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os Aires of Tango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면 어디서나 탱고를 볼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왜?
책에서도 그러고 블로그 여행기에서도 그랬으니깐.
도시 곳곳에는 거리의 댄서들이 매일같이 하루종일 거리 공연을 하고 탱고 음악만 나오면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나와 탱고를 출 줄 알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스텔에 도착해서 방에 짐을 풀자마자 인포메이션에 물었다.
"어디로 가면 거리에서 탱고를 볼 수 있을까요?"
탱고쇼를 원하냐고 되물어왔다.
"탱고쇼가 아니라 거리의 댄서들이 하는 탱고 말이에요."
그러자 'Free Tango show'를 원하냐며 일요일 산텔모 지역의 도레고광장에 가면 공짜 탱고쇼를 볼 수 있을꺼라고 한다.
이상하다... 그들이 한국의 여행객들이 힘을 실어 이야기 하는 거리의 댄서들을 모를리가 없는데...
아마도 거리에 탱고 댄서들이 너무도 흔해서 내가 한 질문이 우문이었나보다.
일단은 제대로 된 탱고쇼도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호스텔에서 추천하는 탱고쇼를 바로 그날 저녁 공연으로 예약했다.
유스호스텔 회원 할인으로 140페소. 다소 비싸긴 하지만 풀코스 저녁식사 포함에 와인도 무제한 제공이라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이 쇼는 마지막에 사진으로 이야기 하겠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둘쨋날.
본격적으로 거리의 댄서를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어디서나 쉽게 거리의 댄서를 볼 수 있다는 산텔모와 라보카 지구를 중심으로...
그런데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는 거리의 댄서는 도대체 어디 있는건데?
거리의 상인들은 이렇게 많은데 댄서는 어디 갔냐고요?
내가 왔다는 소문 듣고 다 숨어버렸나?
산텔모 지구의 관광 안내도다.
이거 사진으로 찍어서 들여다보면서 과장 조금 보태어서 산텔모 지구는 골목골목 다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가 관광안내소를 발견했다.
다소 외진 곳에 있어서 사람은 별로 찾지 않을듯한...
내가 가니깐 너무도 반갑게 맞아준다. 심심했나보다 ^^;
자기도 거기서 꽤 오랫동안 안내를 했는데 한국인은 내가 처음이란다.
그러면서 물어보지도 않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완벽가이드를 거의 20분에 걸쳐 들었다.
어디서 어디로 가려면 몇번 버스를 타고, 택시는 요금이 얼마정도 나오고, 어디는 위험하니깐 혼자서 걸어다니지 말라고 충고도 해준다.
거기서도 거리의 댄서를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일요일에 산텔모 지구의 Defensa거리에 free market이 열리는데 거기에서 볼 수 있을꺼라고 한다.
그리고 라보카 지구에 가면 매일 있다고 한다.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면 어디서나 탱고를 추는 사람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라고 반문하자 글쎄 자기는 잘 모르겠단다.
라보카에 가면 탱고를 많이 볼 수 있냐고 물어보자 몇명 있다고만 한다.
그래. 내가 못찾은 것 뿐일꺼야.
설마 있지도 않은 내용으로 여행기를 썼겠어?
부푼 기대를 안고 라보카지구로 향했다.

아... 탱고 댄서가 있다. 그럼 그렇지...
그래 어서 탱고를 보여줘~.
그런데 그 주위에서 10여분을 맴돌아도 탱고를 출 기미는 전혀 안보인다.
그들은 댄서가 아니라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돈을 받는 탱고 코스튬 플레이어였던 것이었다. -o-
라보카지구는 산텔모에 비하면 훨씬 작다.
그러면서 관광객들 주머니를 털어먹는 상점들의 밀도는 훨씬 높다.
알록달록 예쁘고 탱고음악이 흘러넘치고 활기있다.
그러나 탱고는 없다. 관광객들과 상인만 있을 뿐...
그 넓지도 않은 동네를 한참 헤매다보니 광장 한 귀퉁이에서 한 커플이 탱고를 추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발품을 팔아 발견한 유일한 탱고 댄서다.
약 3분에 걸쳐 한곡의 탱고를 추고 나자 그나마 끝이다.
그리곤 돌아다니며 공연료를 걷는다.
딸랑 100페소 한장밖에 없던지라 잔돈을 바꿔오겠다고하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수퍼마켓에서 1.5페소 정도 하는 음료수를 5페소에 팔면서도 100페소를 내밀자 잔돈이 없다며 거절한다.
대여섯군데의 상점을 돌아다녔지만 똑같았다. 참 얄미운 장삿꾼들이다.
하는 수 없이 미처 생각하지도 않았던 탱고 CD를 거금 45페소를 들여 사고서야 잔돈을 만들 수 있었다.
광장으로 돌아와보니 그 사이 댄서들은 떠나고 없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는 생활이라고? 생활이 아니라 생계겠지.
어디서나 볼 수 있다고? 하긴 유료 탱고쇼 리스트를 뽑으면 A4 서너장도 만들 수 있을꺼다.
정확한 스텝과 안무로 기계적인 쇼보다도 거리의 댄스가 훨씬 자연스럽고 보기 좋다고?
일부러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일정을 하루 늘여 일요일에 그 관능미 넘친다는 산텔모의 노인 스트리트 댄서들의 공연을 봤는데 그게 탱고냐? 캬바레 나이트의 불륜중년댄스지.
하루를 소비해서 얻은 결론은 이거다.
"탱고를 보고 싶으면 돈을 내란 마리야. 탱고는 문화 상품이야!"
잘못된 정보, 부정확한 정보, 주관적인 정보는 없느니만 못하다.
주관적인 정보보다는 돈이 훨씬 정직하다.
배낭 여행객들이 혐오한다는 그 틀에 박힌 비싼 탱고쇼의 사진으로 이번 포스트는 마무리 하겠다.
한두명 밖에 없는 거리의 댄서를 찾아 하루종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헤맬것인가? 관광안내소의 리스트에서 가격과 평점을 보고 쇼를 고를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