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market on San Telmo



아르헨티나에서의 여정은 딸랑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이구아수폭포 둘 뿐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필자가 결코 선호하지 않는 대도시지만 도시의 풍경과 탱고라는 문화가 있어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2박3일의 일정을 계획했지만 관광안내소에서도, 유스호스텔 리셉션에서도 일요일에 열리는 자유시장(Free market)이 볼거리도 많고 가볼 가치가 있다고 추천을 해서 일정을 하루 늘였다.

사실 여기에는 사람들이 그다지도 칭찬하는 거리의 댄서를 보고싶은 욕심도 작용했다.
그러나 탱고 댄서는 고작 한팀 뿐이었다.
그것도 수준미달의.
노인들이 탱고를 춘다는 것이 볼거리일 뿐이지 그건 탱고도 아니었다!
만약 그것 뿐이었다면 배신감과 허탈감으로 한판 엎었겠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이 힘주어 추천한 프리마켓은 기대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했기 때문에 하루의 일정 연장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일요일 산텔모지구의 데펜사(Defensa)거리는 차량출입이 통제된다.
그리고 누구든 이 거리에 와서 자신의 물건을 늘어놓고 팔기 시작한다.







품목에는 제한이 없다.
배고픈 예술가들이 직접 창작한 미술품, 사진, 조각, 인형에서부터 시작해 식품, 음반, 수제악기 뿐만 아니라 개인 수집품을 팔기도 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정성들여 수집한 물건 같은데 그 물건을 내다파는데는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또한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파는 벼룩시장도 겸한다.







체는 역시 남미의 영웅임을 남미에 와서 느낀다.
특히 체가 태어나 자란 아르헨티나와 체가 해방운동을 하다가 죽은 볼리비아에서 그는 으뜸가는 역사적 위인으로 꼽히는 모양이다.











데펜사의 프리마켓은 말이 통한다면 흥정도 해가면서 즐겁게 쇼핑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그러나 정성들인 예술작품에 대해서는 너무 값을 깎진 말자.
예술작품은 자신이 지불한 경제적인 가치만큼 그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만원의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도 천원을 주고 샀다면 그건 천원짜리 작품에 불과하다.





만약 그곳이 물건을 매매하는 시장이 전부였다면 충분히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데펜사 거리의 프리마켓에서는 많은 거리의 예술가들의 공연 또한 볼 수 있다.







인디오들의 전통악기로 음악을 연주하는 인디오 음악가도 있고 유머스럽거나 혹은 진지한 인형극도 볼 수 있다.





혼자서 악기 하나 달랑 들고 연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여럿이 제대로 밴드를 갖추어 연주하는 팀도 있다.





만약 음악이 마음에 든다면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CD를 파는 인디 음악가들의 음반을 하나쯤 사는 것도 좋은 기념품이 될 것이다.

거리를 지나다가 예술가의 노래가, 음악이, 퍼포먼스가 마음에 들었다면 약간의 관람료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사진으로 실린 거리의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대개 1페소-약 300원- 정도의 관람료를 지불했다.
개중에는 혼자 외진 곳에서 연주하는 것이 안쓰러 약간의 동정으로 지불한 것도 있고, 인형극이 너무 재미있어서 지불한 것도 있고, 음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지불한 것도 있다.
무엇보다도 내 사진의 모델에 대한 모델료로서의 의미가 제일 앞섰지만.
그렇게 동전 하나를 모자에, 악기 케이스에 던져넣으면 그들은 연주를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한다.
얼마를 넣었는지에 상관없이...

그러나 간혹 한 곡이 끝나면 모자를 들고 돌아다니며 관람료를 걷는 팀이 있다.
3분짜리 노래 한곡 하고 5분을 돈을 걷는다.
바로 앞에서 모자를 들고 '음악을 들었으면 돈을 내야지?'하는 표정으로 버티고 있으면 작은 동전 하나 넣기가 왠지 민망하다.
작은 동전 하나 넣으면 "Gracias"조차 하지 않고 휑하니 가버리는 4가지도 있다.
그런 음악가가 보이면 그냥 귀 막고 지나가버린다.



이렇게 동상 분장을 하고 가만히 서있는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려 하자 자기 앞의 깡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개를 숙여버린다.
돈을 안내면 사진도 찍지 말라는 말이다.
그렇게 안했으면 사진 찍고 동전 하나를 던져 넣었을텐데 얄미워서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이 동전 넣고 같이 포즈잡을때 그냥 찍어버렸다.



산텔모 프리마켓의 유명한 노인 탱고댄서팀.
이 바닥에서 꽤나 오래 한 모양이다. 몇년전 사진에도 이 팀이 있는걸 보면...
지나가다가 어깨너머로 잠시 탱고 추는 것을 봤다.
그것은... 탱고가 아니었다. 그냥 부둥켜 안고 흔들흔들거리는 캬바레의 불륜중년댄스에 불과했다.
이 바닥에서 꽤나 유명하다보니 팀도 몇명되고 장비도 많이 갖추어 '장'사'를 하고 있었다.
물론 댄스 한곡이 끝나면 수금에 나서는 전형적인 상업형 거리의 예술가.
솔직히 돈이 아까워서 어깨너머로 약 5초간 구경하고 그냥 증명사진 하나 찍어 자리를 떴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앤틱 카메라라는 간판을 보고 쇼윈도를 기웃거리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꽤나 많은 물건을 갖추고 있길래 한참을 구경했다.











가게 점원-점원인지 주인인지 모르겠지만 젊은 사내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에게 쓸만한 카메라가 있냐고 물어보자 여기 있는 대부분의 카메라가 작동한다고 한다.
자이스 이콘의 콘타플렉스가 보이길래 보여달라고 했더니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카메라 고장 사건 이후로 쓸만한 필름카메라도 하나쯤 있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유심히 살펴봤다.
상태도 좋은데다 가격도 20만원 수준으로 괜찮아 하나 살까 싶었지만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어림잡아 2kg정도?
옛날 카메라가 다 그렇듯 무게가 부담이다.

내 카메라 장비들을 보여주며 무거워서 지금은 사기가 곤란하다는 말을 하자 자기도 이해한다며 부담갖지 말고 구경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것 저것 내가 가리키는 카메라들을 모두 꺼내어 보여주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오래된 레인지파인더방식의 135포맷 폴딩 카메라는 뒷 뚜껑을 열고 간유리를 대어서 상이 맺히는 것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벌써 7~80년 된 카메라의 렌즈에서 어떻게 그렇게 선명하고도 화려한 이미지가 맺히는지...
오래는 100년도 더 된 카메라도 있었으나 정상적인 작동은 보장하지 못한다고 한다.

점원도 영어가 유창하지 못하고 나 역시 잘하는 영어는 아니지만 서로 카메라에 대해서는 잘 아는만큼 아는 단어 내에서 열심히 이야기를 주고 받으니 이해는 충분히 되었다.
설명하는 내내 자신이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설명을 충분히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게 더 고마웠다.
우리나라에는 클래식카메라, 앤틱카메라가 귀한 편이지만 골동품의 천국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자이스이콘을 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다음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오게되면 꼭 다시 찾아 그때는 카메라를 사겠다고 약속하고 명함을 주고 받은 다음 가게를 나섰다.
혹시 남미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클래식카메라 매니아는 이 가게를 꼭 찾아보시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들른 산텔모지구의 맛집으로 알려진 스테이크 가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과 맛으로 인기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았다.
평일에는 저녁 7시 이후에 문을 열고, 일요일엔 프리마켓 때문인지 점심시간부터 문을 연다.

인기있는 맛집답게 가게 앞에서부터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10여분을 줄을서서 차례가 다가왔지만 내 순서는 밀렸다.
한사람 자리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명을 앞서 들여보내고 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웨이터의 표정은 한사람 손님이 썩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테이블 위의 빵도 바꿔주지 않고 메뉴도 충분히 볼 시간을 주지 않고 주문을 재촉한다.
빵이야 서비스겠지 싶어서 그냥 주는대로 먹자 생각했고 손님이 밀리니깐 시간을 끄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다 싶어 적당히 주문을 했다.
여럿이 왔다면 이것저것 주문해서 나눠 먹겠지만 혼자서는 일품요리 하나 주문하는게 낫다.
메뉴에서 하나를 찍어 보이자 그게 다냐는 듯한 말과 몸짓이다.

음식은 소문대로 양도 푸짐하고 맛도 나쁘지 않다.
원래 식사 속도가 빠른 편이라 금방 다 먹었고 접시를 비우기가 무섭게 테이블을 치워버린다.
빈 테이블에 혼자서 앉아있는 건 참 멋적은 일이다. 빨리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이겠지?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나 이외에는 모두 천천히 식사를-식사 뿐 아니라 식후 담소까지 즐기고 있다.
대체 나만 이렇게 푸대접받는 이유가 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혼자와서 달랑 요리 하나만 시켜서?
계산서를 받아보니 주문한 요리의 가격 이외에 2.5페소의 테이블 차지가 있다. 빵값이란다.
빵도 바꿔주지 않고 빵값을 받는다.

스페인어를 할줄 알았다면 거기서 따지고 항의를 했겠지만 거기서 나는 벙어리고 귀머거리였다.
내가 푸대접을 받은 이유를 알지 못한채 돈을 지불하고 가게를 나서는 수 밖에 없었다.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고 특정 웨이터만 불친절한 것일 수 있지만 어떻게든 손님이 불쾌함을 느꼈다면 결코 서비스가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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