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apurna Trekking - Day 3

푼힐전망대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 셋째날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아직은 깜깜한 새벽 4시 30분.
푼힐 전망대까지는 약 40여분 거리.
일출은 약 6시 10분경이라고 하지만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일출을 기다리기 위해 조금 일찍 일어나 서두르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서두르는 사람은 많았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있었다.
푼힐도 높이 3200미터 이상의 고원.
고레파니의 2300미터 지점에서 900미터가량을 올라야한다.
산소마저 희박해져 짐을 매지 않아도 걸음을 떼기가 힘들었다.





전망대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30분경.
이미 많은 사람들이 깜깜한 전망대에서 짜이로 몸을 녹이며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홍차 티백을 한번만 쓰고 버리는게 아니고 두어번 쓰는걸 보고있자니 왠지 찜찜해서 핫초코를 진하게 해서 달라고는 몸을 녹였다.



출발 때 한밤중에 별이 보일 정도로 하늘이 맑아서 기대해도 좋을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침하늘은 구름이 짙게 끼었다.
어디가 안나푸르나인지 모를 정도로 머리 위, 발 아래 사방천지 구름에 둘러싸였다.
이미 일출 시간은 지났고 주위는 희끄무레 밝아왔지만 안나푸르나는 보이지 않았다.
ABC나 MBC보다도 오히려 더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푼힐이라고 하는데 실망스럽다.



많은 사람들은 바쁜 일정에 더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내려가는 걸음을 재촉했지만 우리는 쫓기는 것도 없겠다 조금이라도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조금 기다리자 구름이 약간 옅어지며 안나푸르나가 살짝 내비치기 시작했다.
모두들 구름이 날아가버리기만을 바랬지만 바람과는 달리 그나마 비쳤던 안나푸르나마저 이내 다시 구름속으로 사라졌다.
아쉬운나마 ABC에서의 더 멋진 장관을 기대하며 7시 30분경 하산길에 올랐다.









오늘부터는 동행이 한분 늘게된다.
KBS에서 근무하시다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인생을 즐겨보시겠다고 정년을 10년 남겨두고 과감히 회사를 박차고 나오신 강선생님이랑 ABC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원래 산을 좋아하셔서 산행은 익숙하시다고...
그래서 말은 동행이지만 숙소에서 묵는 것만 같이하고 길은 제각기 페이스대로 걷기로 했다.
그래도 앞서서 숙소를 잡아주시니 뒤에 처지는 나는 늦어도 마음은 느긋하다.



셋쨋날 고레파니에서 따다파니로 가는 길은 험하다.
한참을 내려갔다 또 올라가는 길이 반복 된다.
지리산 능선처럼 오르고 내리는 길이 짧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수백미터를 내려갔다 또 그만큼을 또 오르는 길이라 피로도가 더할것 같다.











그런데 산행을 시작하고 두어시간이 지나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가는 비도 아니고 꽤 굵은 비다.
처음엔 어디서 비를 피할까 생각도 했지만 구름을 보아하니 금방 그칠것 같이 보이지도 않고 빗방울이 꽤 굵어 마땅히 피할곳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비를 맞고 계속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산속에서 혼자 비를 맞고 걷자니 그렇게 처량할 수 없다.
한참을 걸어서 겨우 한 마을에 도착했고 거기서 동행을 만나 잠시 차를 한잔 하며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다행히 잠시 후 비가 그쳤고 또 비가 내리기 전에 얼른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점심 식사를 위해 또 다른 롯지에 들렀을 때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피해서 11월에 히말라야를 찾았는데 이게 웬 수난인지 모르겠다.
푼힐에서 안나푸르나도 못보고...
이후로도 걷는 동안 몇 번 비를 만나지만 그다지 굵은 비가 아니어서 잠시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다 걷고를 계속해 겨우 셋쨋날의 숙소 따다빠니에 도착했다.



원래 여기서의 전망도 훌륭하다고 하지만 가까운 산 밖에 보이지 않고 안나푸르나 등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숙소에는 일본에서 온 연세많으신 분들의 그룹이 있었고 그분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깥에서 사람들의 걸음이 분주해지는 것을 느꼈고 창 밖을 봤을 때 구름 사이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는 안나푸르나를 발견했다.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뿐 안나푸르나는 저 멀리 분명히 있었다.







그 옆으로는 마차푸차레도 모습을 살며시 드러냈다.





시간이 지나자 차츰 구름이 더욱 많이 걷히면서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로 저만치에 있는것 같은데 우리 머리위 5km위에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하루 이틀 걸으면 닿을것 같은데 일주일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것 역시 실감나지 않는다.



따다파니의 숙소는 테이블 아래에 잔불을 넣고 주위를 담요로 둘러싸서 온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한 다음 사람들이 테이블 주위에 둘러 앉는다.
마치 일본의 고다츠와도 같다.
저녁식사 후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아 일본인 아저씨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시간이 잘 간다.
처음엔 나 혼자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말문이 트이자 동행 여자아이가 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완전한 문장도 아니고 부정확한 영어 단어들만의 나열일 뿐인데 뜻은 잘 통한다.
셋쨋날은 아쉬움과 놀라움이 교차하며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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