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apurna Trekking - Day 4&5
- 4일차
사흘째 되는날까지 푼힐전망대를 거쳐가는 코스였다면 4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ABC 코스로 접어든다.
타다빠니에서 촘롱까지 가는 것이 정석 코스.
촘롱은 ABC 코스에서 반드시 거쳐가는 마을로 ABC 트레일의 베이스캠프와도 같은 마을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마을도 커지고 잘 갖춰져있다고 한다.
전날 저녁 구름이 걷히기 시작해서 아침에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잘 보일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하늘은 구름이 잔뜩 낀 상태.
결국 아쉬움만 안고 넷째날 산행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넷째날도 역시 한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길이다.
이제 서서히 산길이 지루해지기 시작하고 지치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8박9일의 일정도 감내하겠지만 별다른 변화없는 똑같은 산길을 오르고 내리니 지겨울 수 밖에...




촘롱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아침 8시경에 출발해서 12시경에 촘롱에 도착해버리고 말았다.
물론 강선생님은 이미 도착해서 식사까지 마친 상태.
촘롱은 큰 마을이라 중간쯤 되는 4일차에 좀 편안히 쉬어갈 수 있지만 점심나절부터 쉬기는 너무 아쉽다.
그래서 한 마을을 더 가서 시누와에서 묵어가기로 일정을 바꿨다.

촘롱에서는 김치가 맛있다는 식당 하나를 추천받은게 있어서 그곳을 찾았다.
그 롯지의 주인 동생이 우리나라에서 몇개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말을 좀 할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랑 이야기하는 재미에 이 친구 주문을 미처 넣지 않았다.
덕분에 식사시간이 한시간 반으로 길어져버렸다.
강선생님이 숙소를 잡아놓으실꺼라 우리는 여유가 있지만 하늘이 심상치 않은게 또 비가 내릴것 같다.
식사를 너무 오래 기다린 바람에 식사후 쉬지도 못하고 또 시누와로의 길에 올랐다.

촘롱에서 시누와까지의 길도 끝없는 내리막과 오르막의 길이다.
촘롱에서 바로 저만치 보이는데 바로 가는 길이 없다.
한참을 내려가 계곡위에 걸친 다리를 건너서 다시 한참을 올라간다.
이런 길을 아침부터 간다면 보나마나 초장에 지쳐버릴 것이 뻔하다.
차라리 시누와까지 가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시누와는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나뉘는데 두 마을 사이도 거의 40분 정도의 거리다.
그것도 오르막길로...
막판에 지루하고 힘든 오르막을 계속 오르자니 더욱 지친다.
이 날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중간중간 비가 부슬부슬 내려 잠시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기도 했지만 큰 비는 없었다.
그러나 시누와 윗마을에 도착하자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 비를 만날 뻔 했다.
원래 시누와는 사람들이 거쳐가기만해서 숙박하는 트레커는 많지 않은 마을이다.
그런데 비 때문에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묵게되었다.
비 덕분에 롯지 주인장은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러나 태양열로 온수를 덥히는 시스템은 흐린날로 인해 온수를 많이 만들지도 못한데다 갑자기 모여든 손님들로 인해 온수통이 비어버렸다.
결국 찬물로 냉수마찰을 하고 말았다.
시누와부터는 상당히 추워져서 식당에서 히터요금을 받을 정도인데 찬물로 목욕을 했으니...
그래도 식당에 김치가 있어 라면에 밥 말고 김치를 곁들여 오랜만에 뜨끈하게 속을 데울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롯지 침실도 부쩍 추워지는 것을 실감하게된다.
다음날부터의 일정이 살짝 걱정되기 시작한다.
- 5일차
간밤에 비가 천장을 때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알람소리에 강선생님이 먼저 일어나 바깥을 내다보셨다.
"어이구 간밤에 눈이 내려 멋지네. 사진 찍어야겠다."
반가운 소리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나가보니 가까운 산에는 하얗게 눈이 쌓여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왼편으로는 안나푸르나가 아침 햇살을 받아 노란 빛으로 빛난다.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꺼내어오니 금새 안나푸르나는 구름속으로 숨어버린다.
그러나 아침을 주문하고 식당에 앉아있다보니 하늘이 파랗게 점점 걷히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마침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가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어제, 그제 비를 맞으며 걸은 것에 대한 보상인가?
롯지의 위치상 완벽한 풍경은 아니지만 드디어 눈 앞에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드러난 것이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고봉들과 파란 하늘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좋게 트레킹을 시작할 것 같다.
트레킹 5일째.
10일이 될지, 9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환점을 찍은셈이다.
오늘과 내일은 이틀동안 하루에 900미터씩 치고 올라가야하는 힘든 길이다.
트레킹의 클라이맥스랄까?
오늘부터는 뜨거운 물 샤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땀을 흘리지 않고 걷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오늘의 트레킹 코스에서는 안나푸르나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안나푸르나는 이미 구름속에 숨은지 오래다.
그러나 마차푸차레는 그 위용을 숨기지 않고 얕은 구름을 머리위에 인채로 트레커들을 반기고 있다.
시누와에서 다음 마을인 뱀부(Baboo)까지의 길은 힘든 길이다.
한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 길이다.
그러나 아직 기운이 있는 상태에 맑은 하늘을 벗 삼아 걸으니 약간의 힘든 것은 오히려 상쾌함으로 다가온다.
햇살때문에 자외선 차단 크림까지 바르고 트레킹을 나섰는데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누와에서 출발 두시간여만에 첫번째 마을 뱀부(Bamboo)를 지나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데 빗방울이 돋는 것이다.
아직 다섯시간여를 더 가야하는데 큰일이다.
트레킹 닷새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를 만나니 무슨 액운이라도 낀건가?
다행히 큰비는 만나지 않았지만 빗방울이 굵어질 때마다 나무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다보니 발걸음은 더욱 더디어진다.
두번째 마을인 도반(Dovan)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아직 점심시간으로는 이르고 일행들은 나보다 훨씬 전에 지나쳤을테니 다음 마을인 히말라야(Himalaya)까지 두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여기서 점심을 먹긴 곤란하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인지 10시 경에 시리얼바를 하나 먹었음에도 배가 고프지만 혹여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행을 위해서라도 부릴 여유는 없다.
도반의 고도는 2500미터, 히말라야의 고도는 약 2830미터.
이 정도의 고원이라면 수목한계선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오를수록 밀림이 펼쳐진다.
우거진 덩쿨과 이끼는 마치 밀포드 트랙의 우림을 연상시킨다.
두시간이 걸린다는 표지판과는 달리 한시간 반만에 히말라야에 도착했다.
일행은 나를 기다리다 먼저 점심을 들고 있다.
나보다 거의 한시간을 먼저 도착했으니...
덕분에 미안한 마음은 조금 덜었다.
점심을 급하게 들고는 나도 서둘러 출발했다.
오늘의 목적지인 데우랄리(Deurali)까지는 히말라야에서 약 한시간 반.
앞서가던 가이드가 이제는 나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도반에서 히말라야까지 300미터를 올라왔는데 히말라야에서 데우랄리까지 또 300미터를 올라야한다.
점심식사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다리가 풀린다.
몇번 발이 미끄러져 발목을 접지를뻔 했다.
스틱을 짚은 팔에도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고도 3000미터를 넘어서자 이제는 비가 아닌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모스크바에 이은 올 겨울(?) 두번째 눈이다.
이대로 눈이 많이 내리면 내일 산행도 무리가 될텐데...
한시간여를 걷자 데우랄리가 보인다.
바로 저 앞에 보이는데 한참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다.
10분이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거리를 30분을 걸어 겨우 도착했다.
데우랄리에 도착하자 눈에 띄게 나무와 풀들이 줄어들었다.
위 아래로 훑어보니 이쯤이 수목한계선인가보다.
애초에 더운물 샤워는 생각도 안했는데 롯지에 도착하자 더운물 한 양동이에 50루피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씻을 수 있을때 한번이라도 더 씻자는 생각으로 더운물을 주문했는데 더운물 양도 너무 적고 너무 빨리 식어버려 하는둥 마는둥 대충하고 말았다.
오늘 하루 에너지 소비가 많았던지라 저녁은 달밧을 주문해 오랜만에 거나하게 먹었다.
전날과는 확연히 다르게 추워진 롯지에서 그렇게 다섯번째 밤을 맞았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