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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0 Banff (1)
  2. 2008/08/10 Lake Louise
  3. 2008/08/10 From Jasper to Banff
  4. 2008/08/10 Jasper
  5. 2008/08/10 Canadian rail way

Banff

프린스루퍼트에서부터 시작된 캐나디언 로키 여행은 로키관광의 관문인 밴프에서 끝났다.
다른 사람들과는 반대방향으로 돌아 온 것.
밴프는 루이스호수에서 자동차로 빠르게는 35분, 길어도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루이스호수 주위를 트레킹 한 그날 저녁 바로 밴프로 이동하였다.
밴프 역시 재스퍼와 마찬가지로 높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지만 로키산맥 관광의 관문이라 그런지 무척 크고 번화한 도시다.



유스호스텔 위치 안내가 마치 버스 터미널에서부터 걸어서도 금방 도착할 것 처럼 설명되어 있길래 걸어서 갔는데 40분도 넘게 걸었다.
앞 뒤로 30kg의 무게를 짊어진 채 말이다. --;
프론트 직원도 걸어서 왔다고 하니 놀라는 표정이었다.
시내로부터 너무 멀어서 다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그날 하루는 접었다.

저녁나절엔 조용했던 유스호스텔이 시끄러워 진 것은 밤 10시가 지나서였다.
호스텔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10시면 유스호스텔은 lock out이 되어 출입이 금지된다.
그런데 10시가 넘어서 수십명의 한국 대학생들이 몰려든 것이다.
물론 미리 예약은 했겠지만 여행객들이 편하게 쉬기 위해 찾아 온 숙소에 취침시간이 다 되어 단체로 체크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서 어긋난다.

그들은 영어로 청년 탐방단이라 씌여진 단체복을 입고 있었으며 어느 기업이 후원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같았다.
막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캘거리로 내려 밴프로 바로 온 것이었다.
그들의 행태는 실로 세계최악의 추태였다.
한 밤중에 다른 여행객은 아랑곳 없이 이방 저방을 헤집고 다니며 자기 가방을 찾질 않나, 밤 9시 이후에 사용금지라고 엄연히 붙어있는 세탁기를 돌리질 않나-영어를 못 읽는거야?- 한국에서 싸온 반찬들을 정리하면서 강렬한 냄새를 피우질 않나...
시차 때문에 잠이 없는 모양인지 늦은 밤까지, 또 이른 새벽부터 소란을 피웠다.
참다참다 새벽 5시에 잠좀 자자고 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서야 내가 있던 방은 잠잠해졌고 나가서 뭐라 말을 했는지 전체적으로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지적 수준이 초딩 수준도 아니고...
이런 기본 소양 교육도 없이 애들을 내 보낸건가?
도무지 요즘은 성인이 되어도 철이 들지 않는다.
주최 의도는 외국에 나가서 뭔가를 배우겠다고 시작 한 것 같은데 그 보다도 국제적 망신이다.
안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 제대로 터져줬다.
외국 여행객들이 그 애들을 보고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겠는가?



밴프는 큰 도시지만 의외로 밴프만 보기엔 그다지 볼 것이 많지 않다.
정작 밴프에서 좀 나가야 볼거리들이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관광포인트를 물어보자 역시 첫번째로 물어 오는 것은 차가 있냐는 것이다.
없다고 하자 버스 노선표를 보며 갈만 한 곳을 찍어주었다.
그 중 맨 처음으로 찾은 곳은 밴프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설퍼산(Sulphur - 술퍼로 읽으면 대략난감).
곤돌라로 산 정상까지 금방 오를 수도 있고 걸어갈 수도 있지만 걸어서는 무척 힘이 들거라는 관광안내소 직원의 말에 바로 곤돌라로 향했다.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 호텔(Fairmont Banff spring hotel).
1888년 세워진 캐나디언 로키에서 가장 최고급 호텔이다.



약 7분간 곤돌라를 타고 해발 2281미터의 설퍼산 정상에 오르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색다른 캐나디언 로키를 만날 수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 바깥이 보이지 않게 가리고 있던 산들이 내려다보이고 구름마저 아래로 보인다.



곤돌라 승강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기상 전망대가 있다.
여기까지 거저 올라왔으니 조금은 걸어서 정상은 밟아봐야겠다.





날씨가 화창해 눈이 부신데 그 위로는 또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천왕봉에를 올라도 1500미터가 채 안되고 바다 건너 한라산에 올라도 2000미터가 안되는데 이제 해발 2000미터는 아무것도 아닌 높이가 되어버렸다.
높은 지대에 오르면 서늘하고 맑은 공기가 쾌청한 시야를 만들어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인증 샷



이렇게 보니 등산로가 잘 닦여있다.
걸어서 와볼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그늘도 없는 산길을 5.4km 걸었다간 탈진해버릴지도 모르겠다.

정상에서 한국분 부부를 만났다.
밴쿠버에 거주하시는 분들인데 잠시 휴가를 내어 놀러오셨다고...
잠시 간식이나 함께 들자고 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산새가 체리를 알아보고는 날아와 달려든다.
새가 쪼아버린 체리를 그냥 버릴 수도 없어서 새에게 주긴 했지만 원래 야생동물에게는 먹이를 주면 안된다.
먹이를 줘 버릇하면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게되다보니 자꾸 인간 주위만 돌아다니게 되고 스스로 먹이를 찾는 능력이 떨어져 야생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동물들에게는 해가 되는 행동이다.
나중에는 동물들이 인가로 점점 접근하며 사람에게도 해를 입히니 결국 인간 자신에게도 해가 되는 행동이다.



체리를 물고는 둥지로 날아가는 것 같더니 다시 또 날아와 서성거린다.
이미 사람=먹을것이란 학습이 된 것이다.
이런 순환이 되풀이 되기 때문에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야박하더라도 먹이를 주지 말자.

한참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내 여행 이야기를 들려드렸더니 '이런 사람을 보면 또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일정에 영향이 없다면 오늘 하루 함께 다니지 않겠냐고 물으신다.
나야말로 부부의 오붓한 여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러웠지만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으신거 같아 동행하게 되었다.
혼자였다면 재미없게 밴프 시내구경이나 했겠지만 차량으로 함께 밴프주위를 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따로 정한 것은 없다.
그냥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 서서 구경하는 것 뿐.











가는 중간중간 서서 구경을 했지만 딱히 감명 깊은 곳은 없다.
그래도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서 멈춰서서 구경을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루이스호수는 따로 방문했지만 루이스호수 못지않게 유명한 모레인호수를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모레인호수를 찾게 된 것이다.
루이스호수에서 머무르며 따로 트레킹을 해 가야겠지만 차가 있는 덕분에 손쉽게 올라갔다.



모레인호수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텐픽스(Ten peaks 열개의 봉우리)







루이스호수만큼 크지는 않지만 너무 인공적으로 꾸며지지 않아 담백한 느낌이 좋다.
날씨가 좋지 않아 에메랄드 빛 호수를 볼수는 없었지만 10개의 봉우리들이 둘러쳐져 있는 모레인 호수는 또 다른 웅장함이 있다.



모레인호수까지 둘러보니 버스시간이 다 되어 밴프로 돌아와야 했다.
이왕 온 김에 두분은 루이스호수까지 둘러보셨어야 했는데 나 때문에 일찍 돌아오게 되어 죄송스러웠다.
차량으로 돌아보니 캐나디언로키는 역시 개별여행이 최고인것 같다.
여건이 안되면 최소한 하루라도 차를 빌려 밴프 주위만이라도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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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Louise



비취 빛의 호수를 안고 서 있는 한가로워 보이는 건물 하나.
혹은 시점을 달리해 성 뒤로 호수가 펼쳐진 듯한 풍경.
달력에서 한 번쯤은 본 사진일 것이다.
익숙하지만 어디인지 모를 이 곳이 바로 루이스 호수(Lake Louise)이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Chateau-성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정말 동화속에 나오는 성 같은 모습의 호텔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만 정작 투숙객의 수 보다도 단순 방문객의 수가 더 많다.
그러다보니 투숙객 이외에는 식당과 카페테리아의 사용이 제한된다.
물론 인기가 많다보니 이 호텔에 예약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빙하가 암반을 침식하며 생긴 록플로워(rock flour : 암분)가 녹아 있어 호수의 물은 맑거나 투명하지 않고 가까이서 보면 혼탁해보인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록플로워에 반사된 빛이 에메럴드 혹은 비취 빛으로 보여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루이스 호수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면 카야킹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호수를 가로질러 끝까지 간다면 한시간 정도는 걸릴 것 같다.





호수 주위로는 산책로가 마련되어있어 호수를 따라서 걸을 수 있다.
걸어서 대략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호수주위의 절벽과 저 멀리 보이는 빙하가 현실이 아닌 양 펼쳐져 있다.

투어버스는 루이스호수에서 잠깐 시간을 보낸 다음 터미널로 데려다 주었다.
첫 날은 간단히 루이스호수의 맛만 보고는 관광안내소에서 트레킹 코스를 추천받고 다음날 본격적으로 트레킹에 나서기로 했다.



밴프와 재스퍼 국립공원에서는 야생동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카리부나 무스 역시 위험할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면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다.
문제는 곰이다.
웬만하면 혼자서 다니지 말 것이며 이 곳의 곰들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므로 종을(Bear bell) 매달아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니거나 여러 명이서 소란스럽게 다니면 피해가므로 참고하도록 한다.



하필이면 트레킹을 하기로 한 날 비가 내린다.
몸은 지쳐오는데다 비가 오니 그냥 쉬고 싶은 유혹도 손길을 뻗어왔지만 9시가 넘어 비가 그치자 미련없이 털고 일어났다.
그러나 호수 주위의 봉우리들은 사진 처럼 구름 속에 가려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래서야 그냥 운동을 위한 등산밖에 안되지 않는가?
그래도 호수와 페어몬트 샤토 호텔을 한번에 담은 사진을 얻기 위해 호수 맨 안쪽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호수 안쪽은 구름에 싸여 오리무중이다.
이렇게까지 구름이 낄 수 있나?







길은 가파르지 않다.
그야말로 산길을 걷는 기분으로 할 수 있는 트레킹인데 문제는 말을 타고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말들이 길 중간중간에 서서 변을 지려놓는데 참으로 고약하다.
그걸 또 말들이 짓밟고 다니니 거의 길 전체가 말똥으로 덮히기도 한다.















마침내 호수와 호텔이 내려다보이는 지점까지 왔다.
그러나 생각했던 구도는 나오지 않는다.
결국 트레일을 벗어나 좋은 구도가 나올 때까지 돌무더기와 자갈밭을 해매고 다녔다.





트레일을 벗어나 봉우리 아래 가까이 가니 더 웅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아무리 돌아다니며  찍어도 달력에서 본 듯한 그런 구도는 나오지 않는다.
돌아와서 사진들을 찾아보니 호텔이 호수를 업고 있는 것이 반대방향에서 찍은 것이다.
반대편 산으로 올라갔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호수 주위와 빙하를 둘러보기 위한 것이라면 호수쪽으로 도는 것이 맞다.

거의 세시간을 트레킹 했더니 지친다.
유스호스텔에서 호수까지 오가는 시간까지 하면 거의 다섯 시간.
완전히 지쳐서 바에서 음료수를 시키는데 스텝이 동양인이다.
어디서 왔는지 살며시 물어보니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온 학생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워홀러들이 대도시에서 알바를 하며 한인촌에 머물고 영어 학원이나 다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인이 거의 없는 이 곳에서 혼자서 현지인들과 지내고 있다.
일년의 반은 정신없이 바쁘지만 나머지 반은 일이 없어서 그냥 논다고...
보통의 우리나라 워홀러들은 이런 곳이 지루하다며 기피하지만 그녀는 캐나디언 로키를 즐기고 있었다.
워킹홀리데이 제도는 이렇게 여행을 즐기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워홀 제도는 왜곡된 모습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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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Jasper to Banff

로키산맥은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펼쳐져 있고 그 중 캐나다쪽은 알버타주와 브리티쉬 콜럼비아주 경계선을 따라 펼쳐져 있다.
캐나디언 로키를 처음으로 발견한 이들은 '이 풍경을 수출할 수 없다면 거꾸로 사람들을 불러오자' 라는 모토로 관광지로서 개발하였다.
이 캐나디언 로키 관광의 하일라이트는 알버타주의 밴프 국립공원과 재스퍼 국립공원이며 각 국립공원의 중심 도시인 밴프와 재스퍼를 잇는 길 주위에는 캐나디언 로키의 진수가 늘어서 있다.
밴프와 재스퍼를 단순히 차량으로 바로 이동한다면 4~5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이 길은 그냥 지나쳐만 가기엔 너무 아깝다.

이 길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량을 렌트해서 마음에 드는 풍경이 나타날 때 마다 멈춰서 구경을 하는 것이다.
만화 '식객'에 '집단 가출'이란 에피소드에 보면 노인 친구들이 캐나디언 로키로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 차량으로 돌아다닐 경우 로키산맥 관광가이드로는 확실한 만화다.
그러나 나홀로 여행객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방법.

아쉬운대로 하일라이트만을 하루만에 훑어서 보는 방법이 있긴하다.
관광 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것.
Brewster(http://www.brewster.ca/)에서 투어버스를 운행하며 또한 캘거리 공항까지의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밴프에서 재스퍼까지, 혹은 재스퍼에서 밴프까지 하룻동안 이동하면서 중요한 관광포인트에 정차하여 구경할 시간을 주며 버스 하차 전에 운전사의 간략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이 투어에는 콜럼비아 아이스필드 빙하로 올라가는 투어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밴프로 가는 길을 따라 달리면 끝도 없이 로키산맥의 웅장한 봉우리들과 빙하들이 펼쳐진다.





처음으로 내린 곳은 애서배스카(Athabaska) 폭포.
빙하가 바위를 침식하며 흘러내린 회색의 물이 세차게 흐른다.
폭포를 찍느라 정신이 팔려있는데 저 멀리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한다.
곰이 등장한 것.
많은 사람들에 놀란 곰이 날뛰다 숲으로 달려들어갔는데 주위의 사람들은 기겁을 한 대신 강건너 곰구경 하던 사람들은 사진이랑 비디오를 찍으며 신났다.
망원렌즈로 바꿔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곰은 이미 숲으로 들어가는 뒷모습 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수백년간 쌓여온 눈이 다져지고 그 위에 또 눈이 쌓여 이룬 빙하.
끄트머리에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단면이 보인다.
이렇게 무너져내려 녹은 물들이 호수를 이룬 것이다.





전체적으로 지대가 높은곳이라 봉우리 위는 만년설이 쌓여있다.
점심나절이 되어 버스는 승객들을 콜럼비아 아이스필드 빙하에 내려주었다.
콜럼비아 아이스필드는 북반구에서 북극 다음으로 큰 규모의 빙원이다.
그러나 이 빙하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매년 10m정도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사진에서 보면 아랫부분은 자갈과 돌로만 덮힌 지역이 보일 것이다.
이 곳도 예전에는 빙하였다고 한다.
한 20년 뒤에는 가운데의 빙하 지역이 그 아래처럼 회색을 드러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여기까지 왔는데 이 빙하에 올라가보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밴프나 재스퍼에서는 이 빙원만을 보기 위해서도 일부러 투어를 하는데 말이다.



빙원의 길 건너에는 휴계소이자 설상차 매표소인 빙원 입구가 있고 여기서 일단 버스를 타고 빙원 아래까지 간다.
얼음이 보이는 바로 앞에서 빙하로 올라가기 위한 설상차로 갈아타게 된다.





가이드가 이 빙원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
순식간에 끝나버리기 때문에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나처럼 아무것도 기억에 안남을 수 있다.



가파른 빙판 경사길을 힘차게 올라가는 설상차의 승차감은 의외로 박력이 있다.







버스는 수시로 출발한다.
돌아갈때는 자기의 차를 잊어버리지 않고 찾아서 타도록 해야한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 아슬아슬해 보이는 눈이지만 실상은 바위처럼 단단한 얼음이다.
쉽게 무너져내리지는 않는다.



설상차로 다다른 곳은 해발 약 2300m의 지대.
여름이라고는 해도 지대가 높고 얼음이 깔려있어 공기는 찼다.
차가운 공기 덕분인지 아랫쪽 보다 훨씬 시야가 좋은 것이 눈이 시원해진다.
얼음위에서 걷는 만큼 등산화나 바닥에 굴곡이 있는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는 쪽이 걷기에 좋을 것이다.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빙하의 맨 위쪽, 그 중에서도 한 가운데에서는 빙하 녹은 물이 졸졸 흘러 내리고 있다.
미리 알고 온 사람들은 종이 컵을 준비해 와서 함께 건배를 하고 있었다.
이왕 제대로 하려면 샴페인 잔을 준비해오면 더 좋겠고 조그마한 병이라도 들고 왔다면 청정 빙하 녹은 물을 한 병 담아가는 것도 좋겠다.
물론 약수터마냥 큰 물병 들고와서 뒷 사람 기다리게 하며 물을 받는 일은 없어야겠다.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은 나는 아쉬운대로 손으로 받아 입을 적셔봤다.
물은 의외로 시릴정도로 차지는 않았고 물맛은 상쾌했다.





빙원 위에서 30분 넘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일행이 있다면 재미있게 사진도 찍고 할텐데 홀로 여행은 이래서 안좋다.
남들은 바깥에서 한참을 시간을 보내는데 나는 20분도 채 되지 않아 금방 시들해져 설상차로 돌아오고 말았다.



매표소에는 콜럼비아 아이스필드의 모형이 전시되어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보우 호수(Lake Bow).
앞서 본 보베르호수의 경우는 맑고 투명했고 말린호수의 경우는 바닷물 같은 느낌이었는데 여기서는 정말 엽서나 달력에서나 볼 듯한 에메럴드 빛 호수를 만나게 된다.



사진에 보이는 물빛이 실제로 보이는 물빛과 다름없는 정말 파스텔톤의 예쁜 에메랄드 빛이다.
전망대에 올라선 사람들 모두 감탄사를 연발한다.
다만 아쉬운 것이 나는 이미 뉴질랜드의 티카포 호수에서 이런 물빛을 벌써 봐버렸다는 것.
신비로운 느낌이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는 느끼기에 충분한 풍경이다.

이 투어버스는 밴프까지 데려다주지만 나는 루이스호수(Lake Louise)에서 내리기로 했다.
캐나디언 로키에서도 하일라이트인 밴프-재스퍼간 길, 그 중에서도 백미인 루이스 호수에서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다.
일단은 루이스호수의 상징과도 같은 페어몬트 샤토에서 루이스호수의 맛만 본 다음 버스를 다시 타고 터미널(정류소?)에서 짐을 내렸다.

유스호스텔은 버스 정류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굳이 좋은 숙소를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여전히 비싼 물가 때문에 장을 볼때 손이 떨리는 건...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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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per

재스퍼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경.
호스텔이 몇 군데 있는지라 예약을 하지 않아도 한 자리쯤은 있으리라 기대했다.
관광안내소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전화와 재스퍼 시내의 숙소 리스트가 비치되어있어 숙소예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웬걸... 열 몇군데를 전화를 걸었지만 $50이하의 비교적 저렴한 숙소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일년의 절 반은 겨울이라 오프시즌이니 여름은 그야말로 초 성수기인 것이다.
재스퍼에서 최소 2박은 해야하는데 큰일이다.

난감해하고 있는데 여자아이 하나가 숙소를 찾느라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몇 군데 전화를 해보지만 역시 자리가 없다는 대답만 계속 듣고 있다.
"내가 먼저 다 전화 해봤는데 자리가 없더라고."
말을 걸어서 함께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여러가지로 의논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줌마가 방을 찾고 있냐고 물어온다.
자기네 집에 빈 방 하나를 민박처럼 치고 있는데 필요하면 오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침대가 더블베드 하나뿐인 방이란 것.
그나마 현재로선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인데 하나 밖에 없고, 혼자 쓰던 둘이 쓰던 값은 같다.
"나는 침낭 깔고 바닥에서 자도 되는데 같이 방 써도 되겠냐?"고 물어보자 벨기에에서 왔다는 여자아이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이틀밤의 동거가 시작되고...



재스퍼는 밴프와 함께 캐나디언 로키 관광의 중심지로 꼽힌다.
시내는 그리 크지 않고 여타 도시와는 거리가 멀어 물가도 다소 높은 편이지만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잘 갖춰져있다.
재스퍼의 첫인상은 도시 전체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로키 산맥이다.



눈 닿는 곳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다보니 재스퍼에는 트레킹 코스가 많다.



또한 녹은 빙하가 만들어낸 호수와 강들이 많아 카야킹이나 래프팅, 크루징 같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인디언들의 토템.



재스퍼 시내는 밀도있게 뭉쳐있다.
대부분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상점이며 일년의 절반은 겨울이라 쉬게 된다.
한식당을 비롯해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상점도 꽤 많다.



숙소에 짐을 푼 시간은 6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북위 높은 곳에 위치하다보니 아직도 환한 대낮이다.
함께 방을 쓰게 된 벨기에 여자애와 관광안내소에 들러 재스퍼에서 꼭 봐야 할 것들을 소개 받고는 바로 트레킹에 나섰다.
처음으로 찾아 나선 곳은 보베르 호수(Lac Beauvert).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라서 선택했다.





호수는 재스퍼 파크 롯지라는 리조트 내부에 있지만 외부인의 출입을 막지는 않았다.
다만 트랙을 나타낸 지도는 부실했고 이정표도 명확하지 않아 리조트 안에서 많이 헤매었다.
골프코스와 승마트랙이 많아 엉뚱한 길로 들었다 막히기 일쑤였다.



호수는 믿을 수 없을만치 맑고 투명했다.





저녁 9시가 지났지만 이제서야 오후 같은 느낌이 든다.
호숫가에는 수영을 즐기는 가족도 있었다.
'우리도 물놀이 준비를 해왔다면 좋았을껄' 이라며 서로 아쉬워하며 잠시 호숫가에서 쉬었다.
그러나 호숫가에는 모기가 많아 잠시도 앉아있기 힘들 정도였다.
모기 퇴치약을 바르고 내내 손으로 휘저었지만 팔과 다리는 온통 모기에 뜯긴 자국이었다.



호수 근처에는 캠핑카를 세워두고 캠핑을 하는 가족들도 많이 보인다.
여기저기 바비큐를 하느라 연기도 많이 내고 있고...
역시 캐나디언 로키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로 이동하며 캠핑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곰이 꼬일 수 있으니 음식냄새는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가벼운 신발로 바꿔신고 왔는데 생각외로 많이 걷다보니 발이 까져버렸다.
걷기는 힘든데 돌아가는 길을 걸어도 걸어도 큰 도로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닐곱 번의 히치하이킹 시도 끝에 여행 온 노부부의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여행객들 인심은 야박하기도 하여라...

가볍게 나선 트레킹에서 완전히 지쳐버렸지만 그래도 한 방 쓰게 된 기념으로 저녁에 맥주를 사들고 와 가볍게 한잔씩 했다.
벨기에에서 온 그녀의 이름은 벨.
앳된 얼굴인데다 유럽 애들이 나이보다 노숙해보이는 경향이 있어 20대 초반일꺼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서른에 가까웠다.
물론 저쪽도 내 나이가 서른 넷-그들 나이로 서른 둘이란 것에 놀랐지만...
간호사로 꽤 오랫동안 일하다가 반년동안 여행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왔다고 한다.
그 친구는 북미와 남미만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것 저것 중남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니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유럽 친구들이 뭔가를 나누는데 무척 인색하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으로는 그게 아닌데 음식을 나눠주려해도 거부하고 계산은 딱 부러지게 한다.
게다가 그 친구는 예산을 빠듯하게 잡아 와서 나랑 여행 패턴도 맞지 않다.
뭐.. 덕분에 나도 방값을 아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추구하는 여행이 달라 결국 다음날은 각자 여행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오후 나는 멀린 호수(Lake Malign)에서 스피릿 섬(Spirit island)으로 가는 크루징을 하고 오전에는 간단하게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재스퍼 주위에는 트레킹 코스가 몇 있는데 오후에 크루즈를 예약하고 크루즈 출발시간까지의 여유를 고려해 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인 피라미드 벤치 트레일로 가기로 했다.
관광안내소에서 트레일 지도를 받아들기는 했는데 약도인데다 갈래길도 잘 표시가 되지 않았다.
트레일에 접어 드는데만 한참을 헤매다가 계획했던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트레일을 돌게 되었다.



여기가 트레일 입구



화차가 지나가는데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다.



트레일을 돌다가 적당히 앉아서 점심 식사를 할만한 곳을 찾았다.
그러나 막상 앉으려보니 여기저기 동물들이 변을 지려놨다.



피라미드 벤치 트레일은 험한 길도 아니고 가파른 고갯길도 거의 없어서 편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지만 이 정도 등산이야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시간을 내어 트레킹을 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멀린 호수에서의 크루징은 재스퍼에서 가장 추천하는 관광코스이다.
재스퍼 시내에서 멀린 호수까지의 왕복 차편과 크루즈를 포함한 투어를 재스퍼 시내에서 예약할 수 있다.
그러나 동행이 있다면, 시간이 충분하다면 크루즈보다는 카야킹을 권한다.





멀린 호수로 가는 길







도착한 멀린 호수의 선착장.
이곳 역시 롯지가 있고 캠핑장이 있는데 캠핑카를 이용해 여행한다면 재스퍼는 앞서 나온 보베르호수나 이곳에서 묵는 것이 좋을것 같다.









이 곳이 카약을 빌리는 곳.
물론 1인용 카약도 있지만 멀린 호수는 너무 크다.
묵묵히 혼자서 노만 젓는 것은 이동 혹은 노동에 지나지 않을것 같고 둘이서 천천히 노를 저어가며 주위 경관을 구경하는 것이 좋은 관광법일 것 같다.



동력선을 이용해 스피릿 섬까지 가는 크루징은 약 40분이 소요된다.
노를 저어간다면 최소 3~4시간은 걸릴 듯 하다.
카야킹을 한다면 아침 일찍 서둘러 도시락과 간식을 챙겨 나서야 스피릿 섬까지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이윽고 도착한 스피릿 호수.
스피릿 섬에서는 자유시간이 약 15분 정도 주어지는데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구역이 제한적이라 섬을 돌아보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섬에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비마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면서 오히려 조용해지며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우리 배에는 일본에서 온 촬영팀이 동승했었다.
가는 길에는 촬영팀이 좋은 자리 차지하고 어수선하게 해서 사진을 잘 찍지 못했는데 돌아올때는 여유가 있다.
내가 사진 찍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으니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나와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서로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하기도 하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던 돌아오는 길이 활기차졌다.

벨은 휘슬러 산에를 다녀왔다고 한다.
휘슬러 산 역시 재스퍼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멀린 호수와 함께 재스퍼의 유명한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산이 꽤 높은데다 길도 험해서 대개 케이블카를 이용해 다녀오는데 이 친구 헝그리 백패커답게 걸어서 올라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운좋게도 케이블카로 올라갔다 걸어 내려간다는 사람을 만나 쓰지 않게 된 티켓을 얻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며 좋아한다.
좀 궁상맞다는 생각까지 든다. ^^;

계산은 확실해야한다는 생각에서인지 전날 내가 바닥에서 잤으니 오늘은 자기가 바닥에서 자겠다고 한다.
안그래도 산 타느라 힘들었을텐데 그냥 편하게 침대에서 자라고 했지만 고집이 세다.
그럴 필요 없다고, 한국은 바닥에서 자는 문화라서 나는 익숙하고 오히려 바닥이 편하다고 하자 그제서야 못이기는 척 고집을 꺾는다.
벨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 나는 거실에서 사진이랑 글 작업을 하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오늘은 맞은편 방이 비었으니 편하게 써도 된다고 한다.
허허. 사양할 이유가 없다.
맞은편 방 침대에서 편하게 자고 다음날 아침 먼저 일어나 씻고 나오니 벨이 간밤에 어디서 잤냐고 묻는다.
맞은편 방에서 잤다고 했더니 그 친구 얼굴에 서운한 표정이 보이는게 혼자만의 착각에서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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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ian rail way

페리로 알래스카를 벗어나 도착한 곳은 프린스 루퍼트.
애초에 계획은 크루즈를 이용해 밴쿠버로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수많은 돌발상황과 준비의 미비함으로 인해 거의 $1500의 손실을 봐가면서 고생스럽게 캐나다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알래스카는 너무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너무 높은 물가로 인해 힘들었던 것도 사실.
캐나다로 들어서면서 이제 좀 편해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캐나다에서 나를 맞은 것은 또 퐝당 시츄에이션.

의례히 거치는 입국심사.
무비자로 입국해 눌러 앉거나 미국으로 몰래 건너가는 한국인들이 많아서인지 한국여권에 대한 질문은 까칠하고도 길었다.
얼른 입국심사장을 벗어나고 싶은데 갑자기 짐을 검색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짐을 푸는걸 도와주려고 했더니 정색을 하며 뒤로 물러나라, 손 대지 마라며 위협을 하는 것이다.
참 나... 알아서 해라며 뒷짐지고 있었더니 물건 하나하나를 가지고 꼬치꼬치 묻는다.
일련의 상황에 짜증나서 건성건성 비협조적으로 대했더니 이러면 곤란해질 수 있다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든다.
다른 사람들은 간소하게 지나가는데 왜 나만가지고 일을 복잡하게 만드냐고 따지니깐 짐 검색은 통상적인 절차일 뿐이며 입국자는 당연히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만 설명한다.

한참을 검색하더니 볼리비아에서 샀던 코카차와 이스터섬에서 샀던 꿀을 한켠으로 모으며 문제가 되는 물품이라고 한다.
입국심사대에 있던 아줌마는 사무실로 들어가고 한 남자가 나와서는 이제야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입국 심사장에 들어설 때 마약탐지견이 나에게서 냄새를 맡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에 마약을 한 적이 있느냐, 마약을 하는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느냐, 짐에 다른 사람이 손을 댄 적이 있느냐 등 하나하나 물어왔다.

바로 볼리비아에서 샀던 코카차가 화근이었던 것이다.
일단은 코카차의 냄새 때문에 마약 탐지견이 지목한 것일 수 있지만 입국 심사자로서는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나도 순순히 협조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마약을 한 적은 없고 원한다면 검사에 응할 수 있다,
배낭여행자인 만큼 다인실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할 수 밖에 없고 그들이 마약을 하는지는 나로서 알 방법이 없다,
짐은 특별히 다른 사람이 손 댄 일이 없고 방금의 검색에서 내 물건이 아닌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차분히 대답을 하자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한가지 걸림돌이 내가 너무 많은 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1년간 세계일주로 장기 여행을 하면서 약을 사기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으며 항상 약을 준비해 다닐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자 이유는 납득을 했고 약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해야 했다.
몇몇 약은 꺼내어서 성분 조사까지 했다.
대개 문제가 없었지만 복병은 비타민C.
병에 담긴채로 긴 시간 흔들리며 서로 마모되다 보니 가루가 많이 생겼는데 그 가루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ㅋㅋㅋㅋㅋ 하긴 하얀가루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검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웃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조사는 끝났지만 바로 스템프가 찍힌 여권을 돌려주진 않았다.
사무실로 여러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며 한참동안 논의가 이어지는 듯 했다.
심사대 앞에서 있던 사람에게 그제서야 '이런 상황을 미리 알려줬다면 흔쾌히 협조했을텐데 아무런 설명없이 죄인 다루듯 해서 무척 불쾌했다'며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늘 내가 겪은 일련의 절차는 원래 매뉴얼에 있는대로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잘못된 것은 없다고 이야기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불쾌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서서는 적대적으로 대했던 심사관들도 일단 '문제 없음'으로 판단되자 웃으며 대하고 여러가지 질문들에 친절히 답해준다.
코카차는 캐나다 법령상 폐기해야하고 외부의 꿀은 자국의 꿀을 보호하기 위해 반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원한다면 집으로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별 미련이 없는 것들이라 둘 다 폐기하라고 했다.
아무튼 2시간이 넘게 입국심사대에 잡혀있다 겨우 캐나다 땅을 밟았다.
솔직히 웃을 기분은 아니지만 자기 일에 충실할 뿐인 그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어 인사는 하고 돌아섰다.

프린스 루퍼트는 큰 도시는 아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육상으로 이동해 닿을 수 있는 알래스카와 가장 가까운 도시다.
프린스 루퍼트 이북으로는 험준한 지형 때문에 도로나 철도가 잘 나 있지 않아 해상이나 항공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프린스 루퍼트는 로키산맥을 가로질러 동부로 가는 열차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캐나디언로키 관광의 중요한 베이스캠프 중 하나인 제스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와 열차 두가지 방법이 있다.
프린스 루퍼트에서 재스퍼로 이어지는 길은 스키너 루트(Skeena route)라고 하여 로키 산맥과 호수들, 그리고 끝 없이 펼쳐지는 침엽수림들로 절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 길을 이동하는 자체가 중요한 로키산맥의 관광이 된다.
그런데 버스는 프린스 루퍼트에서 저녁에 출발해 아침에 프린스 조지에 도착한 다음 저녁에 다시 재스퍼로 이동하는 버스로 갈아타야한다.
이 훌륭한 길을 볼 수 없다는 것.
반면에 열차는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 프린스 조지에 도착한 다음 1박을 하고 다음날 다시 재스퍼로 이동한다.
버스요금보다 열차요금이 더 비싸고 싼 숙소가 없는 프린스 조지에서 1박을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그 풍경은 놓치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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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에서 열차는 승객 운송보다도 화물운송의 비중이 훨씬 크다.
주요 화물은 목재와 광석, 곡물 등 1차 생산품이다.
화물 열차에서는 100량 편성이 기본일 정도로 많은 화차를 끌고 가기 때문에 철도 건널목에서 한 번 잡히면 참으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에 여객열차는 단촐한 편성이다.
스키너 루트를 운행하는 열차도 수화물 차량을 포함해서 5량 정도 규모의 소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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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 루트를 운행하는 차량도 알래스카 열차처럼 파노라마 전망을 제공하는 객차가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객차를 이용하는 승객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요금이 비싼 탓이다.
열차 승무원들은 융통성 있게도 멋진 절경이 나타나면 이 객차를 일반석 승객들에게도 공개하여 사진을 찍거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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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의 열차 여행을 위해 아예 프린스 루퍼트에서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올라탔다.
역시 열차에서의 식사는 메뉴는 비교적 다양한 편이지만 다소 비싸다.
컵라면도 3~4000원 정도 수준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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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침엽수림은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고 빽빽하다.
이 정도면 웬만큼 베어내어도 표도 나지 않을 것 처럼...
우리나라도 통나무집을 지을 원목 자재를 캐나다에서 많이 수입한다.
가끔 숲의 새대교체를 위해 소이탄을 이용하기도 할 정도라는데 탄 나무는 거름이 되고, 산불의 열은 솔방울을 싹 틔우는 에너지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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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로 이동하다가 중간쯤에 자전거를 내려 자전거로 여행을 하려는가 보다.
건강한 중년의 부부 모습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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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는 한 번 씩 정차를 하지만 한적한 시골 마을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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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산 임수?
숲이 감싸고 앞에는 웬만해서 줄지도, 넘치지도 않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강.
내가 딱 꿈꾸는 그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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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에, 호수에 하늘이 그대로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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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셀프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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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간간이 고개를 들어보면 달력에나 나오던 그런 풍경들이 펼쳐지곤 한다.
평화로운 느낌 그 자체다.

저녁 7시경이 되어서 열차는 프린스 조지에 도착했다.
북위 높은 곳에 위치하다보니 저녁 7시라도 오후나절 처럼 환하다.
북미지역 유스호스텔 목록을 뒤져 프린스 조지의 유스호스텔을 찾아갔지만 폐업을 한 상태.
철도 역의 관광안내소로 가서 숙소 전단지들을 뒤졌지만 싼 곳이 없고 대부분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이동하기도 힘들다.
결국 승무원들이 묵는 시내의 라마다 호텔에 비싼 값에 묵었다. ㅡ.ㅜ

둘쨋 날.
드디어 열차는 본격적으로 캐나디언 로키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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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은 침엽수림과 초원, 호수와 강이 주를 이루었다면 둘쨋 날은 산세가 볼거리다.
스키너 루트의 종착역인 재스퍼에 다가가자 록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마운트 롭슨(Mount Robson)이 보이기 시작한다.
높이가 해발 3954미터로 끄트머리는 구름에 가려 아쉬움을 주었다.
참고로 북미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알래스카에 있는 맥킨리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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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차는 이틀동안 1160km의 거리를 열심히 달려 5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재스퍼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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