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Canyon

어떤 만화가가 그랬다. 만화는 엉덩이로 그리는거라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긋이 앉아서 묵묵히 그려야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와 비슷하게 나는 사진은 발로 찍는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랜드캐년(Grand Canyon-大峽谷)
미국 아리조나주에 있으며 길이 350km, 너비6~30km, 깊이가 무려 1600m에 달한다.
중심부의 국립공원의 면적만도 2,600㎢.
죽기전에 가봐야할 곳 10곳의 1위로 선정된 여행지다.-출처가 BBC라고 하는데 믿을만한것인지 모르겠다.
그 순위를 보고 이건 분명 미국사람들이 뽑아서 이렇게 선정된 걸꺼야 라고 생각했다.

그랜드캐년으로의 관광은 라스베가스에서 당일치기로 많이 이루어진다.
아침일찍 출발해서 서너시간 후딱보고 돌아가는 코스로 오히려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랜드캐년 내의 호텔이나 롯지에서 숙박을 하는 오버나잇 관광도 있지만 숙박비가 비싸다보니 배낭여행객은 감당하기 힘든 요금이다.
그래드캐년으로의 여행의 기점으로 몇개의 도시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단연 플래그스텝(Flagstaff)을 꼽는다.
차량으로 한시간반이 채 걸리지 않는 작지 않은 마을이고 저렴한 숙소도 많아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볼리비아 사막투어때 같은 그룹에 있었던 데니스란 친구가 플래그스텝에 살아서 약간의 정보를 얻긴 했지만 그 친구도 여행을 계속하는 중이라 재회하지는 못했다.

유스호스텔에 숙소를 잡고 투어를 알아봤지만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투어는 일주일에 두 번.
다른 투어들은 비싸다.
여러모로 계산해보고 내린 결론은 혼자라도 차를 렌트해서 가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투어는 일몰을 보지 않고 온다는 것이 걸렸다.

좀 더 알차게 여행하려면 일찍 서두르거나 예약을 했어야했는데 준비가 부족하다보니 아침부터 헤매게 되어 10시가 넘어서야 차량을 인도받아 출발하게 되었다.
게다가 지리에 어둡다보니 표지판등을 살피며 천천히 운전하게되어 그랜드캐년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였다.

방문자안내소 등에서 지도등을 받아 찬찬히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내부를 파악해보려했지만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일단은 부딛히고 보자는 생각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패스는 사흘간 유효하고 차량을 가지고 입장하는 경우 $20이다.
간혹 먼젓날 그랜드캐년에 다녀온 사람이 패스를 다른 여행자에게 주기도 하니깐 친구를 잘 만들어두도록 하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메이더 포인트(Mather point)
주차장은 만원이다. 한참을 빙빙돌다 길가에 주차를 하고 전망포인트로 다가갔다.
그리고 최초로 그랜드캐년과 맞닥트렸다.











헉...
숨이 턱 막혀온다.
눈 앞의 풍경은 현실이 아닌것 같다.
커도 커도 이렇게 클 수가 있나?
Grand라는 단어는 허투로 붙인 것이 절대 아니었다.
실로 믿어지지 않는(unbelievable) 대장관이다.





광각렌즈-특히 10mm~20mm 사이의 촛점거리를 가지는 초광각렌즈는 풍경사진용이 아니다.
풍경에서 그렇게 구도를 넓게 잡아서는 주제가 드러나지 않아 밋밋한 사진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풍경속에서 주제를 잡고 구도를 타이트하게 짜서 그 주제를 부곽시키는 방법을 이용해야 알찬 사진이 된다.
광각렌즈는 제한된 공간에서 좀 더 넓게 잡기 위해 사용되므로 실내용이나 건축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아니면 과장된 원근감의 사진을 얻기 위해 이용되고...

그런데 12mm의 초광각렌즈로도 그랜드캐년을 담지는 못하겠다.
너무 넓고 너무 크다.
12mm광각에서도 사진에서 빈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프레임이 너무 좁아 그랜드캐년을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어떻게 찍어야할지 모르겠다.
사진생활 3년동안에 이렇게 사진찍기 막막한 적이 없었다.
멋모를때야 그냥 찍었고 그렇게 찍힌 사진이야 거의 쓰레기통 행이지만 이제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할지 감이 잡히는 상황에서 이 거대한 풍경을 담는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다.
넓고 큰 계곡을 다 담자니 이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가 표현되지 않는다.
사람을 담아보지만 비교되는 사람이 너무 작게 나와서 인식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 안나온다.
이럴땐 무조건 많이 찍어놓고 고르는 수 밖에...









그랜드캐년의 가장 깊숙한 곳인 Hermits rest까지는 일반차량은 들어갈 수 없고 셔틀버스를 이용해야한다.
계곡을 따라 걷는 트레일은 거의 4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라 들어갈때는 버스를 타고 나올때는 걸어서 나오기로 했다.
걸어서 찬찬히 보면 좀 더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
물론 허밋 레스트까지 가는 셔틀버스도 중간중간 전망대에 정차하기 때문에 경치 좋은 곳은 버스를 타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여기가 공원의 맨 안쪽인 허밋 레스트.
여기서부터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경사가 있는 힘든 길은 아니지만 길이 평탄치는 않아 평지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정말 많이 찍었다.
영 이상하게 찍혀 버린 것들을 빼고도 남은 사진이 250여장이다.
아무리 풍경이 좋은 곳에서도 하루에 150장을 미처 못찍는데...
그만큼 감을 못잡아서 많이 찍은 것이다.

정말 열심히 걷고 열심히 찍었다.
이 사진들은 정말 발로 찍은 사진들이다.
그래도 막상 정리하니 마음에 딱 들게 화악 와닿는 사진은 없다.

해는 기우는데 아직 트레일 끝까지 오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1시간정도의 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나왔다.
좋은 장소로 이동해서 일몰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했다면 트레일도 끝까지 마치고 계곡 아래에도 내려가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방문자 안내소에서 각 전망대의 일몰사진들을 보고 가장 그렇듯해보이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랜드 뷰 포인트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물드는 강렬한 그랜드캐년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랜드캐년의 고도는 1400미터 이상으로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계곡도 깊다보니 해가 지평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곡 너머로 넘어가는 것이다.
해가 지평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붉게 산란되는 해를 볼 수 없다.
결국 머리속으로 그린 일몰의 그랜드캐년은 볼 수 없었다.





해가 완전히 진 뒤에서야 그랜드캐년에서 출발했고 또 부지런히 달려 밤 10시경에야 플래그스텝에 도착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아 다음날 한 번 더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음날은 몸이 지쳐서 도저히 못가겠다.
다음에 그랜드캐년에 간다면 새벽일찍 일어나 하루를 온종일을 캐년에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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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동하 2008/01/02 13:04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랜드캐년, 정말 멋진 곳이지..형님이 미국에 있을 때 두번 가본 곳이다..플래그스텝의 NAU에 친구가 있어서..그랜드캐년의 입구의 아이맥스 영화관에 가면 그랜드캐년 영화보여주는데 정말 장관이다..콜로라도강을 따라서 15박짜리 래프팅도 있다는데..그때는 승욱이가 너무 어려서 그냥 그랜드캐년을 밖에서만 구경했는데..다시 가면 걸어서 가고 싶구나..
    아리조나의 몇몇곳은 정말로 영화에 나올만 한 곳이 많은데..보았는지...

  2. 재경 2008/01/02 23:05  수정/삭제  댓글쓰기

    :) ㅋㅋㅋㅋ 제 싸이에 있는 사진이랑.. 같은 날 찍은 건데 어쩜 이렇게 다를까요 :p 나중에 또 놀러올께요. 문자 정말 감사해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 카이엔 2008/01/07 00:22  수정/삭제

      하하.. 같은 날 아니잖아요. 하루 전이라는... ^^;
      저야 하루종일 줄창 사진만 찍었지만 재경씨는 여러사람들이랑 재미있게 놀았으니깐 그걸로 된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