖춰져있고 쾌적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공동 욕실도 갖춰져있고 최상층의 리클라이닝룸의 경우 좌석간의 공간이 넉넉해 침실을 예약하지 못한 사람은 거기에 침낭을 펴고 자리잡아 잠자리를 마련한다.
상갑판에는 또한 넉넉한 공간이 있어서 캠핑족의 경우 상갑판에 텐트를 치고 지내기도 한다.
초성수기에는 상갑판에 형형색색의 텐트가 텐트촌을 이루는 진풍경을 볼 수도 있다.











식당은 다소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원래 높은 알래스카의 물가를 고려하면 완전히 개념을 벗어난 가격은 아닌지라 계획적으로 매식한다면 그다지 크게 지출을 오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승선 전에 일용할 양식을 충분히 마련해 배에 오르는 것이다.
같은 배에 탄 승객중 맥시칸 일가가 있었다.
인원도 열댓명의 대규모 그룹인데 좋은 자리는 일단 모두 확보해서 잠자리를 다 꾸며뒀고 사흘간 마실 물과 컵라면, 기타 여러 식료품을 거의 창고수준으로 쌓아두고 있었다.
페리 여행을 많이 해봤는지 아주 제대로 경제적으로 여행하고 있었다.



각설하고 페리여행은 비교적 이동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여행법이지만 그래도 부수적인 즐길 거리가 있다.





선수부에 자리하고 있는 전망룸.
침실에 묵는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여기서 보낸다.
여기서 보면 항로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고 여러 해양생물들도 관찰할 수 있다.
최고스타는 바로 혹등고래(Hump back whale).
한번씩 이 거대한 생물체가 물 밖으로 솟아올랐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시 물속으로 잠길때면 모든 사람들이 망원경을 들고 창가로 모여든다.
그러나 쉽게 볼 수는 없다.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래는 한번만 점프하는 것이 아니다. 그 근방에서 몇번이고 뛰어오른다.
운 좋게 배 가까이서 솟아 올랐다 해도 페리는 고래를 보기 위해 운항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묵묵히 갈길만을 갈 뿐이고 다음번에 솟아 오를땐 이미 고래에서 많이 멀어져있다.







힘들게 고래를 포착했지만 너무 멀다 OTL
고래 사진을 보면 주로 꼬리만을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인데 실제 찍어보니 이유를 알만하다.
고래가 예고를 하고 뛰어오르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뛰어오를지 모를 고래의 앞모습을 잡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고래가 뛰어오르는 포착해 셔터를 누르면 몸통은 이미 물속에 잠기고 꼬리만 보일 뿐이다. ^^;



































아무튼 이런 여러가지 부수적인 재미까지 즐기다보면 페리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있을 것이다.
티켓은 승선할때만 검사하고 하선당시엔 따로 체크하지 않는다.
이를 악용하면 표는 짧게 끊고 멀리까지 갈수도 있는 것이다.
각자의 양심에 맡길 따름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Glacier bay national park

글레이셔베이라는 이름에서 막연히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힌 피요르드지형의 만을 떠올렸다.
거기서 카야킹을 하면 바다에서 절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글레이셔베이의 관광을 위해서는 구스타버스(Gustaveus)라는 마을로 가야한다.
구스타버스에서의 숙박은 두가지 형태로 할 수 있다.
하나는 숙박과 식사등을 모두 제공하는 롯지, 하나는 캠핑이다.
롯지는 사실상 최고급 숙박형태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형태의 숙박이 없는 셈이다.
그러니 필자같은 배낭여행객은 준오 같은 대도시에서 캠핑장비를 마련해 가지 않는 이상 팔자에 없이 호강을 강요당하게(?) 된다.
시간이 넉넉하고 동행이 있다면 어떻게든 캠핑을 시도했겠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 필자는 이번에도 돈으로 때우자 -_-;가 되어버렸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롯지 중 맨 위의 롯지에 전화를 했는데 바로 자리가 났다.
숙소 예약부터 투어예약, 준오에서 구스타버스까지의 경비행기 예약까지 일사천리로 예약이 끝났다.
확실히 돈이 좋긴하다.

준오에 도착하자마자 알려준대로 경비행기 카운터로 찾아갔다.
카운터에서 롯지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그쪽을 통해 예약했다고 하자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고는 자기네끼리 전화로 몇마디 주고 받은 다음 탑승준비가 끝났다고 알려준다.



알래스카의 남동부는 복잡한 지형으로 인해 육로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배로 이동하거나 비행기를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
구스타버스는 알래스카의 주도인 준오(Juneau)에서 비행기로 약 40분 거리에 있다.
하루에 한 번 알래스카항공의 제트기가 뜬다고 하지만 그보다도 4인승의 프로펠러 경비행기로의 이동이 오히려 편리하다.



보안검색도 없고 복잡한 체크인 절차도 없다.
인원만 두세명 모이면 기다릴 필요도 없이 바로 비행기는 뜬다.
대신 엄격히 지켜야할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승객의 체중과 수화물 중량이다.
무거우면 비행기가 뜨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비행기의 특성상 고도를 많이 올리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 아래의 풍경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여름의 알래스카에서 눈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구스타버스 공항에 도착하자 롯지에서 픽업이 나와있다.
환대를 받는것이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준오에 도착한 이후 내내 기분이 좋다.





구스타버스 소재의 롯지들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1박에 $180수준.
그러나 2인실 기준이기 때문에 혼자서 묵을 경우 싱글차지가 붙게 된다.
그러나 필자가 묵은 날은 방에 여유가 있어 싱글차지 없이 1인 요금만을 받았다.
롯지는 온가족이 함께 운영하며 5월부터 10월까지 일년의 절반만을 운영한다. 나머지는 겨울이라 손님도 없고 운영도 힘들다고...









일단 롯지에 들어오면 리조트처럼 별도의 지출이 필요없다.
롯지에 묵는 내내 식사가 미국가정식으로 제공되고 간단한 다과류도 언제나 즐길 수 있다.
숙소는 별 네개급 호텔 이상의 수준으로 깔끔하고 청결하게 유지되며 창 밖으로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알래스카의 여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인터넷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위성모뎀을 이용한 인터넷이 가능해 개인 노트북으로 비교적 쾌적하게 인터넷도 즐길 수 있었다.
숙소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MTB와 손수 제작한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내 지도가 비치되어 있어 혼자서도 부담없이 글레이셔베이를 돌아볼 수 있다.
물론 크루징투어나 카야킹투어 등 여타 투어들은 별도로 지불해야하지만 여러 투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예약을 직접 해줘서 편리하다.

롯지에서 단 하루만 묵었지만 묵는 내내 가족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느꼈다.
식사가 미국 가정식으로 이루어져 식사시간이 정해져있는게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식사시간마다 롯지에 묵는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따뜻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마치 집에 온듯 편안했다.
식사 또한 맛이 훌륭해서 롯지에 묵는 사람들이 글레이셔베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식사를 꼽을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레시피를 부탁했는지 아예 조그만 책으로 만들어 판매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여기 못지 않게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 많고 맛있는 음식이 많아 이런 롯지를 운영한다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텐데...
단순 숙박업으로 전락한 펜션사업보다도 이런 롯지형태의 관광업이 자리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처음에는 다소 높은 숙박비가 부담스러웠지만 나오면서는 떠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의 만족감을 안고 떠난다.



애초에 글레이셔베이를 찾은 이유 자체가 빙하 가까이 카야킹을 해서 가고싶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해서 굳이 카야킹 투어를 했는데 약간 일이 꼬였다.
우선 먼 바다까지 나갈 수 있는 full day카야킹을 원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나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비가 많이 내린다는 것.
비옷으로 무장하고 half day카야킹을 나섰지만 그나마도 그룹의 다른 사람들은 바다 카약이 처음이라 적잖이 해메고 다닌다.
열대 바다에서 구명조끼 하나 입고 혼자서 망망대해로 나가던 카야킹과는 완전히 달리 방향타까지 갖추고 침수방수덮개까지 완전 무장을 한 2인승 바다카야킹을 하니 또 다른 느낌이다.
그래도 패들링은 기본적으로 같다보니 함께 카약을 탄 조교 여자애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곧 숙달되었다.





먼 바다까지 나가진 않았지만 육지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까지 나온데다 비까지 내리자 온 사방이 조용해지고 차분한 느낌이다.
정적을 느끼기 위해 패들링을 멈추고 배의 흐름을 느끼고 있자니 조만치 앞에서 해달이 고개를 내밀고 쳐다본다.
바로 지척에서 눈이 마주치자 묘한 느낌이다.
이내 다시 물속으로 숨어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여기 저기서 물개와 해달을 볼 수 있다.
카야킹을 하면 이런 동물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노젓는 소리를 따라 온다고.



빙하를 보기 위해 글레이셔베이를 찾았는데 빙하는 보지 못하고 대신 다른 많은 것들을 얻어서 돌아간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rice William sound

청정지역인 알래스카의 여행은 야생동물 및 자연의 생태관찰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서두에 꺼내었다.
이 야생동물들과 청정상태의 자연은 비단 육상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바다에는 또 나름의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인간의 영향을 덜 받은 야생동물들의 생태가 있다.

아무래도 알래스카여행의 관문이 앵커리지이다보니 알래스카 해양관광 역시 앵커리에 기반을 두고 주로 이루어진다.
바닷가에 늘어선 수많은 빙하들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보통 휘티어에서 유람선을 타고 프린스 윌리엄스 사운드쪽으로 나아가고,
고래, 물개, 해달등의 해양생태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슈어드에서 유람선을 타고 근해로 나아간다.
두 도시 모두 앵커리지에서 서너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앵커리지에서 당일 투어로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는 둘 중 프린스 윌리엄스 사운드의 빙하관광을 선택했다.
일정이 넉넉치 않은데 꼭 볼 수 있는 보장이 있지 않은 해양생물을 선택하는 것은 다소 위험부담이 따랐기 때문이다.
물론 유람선 선사중에는 만족하지 못하면 환불해준다는 조건을 내거는 곳도 있지만 그래도 좀 더 안전한 쪽을 선택했다.

빙하 유람선에도 대여섯 선사가 경쟁을 하고 있다.
모두 제각기 다른 특징을 내세우는데 먹는 것으로 승부를 거는 곳이 있는가 하면 쾌속선을 이용해 같은 시간에 좀 더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곳도 있다.
그러나 질에 차이는 있어도 공히 점심식사와 따뜻한 음료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며 요금도 거의 차이가 없이 비슷하다.
필자는 사실 먹는 것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 기본에 충실하게 좀 더 많은 빙하를 볼 수 있는-하루에 무려 26개의 빙하를 본다는- 쾌속선을 선택했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빙하 지도

출발은 아침 8시경이다.
휘티어까지의 왕복버스는 원래 별도지만 대개 앵커리지에서 당일로 다녀오기 때문에 거의 셔틀버스와 함께 패키지로 함께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
휘티어에 거의 도착하면 터널을 통과해야한다.
문제는 이 터널이 일방통행이며 철도와 공동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잘못 맞추면 터널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야한다.
물론 셔틀버스는 터널 통과시간을 잘 알기 때문에 대기시간 없이 바로 통과한다.





페리터미널에 도착하면 셔틀버스 기사가 바우쳐를 확인해서 어느 배를 타면 될지 친절히 알려준다.
그러나 대개 같은 버스에 탄 승객들은 또 같은 유람선을 탄다.
터미널에서 체크인을 하면 테이블이 배정된다.
식사를 하며 운항을 하기 때문에 좌석은 테이블로 배정 되는 것이다.
식사는 생선과 닭고기, 채식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필자는 생선요리를 선택했다.
배와 빙하유람 자체에 집중하다보니 식사는 다른 유람선에 비해 다소 질이 떨어지긴하다.
헐리벗이라는 흰 살 생선인데 사과를 갈아 만든 소스와 함께 먹으니 담백한 것이 꽤 먹을만했다.







탑승이 완료되고 배는 부두를 빠져나가 빙하를 향해 빠르게 항진한다.
쌍동선 선체에 워터젯 추진인 쾌속선은 시속 80km에 이를 정도로 빠르다.
운항중에 선체 앞부분으로 나가면 공기의 저항때문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
그래서 운항중에는 선체 바깥으로 나가는 것에 약간의 제약이 있지만 빙하에 이르러서 천천히 선회하는 동안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빙하를 관찰할 수 있다.

























빙하유람선이긴 하지만 이렇게 다니다보면 물개나 해달, 운좋으면 고래까지도 볼 수 있다.
해달들의 표정이 마치 신기하다는 듯 사람을 구경하는 것 같다.







이건 마치 성을 보는 듯 하다.
이 빙하의 이름은 서프라이즈(surprise)빙하다. 말 그대로 놀라운 장관이다.







Ice blue라는 말이 있다.
얼음이 파랗다는 말을 예전에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빙하를 보면 Ice blue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마치 하늘을 담은 듯 파란 얼음덩어리다.



암벽에서 떨어져나오며 암벽을 침식한 흔적이 빙하를 가로질러 나타나고 있다.





빙하 주위에는 큰 빙하로부터 떨어져 나온 작은 얼음 조각들이 떠다니고 있다.
이것들을 건져서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빙하를 직접 가까이서 관찰하고 만져보기도 하고



이렇게 잘게 부수어 음료와 함께 마실 수 있게도 한다.
미리 알고 미니어져 위스키나 진을 가져온 사람도 있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배의 매점에서 사기도 한다.
나는 아쉬운대로 셔틀버스에서 나눠준 생수와 함께...







빙하덩어리는 푸른 빛이지만 거기서 떨어져나온 얼음조각은 또 한없이 투명하다.

프린스 윌리엄스 사운드를 운항하는 빙하 유람선은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볼 수 있는 빙하가 제한되어있지만 휘티어에서 출발해 발데스까지 운항하는 페리를 이용하면 좀 더 많은 빙하를 볼 수 있다.
물론 유람선이 아닌만큼 가까이서 느긋하게 빙하를 유람할 수는 없지만...
알래스카를 운항하는 크루즈의 경우 프린스 윌리엄스 사운드 크루징을 겸하기도 하지만 배의 크기가 커서 좁은 해협까지 들어가 빙하를 구경하기 힘들다.
결국 빙하 유람은 이런 작은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Mt. McKinly

해발 20320피트(약 6096미터)로 북미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맥킨리 산.
맥킨리산은 디날리 국립공원 내에 있지만 정작 디날리 국립공원에서는 보기 힘들다.
여행객들이 디날리로 들어서는 관문인 WAC와 방문자 안내소에서는 다른 산에 가려서 직접 볼 수 없기 때문.
일반적으로 맥킨리산을 보려면 셔틀버스를 타고 피쉬 크릭까지 가야한다고 한다.
Mount Heely까지 올라가면 또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나마 여름철엔 늘 구름이 끼어있어 맥킨리의 봉우리를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알래스카의 super-clean한 대기 덕분에 구름이 없는 겨울철에는 오히려 앵커리지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맥킨리 산을 보기위해 나는 비행기를 탔다.
꼭 맥킨리 산을 보기위한 것만은 아니지만...
페어뱅크스에서 앵커리지까지의 교통비와 소요시간을 따져보았을 때 항공요금이 그다지 비 경제적인 선택이 아닌데다 맥킨리 산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데 비행기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항로를 따져보았을 때 맥킨리산은 항로의 오른편에 놓이게된다.
그래서 좌석을 예약할때 오른편 창가자리를 선택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출발할 때 승무원이 이런 방송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왼편으로 맥킨리 산을 볼 수 있을것입니다."
방송이 떨어지자마자 5초도 되지 않아 왼편 창가자리는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차 버렸다.
이게 아닌데? -_-;
당연히 오른편 창가 자리에서 맥킨리산을 볼꺼라 방심하고 있던 나는 망연히 왼편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그러나 비행기 이륙 후 약 20분 경과되었을 때 상황은 역전되었다.
"죄송합니다. 오른편에 맥킨리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승무원의 새로운 방송이 흘러 나온 것.
사람들은 그제서야 또 우왕좌왕 오른편 좌석을 찾기 시작했지만 번잡한게 싫어 오른편 창가자리를 찾은 사람들로 이미 빈 자리는 거의 없었다.
개중엔 얌체같게도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다시 오른편으로 돌아와선 내 자리니깐 나와라고 따지는 사람도 있었다.
주위의 혼잡함과는 상관없이 나는 느긋하게 셔터만 눌러대고 있었다.











오늘의 팁.
여름에 맥킨리 산을 보고 싶다면 페어뱅크스-앵커리지의 비행기를 타라.
좌석은 오른편 창가자리가 최고. ^^b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Fairbanks

페어뱅크스는 알래스카의 가장 내륙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다.
지리적 위치 상 앵커리지에 이은 알래스카 제 2의 도시라 볼 수 있다-알래스카의 주도는 준오(Juneau)이지만 준오의 존재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사실 페어뱅크스 역시 대도시라는 의미 외에 관광지적 의미는 크지 않다.

토요일 저녁 8시가 지나서야 페어뱅크스에 도착했지만 백야로 인해 오후 늦은시간 정도의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푸는 동안 이미 밤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대형 마트로 장을 보러갔다.
그동안 디날리에서 먹고 싶은걸 못먹은 걸 보상받으려 작정을 하고 대형마트에 갔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대도시임에도 본토에서 먼 거리를 공수해 운반하느라 그런지 물가는 본토의 2배 이상으로 높았다.
저녁거리를 사들고 영수증을 받아들고서야 현재 시간이 밤 10시가 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오랜만에 푸짐하게 한 상 차려들고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밤 11시.
그러나 아직 하늘은 저녁나절의 하늘 그대로다.
밤이 없어지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생활 리듬이 깨어져 힘들기보다는 의외로 기분이 좋은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있다.
햇빛을 오랫동안 못보면 사람이 우울해진다고 하던데 반대로 햇빛을 많이 보면 유쾌해지는건가? ^^;



페어뱅크스의 여행자 안내소에서 발견한 기상정보 - 밤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 5분 36초에 불과하다.
페어뱅크스는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서 겨울엔 무척 춥지만 반대로 여름에는 상당히 덥다.
낮 최고 기온은 28도에 육박하는 정도.
한여름임을 고려하면 덥다고 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북극권 가까운 위도를 생각해보면 꽤 높이까지 올라가는 편이다.





일요일의 페어뱅크스 거리.
상당히 한산하다.
몇시간을 걸어도 인기척 하나 볼 수 없을 정도로...







일년의 반 이상이 겨울이다보니 한여름인 지금이 꽃이 만발하는 봄과도 같은 시기다.
거리 곳곳에는 강렬한 원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식을 하고 있다.











페어뱅크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을때는 에스키모들의 사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막상 현지에 도착해보니 페어뱅크스는 백인들의 개척기지적인 모습이 강하다.





개인이 운영중인 박물관.
할머니 한 분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물품으로 작은 박물관을 무료로 운영하고 계셨는데 개인 수집품 위주가 되다보니 그다지 큰 의미가 있는 전시품은 찾기 힘들다.
그러나 할머니의 연세만큼 페어뱅크스의 살아있는 역사를 옅볼 수 있는데 그 역사는 백인들의 개척 역사, 그리고 전쟁 중 아시아로의 전초기지적인 모습 등이 근현대 페어뱅크스 역사의 주된 테마가 되고 있었다.













거리의 풍경 역시 개척역사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상당수의 집이 고풍스런 모습 그대로 남아있으며 페어뱅크스 시내에서 명소라 찾을만한 곳 역시 파이오니어 파크(Pioneer park)가 있다.
미국 초기 이민자들의 서부개척역사는 거의 사라져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것과는 대조적으로 알래스카의 개척역사는 여전히 페어뱅크스의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파이오니어파크에는 향수어린 증기기관차와 증기선이 자리잡고있다.
개척시대에 지어진듯한 오래된 집들은 이제는 기념품점으로 바뀌어있지만 공원 전체는 개척시절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있다.
상점들에서는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물건들에 관심을 보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걸어보면 친절하고도 친근하게 대답을 잘해줘서 기분이 좋다.













페어뱅크스에는 나름대로 에스키모에 대한 기대를 갖고 찾았는데 기대와는 달리 백인의 개척역사만을 볼 수 있고 너무 대도시적인 면모만을 볼 수 있어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필자는 큰 관심이 없어 따로 찾지 않았지만 페어뱅크스의 관광명물로는 거대한 송유관과 북극권이 시작되는 곳인 Artic circle line으로의 당일 투어가 있으니 시간과 비용이 허락되는 사람은 찾아볼만 할것 같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Alaskan railway

알래스카 내륙의 교통망은 그리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앵커리지, 페어뱅크스, 화이트호스를 삼각형으로 잇는 큰 도로가 주요 도로이며 이외에는 도로망 조차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철도는 항구가 있는 휘티어와 슈어드에서 출발해 앵커리지를 지나 페어뱅크스에 이르는 하나의 철길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알래스카의 철도는 세계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경관을 자랑한다.
그래서 여름 알래스카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철도를 이용한 앵커리지-페어뱅크스간 여행은 꼬박 하루가 소요된다.
상행 하행 모두 점심 나절에 디날리에 도착해 승객들을 내리고 태운다.
철도여행이 여타 셔틀버스등에 비해 비교적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이긴 하지만 비용면에서 적잖이 부담이 된다.
그래서 비교적 저렴하게 알래스카 철도의 맛만 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싶다면 디날리-페어뱅크스 구간만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







알래스카 철도의 모습.
자세히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객차가 서너종 이어져 있는 것.
앞부분의 파란색 바탕에 노란 가로 줄이 쳐져있는 차량만이 오리지널 알래스카 철도의 객차이다.
그 후의 화려하고 멋진 이층의 객차들은 사설 투어차량인 것.

알래스카 철도가 주요 관광코스중 하나이다보니 그레이라인(Grey line)같은 여행사나 크루즈사-셀리브리티, 프린세스 등-들의 사설투어차량을 함께 연결해 운행하는 것이다.
물론 해당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여행사에 문의해야한다.
비용은 물론 알래스카 철도에 비해 비싸다.
그러나 전 차량 공히 180도 시각을 확보한 2층 객차에서 시원한 전망으로 풍경을 조망할 수 있고 1층엔 카페가 되어있어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다-음식은 별도 요금이다.







알래스카철도의 오리지널 객차에도 물론 전망차량이 있고 식당차량이 있다.
전망차량의 경우 전체 승차정원에 비해 훨씬 적은 수의 좌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다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오랜 시간 전망차량에 머물러있지 않기를 권하고 있지만 승차인원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아 전망차량에 오르지 못해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식당차량의 음식은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가격대가 다소 부담스럽긴 하다.





열차는 운행하는 내내 중요 전망포인트에 이르면 방송으로 해당지역에 대한 설명을 방송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 나오면 어디서 사진을 찍으면 잘 찍을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객차의 사이사이엔 유리창이 없는 곳이 있어 좀 더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오후 4시경 디날리를 출발한 열차는 오후 8시경 페어뱅크스에 도착했다.
그러나 백야현상으로 인해 늦은 저녁이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Enjoying Denali NP

앞서 언급한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드넓은 디날리 국립공원 내부를 개괄적으로 훑어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인간의 손때를 덜 탄 알래스카의 자연을 더욱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면 가벼운 트레킹을 하는 것도 좋다.
물론 가장 좋은 코스는 원더레이크까지 걸어갔다 버스를 타고 나오는 3박4일 정도의 코스겠지만 방문자 안내소 주위에는 가벼운 산책정도를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많이 있다.





이중 가장 길고 난이도 있는 것이 마운트 힐리 오버룩(Mt. Healy Overlook)으로 향하는 코스다.
필자의 느린 걸음으로 왕복에 네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정상에 오르면 디날리 타운과 방문자 안내소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훌륭한 전망이 있다.
일대에서는 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날씨가 좋으면 맥킨리 산도 볼 수 있을것 같다.





알래스카에서 유일하게 가까이서 본 얼음.
그늘에는 이렇게 미처 녹지 않은 얼음이 있기도 했다.





이렇게 쉬는 곳이 나오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여기서 잠시 쉬어주자. 여기를 지나면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진다.







참으로 얄미운 다람쥐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땐 떠나지 않고 계속 있더니 카메라만 들이대면 쪼르르 도망가버린다.
이것도 서너번을 마주친 다음에야 겨우 찍은 사진.















정상에 올라서니 발치 아래로 관광비행을 하는 경비행기가 날아다닌다.
돈들여서 비싸게 비행기 탈 필요없다.
열심히 두어시간만 걸으면 된다 ^^;











트레킹 할때는 야생동물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특히 베어벨 등을 달아서 곰을 쫓는 것이 필요하다.
베어벨이 없고 단 하루의 트레킹을 위해 베어벨을 사는 것이 아깝다면 스테인리스 컵을 배낭에 달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하는 것도 좋다.





디날리는 툰드라(Tundra) 단어 하나로 대표된다.
이런 이끼류 식물만큼 툰드라가 와닿는 이미지가 또 있을까?



여타 트레킹 코스들도 거의 평지를 걷는 수준의 난이도에 거리도 짧아 하루에 세 개 이상의 트레일을 돌아볼 수 있다.



말굽호수(Horse shoe lake)의 모습







여기서는 비버가 만든 댐을 볼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 오른편과 왼편의 수위차가 보이는가?





가끔 이렇게 비버들이 갉아서 쓰러뜨리기만하고 너무 커서 미처 끌고가지 못한 나무들도 보인다.

건강상의 이유로 트레킹을 하기 곤란하다면 다른 여흥거리도 있다.
겨울의 디날리는 온통 눈이 덮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동하기도 힘들다.
겨울철 디날리를 관리하기 위해 레인저들은 개썰매를 이용해 공원 내를 돌아다닌다.
그러나 눈이 없는 여름철엔 썰매를 끌던 개들이 할 일이 없어진다.
그래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개썰매 끄는 시범을 보인다.

방문자 안내소 앞의 버스 정류장에 보면 개썰매 데모(Sledge dog demonstration)를 보러가는 셔틀버스 승차장이 있다.
하루에 서너차례 데모가 있으며 버스가 만원이 되면 증차되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개썰매 데모를 보러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방문자 안내소에 문의하면 개 사육장으로 가는 약 30분 코스의 트레일을 알려주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갈 수도 있다.
가는 길이 오르막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데모를 보고 난 후 걸어 내려오는 것도 좋겠다.







썰매를 끄는 개들은 알래스칸 허스키들이며 시베리안허스키 등 눈이 많은 지역의 개들을 알래스카 기후에 맞게 종자개량을 한 종이라고 한다.
개 사육장에 도착하면 먼저 개들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을 시간이 주어진다.
어떤 놈들은 늘어져있고 어떤 놈들은 카메라를 의식하는지 시종일관 꼿꼿한 자세로 관광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한다.





이것이 실제로 개들이 끄는 개썰매.















이건 기부함 ^^;





약 20여분에 걸쳐 개 사육장을 둘러보고나면 실제로 개들이 썰매를 끄는 시범을 볼 수 있다.
눈이 없어서 썰매를 끌기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10초 정도 운동장 한바퀴 간단히 도는 짧은 시범이라 약간 허무하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면 한 번쯤 볼만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Shuttle bus in Denali NP

디날리 국립공원은 그 면적이 약24282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이 안에서 관광객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제한되어있다.
국립공원 안에 85마일(약 136km)의 도로가 나있으며 하이커들도 이 길을 따라서 이동한다.
함부로 돌아다녔다간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야생동물에게 해를 입을수도 있다.

길은 평탄한 편이라 걸어서 공원 입구에서 가장 안쪽까지 가더라도 나흘이면 충분할듯 싶다.
실제로 많은 여행객들은 자신의 캠핑장비를 메고 하이킹을 하거나 자전거에 싣고 도로를 달리기도 한다.
캠프그라운드는 입구쪽 가까이에 주로 있고 원더레이크(Wonder lake)에 하나가 있다.
그 사이에는 캠핑장이 없어 그야말로 야영을 하는 수 밖에 없다.
백그라운드 캠핑은 국립공원 입구쪽에 위치한 캠핑관련 사무소에서 허가를 얻어서 할 수 있다.
디날리 국립공원을 가장 자세히 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 하이킹이 되겠다.
그러나 텐트와 취사도구, 나흘치 식량과 중간에 물이 없는 곳에 대비해 식수까지 짊어메고 걸어가는 것은 젊을때 아니면 힘든 일.
그것도 최소 서너명 정도가 그룹이 되어서 하지 않으면 관광이 아닌 고행길이 되기 십상이다.

디날리 국립공원을 가장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은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도시락이 지급되고 가이드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간혹 맞닥트리는 야생동물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카메라와 모니터가 준비되어있다.
그러나 비용이 문제...
한나절짜리 투어와 하루짜리 투어가 있어 선택할 수 있지만 $90 이상하는 가격은 좀 부담스럽다.

가장 대중적인 디날리 관광법은 바로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왠지 셔틀버스라면 공짜일것 같은 생각이 들고 버스가 자주 있을거 같다.
그러나 이 셔틀버스는 이름을 잘못 붙인것 같다.
일반적인 개념의 셔틀버스와는 좀 다르다.



국립공원내에는 몇군데의 전망 포인트가 있다.
셔틀버스는 디날리 국립공원내의 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이 전망포인트들에서 정차한다.
관광객들은 어느 정류장까지 갈 것인지를 정해서 셔틀버스를 예약해야한다.
물론 요금은 어디까지 갈것인가로 정해진다.-당연히 멀리 가면 돈을 더 내야지.
셔틀버스도 좌석수의 제한이 있으므로 원하는 시간에 셔틀버스를 타려면 일찍 예약을 해야한다.

셔틀버스 예약은 인터넷과 전화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말이나 공휴일이 아닌 경우는 굳이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할 필요 없이 당일이나 그 전날 공원의 버스예약소에서 예약해도 충분하다.
지정한 시간의 버스를 놓치면 원칙은 예약한 티켓을 못쓰게 되는 것이지만 뒤의 버스에 공석이 있을 경우 부탁하면 태워주기도 한다.
가격은 투어버스의 1/3 정도의 가격으로 저렴한편이다.
그러나 먹을것과 마실것은 직접 준비해야한다.
국립공원 내에는 거의 맨 안쪽이나 다름없는 Wonder lake까지 가지 않으면 마실 물 조차 없다.

셔틀버스를 타면 일단 원하는 곳에서 내릴 수 있다.
풍경이 좋다, 차 멀미가 난다, 화장실이 급하다... 어떤 이유로든 어디에서든 내릴 수 있다.
그리고 다음에 오는 셔틀버스에 좌석이 있으면 타고 계속 갈 수 있다.
좌석이 없으면 낭패다.
그러나 기사에게 요청하면 무전으로 다음 차량의 공석을 확인해주기도 한다.
이어서 오는 버스들에 모두 좌석이 없다면 방법이 없다.
이후의 루트는 버스를 포기하고 처음에 타고 가던 버스가 돌아오면 타고 돌아가는 수 밖에...

투어버스만큼은 못하겠지만 셔틀버스의 기사도 가는 내내 공원에 대한 이야기,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 중요한 포인트에 오면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쉬지않고 해준다.
그리고 특정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도달하면 차의 속도를 늦추고 자세히 살펴서 야생동물을 찾는다.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차를 멈추고 관광객들이 자세히 살펴볼 충분한 시간을 준다.
간혹 멋진 풍경이 나타나거나 기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Stop"을 외치면 된다.
친절한 기사는 언제든 차를 멈추고 승객들이 다시 갈 준비가 될때까지 기다려준다.

가장 대중적인 셔틀버스 루트는 Fish creek으로 가는 왕복 8시간짜리 루트다.
조금 늦게 출발하더라도 늦지않게 돌아올 수 있고 버스의 빈도가 잦기 때문에 원하는 장소에 내려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유연하다.
그러나 이왕 가는 것이면 좀 더 안쪽까지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필자는 왕복 11시간이 소요되는 Wonder lake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가까운 곳까지 가는 셔틀버스는 빈도도 잦고 늦게까지 버스가 있지만 공원 가장 안쪽까지 가는 버스는 버스도 일찍 끝나고 빈도도 잦지 않다.
공원의 가장 안쪽인 까지 가는 셔틀버스는 왕복 운행시간이 13시간에 달한다.
처음에 왕복 11시간, 13시간이라고 하길래 중간중간 전망의 요소점에서 내려 한시간씩 시간을 보내는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각 전망포인트에서 보내는 시간은 화장실 갈 시간 15분여에 불과하고 정차하는 곳도 4곳에 불과하다.
마지막 도착지점에서 30여분을 보내는 것까지 포함해 2시간여를 제외하고 최대 11시간을 달리는 차 안에서 보내야한다. -O-
그러나 그 시간이 무료하지는 않다.
창밖에는 눈을 뗄 수 없는 풍광이 끝없이 펼쳐지고,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 야생동물을 찾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셔틀버스의 모습.
미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통학버스 스타일(School bus style)'의 고풍스런 차량이다.
말이 좋아 고풍스러움이지 푹신하고 뒤로 젖혀지는 관광버스에 익숙해져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없는 좌석이다.
게다가 버스안에 화장실이 없어 긴 운행시간동안 화장실이 급하면 차에서 내릴 수 밖에 없다.
투어차량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차량이다.
왜 이런 차량을 고집하는지는 의문이다.
요즘은 저공해의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차량도 많은데...





셔틀버스의 예약과 탑승은 Wilderness Access Center(이하 WAC)에서 이루어진다.
WAC는 국립공원의 입구이자 중심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주 들르게 된다.









디날리가 아무리 곰과 사슴의 천국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는 접근하지 않을꺼라 생각했고 그 넓은 공원에서 찾는것이 더 힘들꺼라 생각해서 야생동물을 만나는 것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디날리는 야생동물을 딱 기대한 만큼만 보여줬다.





그리 대단치 않은 오리, 땅다람쥐, 여우, 카리부 정도가 가까이서 보였고 그리즐리는 저 멀리 있는 놈들로 세마리를 봤다.
너무 멀어서 망원 렌즈로 최대한 당겨도 손톱 흰부분 만큼도 안되는 크기로 보이는 거리에서...
그러나 차 안에서 야생동물과 맞닥트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사진작가들도 동물들의 생태를 관찰해서 자주 다니는 길목에 죽치고 앉아 사나흘을 기다려 겨우 사진 한 장 찍어내는데 주마간산으로 버스타고 가면서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보려는 것 자체가 안이한 발상이다.



이 그리즐리는 참 게으른 놈이다.
가는 길에 만났던 놈인데 2시간이 지나 같은 장소에 왔을때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다.
잠든걸까?

















이미 밀포드 트랙과 토레스 델 파이네를 본 필자는 이제 자연 풍광은 더 새로울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래스카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만년설이 덮힌 봉우리와 꽃이 만발한 들판, 시멘트를 풀어놓은듯한 회색 강물, 빽빽한 침엽수림과 툰드라가 넓디 넓은 스케일로 펼쳐져있는 모습은 권태기를 맞은 내 여행에 흥분과 생기를 불어넣어줬다.
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 오는 왕복 여행은 지루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전에 햇살을 맞던 들판에 오후에는 우박이 내리고, 둘러 싸고있던 구름이 걷혀 만년설이 덮힌 봉우리가 나타나는 돌아오는 길은 가던 길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5시간을 넘게 달려 겨우 도착한 Wonder lake.
솔직히 그리 대단치 않은 풍경이다.
중요한건 이 호수를 보러 여기 온 것이 아니라 호수로 가는 길을 보기 위해 버스를 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는 모기가 대단히 많다. 보통 많은 것이 아니다.
모기 쫓는 약을 필히 휴대해야한다.


























여름의 디날리는 기후가 변화무쌍하다.
햇볕이 나다가도 어느순간 비가 흩뿌리고 다시 맑아졌나 싶으면 천둥번개가 치면서 우박이 쏟아지고...
물론 차 안에 계속 있기 때문에 비가 내리고 벼락이 내려도 상관 없다.
오히려 다양한 기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풍광이 더욱 매력적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햇살이 나기 시작했다.
구름사이로 나는 햇살이 봉우리를 비추는 모습은 마치 무대위의 주인공을 스팟라이트로 비추는 것 같아 환상적이다.





WAC로 돌아오자 쌍무지개가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보이는가? 잘 보면 보인다. ^^;

셔틀버스는 디날리를 하루만에 경제적으로 보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지만 좌석이 불편하고 그 불편한 좌석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단점이 있다.
가격이 조금 오르더라도 차량만 업그레이드 되면 훨씬 편안할텐데...
한 번 보면 아쉬운 풍경이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캠핑 하면서 3박4일 정도 걸어서 종주를 하고 싶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Denali national park

애초에 알래스카 여행은 캐나다까지 가는 페리나 크루즈를 타고 바다 동물들을 보는 것 위주로 하려고 생각했다.
내륙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내륙은 단지 거쳐가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 독립기념일을 전후한 초성수기에 알래스카를 들어가는 바람에 이동에 상당한 제한이 따르게 되었고 결국 계획한 일정대로는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내륙의 일정을 여유있게 늘일 수 있게 되었다.



디날리 국립공원도 애초에는 도착한 날 오후에 구경하고 다음날 오전까지 구경한 다음 페어뱅크스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정에 여유가 생겨 이것을 하루 더 묵어 이틀 머무는 것으로 변경했는데 디날리에 도착하자마자 하루를 더 연장해버렸다.
여행에 약간의 권태기를 맞고 있었는데 알래스카-특히 디날리의 자연이 눈에 들어오자 그 권태로움이 한번에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그저 눈 덮힌 설원만을 생각하고 들어온 알래스카의 내륙에는 그 어느곳보다 싱그럽고 푸르른 자연이 있었고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인간의 손을 타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되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된 듯한 모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앵커리지에서 디날리까지의 이동은 알래스카 열차로도 가능하지만 대개 저렴한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셔틀버스는 앵커리지-디날리-페어뱅크스의 구간을 운행하며 매일 아침 일찍 앵커리지에서, 페어뱅크스에서 출발 한다.

디날리 국립공원의 주요 안내소로는 Visitor Center(이하 방문자 안내소)와 Wilderness Access Center(이한 WAC) 두군데가 있다.
이 두곳은 업무가 엄격히 분리 되어있어 방문 목적에 맞는 곳을 찾아가야 원하는 업무를 볼 수 있다.





방문자 안내소에서는 공워 내부의 지도와 공원 내의 전반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무엇을 물어봐도 친절히 답해주는 레인저들이 있다.
자그마한 규모의 박물관도 있고 알래스카에 관련된 영상물을 30분 간격으로 상영해주기도 한다.























WAC에서는 국립공원 내에서의 캠핑허가와 셔틀버스 예약등의 업무를 보기 때문에 돈이 들어가는 일들은 거의 WAC에서 하게 된다.
차량으로 디날리 국립공원에 갈 경우 입구쪽에 가까운 WAC를 경유하지만 열차와 대부분의 셔틀버스는 방문자 안내소 앞에 여행자를 내려준다.
그러나 WAC와 방문자 안내소 사이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15분 간격으로 있기 때문에 불편없이 다닐 수 있다.











디날리 국립공원에는 $10의 입장료가 있고 한 번 입장료를 지불하면 일주일간 공원을 출입할 수 있지만 특별히 티켓을 판매하거나 체크하는 문은 없다.
사실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누구나 언제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다음에 언급할 셔틀버스를 타고 공원 내로 들어가거나 캠핑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지불한 영수증이 필요하지만 방문자 안내소 근처를 가볍게 트레킹 하는 정도는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상관 없다.
필자의 경우 도착 당일 트레킹을 하려고 입장료에 대해 문의 했더니 나중에 셔틀버스를 이용할꺼라면 그 때 함께 지불하는게 더 나을꺼라며 굳이 지금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들었다.
디날리 국립공원 역시 미국 국립공원 패스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년 내에 국립공원 다섯 개 이상을 이용할 계획이 있다면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더 낫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