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nta Arenas

한국에서 보낸 카메라는 4일만에 도착할꺼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4일째에 통관절차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구를 반바퀴 돌아 오는 것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여하튼 주말이 겹쳐서 카메라를 받는 것이 최소 사흘은 더 걸리게 되었고, 예정을 바꿔 남부 파타고니아를 갔다가 산티아고로 돌아오기로 했다.

남부 파타고니아는 안데스 산맥의 끝자락과 피요르드 지형이 만나 남아메리카의 알프스라 불리는 곳이다.
애초에 트래킹을 하려면 이 곳에서 했어야 했다.
그러나 미처 남부파타고니아에 대해 잘 몰랐고 그래서 엉뚱하게도 남아메리카 최남단의 마을이라는 것 이외에 별 의미없는 우수아이아에만 매달렸었다.
나중에 가이드북에서도 확인했지만 배낭여행객들도 우수아이아에서 하는 것이라곤 매일밤 맥주파티를 여는 것 이외에는 별 것 없었다.
오히려 칠레의 최남단 도시인 푼타아레나스가 남극여행 및 팽귄여행, 트레킹의 중심지가 되는 곳이었다.
어쨌든 총 4일의 여정을 계획하여 푼타아레나스로 향했다.

푼타아레나스는 칠레 최남단 도시에 해당하는 만큼 산티아고에서 상당히 멀기 때문에 비행편이 대부분 푸에르토 몬트를 경유해서 간다.
세계일주 항공권을 끊을 당시 예정일을 대충 정해서 스케줄을 만들자 산티아고-푼타아레나스가 1 stop으로 걸려서 두번의 비행을 사용하는 것으로 잡히는 것이었다.
앞 뒤로 이틀을 검색해도 다 마찬가지였다.
별다른 정보가 없는 당시에는 눈물을 머금고 한밤에 출발하는 리오가예고스-부에노스아이레스 구간을 삭제하고 산티아고-푼타아레나스를 선택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에는 non-stop편이 있었다!
어떻게 5일을 검색했는데 절묘하게 그걸 피해가나?
아무튼 다음에 산티아고-푼타아레나스 구간을 사용하실분들은 일주일치를 모두 검색해서 non-stop으로 잡히는 날로 발권하시기 바란다.
일단 발권 후에는 날짜변경이 자유롭고, 일반적으로 산티아고-푼타아레나스의 1 stop은 별도로 고려되지 않는것 같았기 때문에 운 좋으면 1 stop으로 잡히는 날로도 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안되면 그냥 non-stop되는 요일에 맞춰서 이동하는 수 밖에 없고 ^^;
그러나 사전에 충분히 검색해보면 산티아고-푼타아레나스 구간은 10만원대로도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남미에서 사용횟수에 제한이 걸리면 굳이 세계일주 항공권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 구간뿐 아니라 칠레 내에서는 항공료 경쟁이 치열해서 칠레내 이동은 웬만하면 저가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대표적인 항공사는 Sky airline, Aero Lineas del Sur가 있다.

각설하고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했고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최근에는 E-ticket이 대세라 체크인을 키오스크에서 직접 하게된다.
그러나 세계일주 항공권의 경우는 E-ticket이 아니라서 키오스크에서 체크인이 불가능하다는 보딩패스(?)를 받아 카운터쪽으로 가면 체크인 카운터로 들여보내준다.
또 한가지, 세계일주 항공권은 칠레공항의 출발세(Departure tax)가 포함되어있지 않아 LAN 발권카운터에서 세금을 지불한 다음에야 보딩패스를 받을 수 있다.
국내선의 출발세는 미화 10불 혹은 칠레 페소 4890페소이다.

푸에르토몬트에서 정류할때 푼타아레나스로 가는 사람은 그냥 앉아있으면 된다.
푸에르토몬트를 떠나 바다를 지나자 눈덮힌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푼타아레나스 가면 되게 추울꺼라고, 눈밭이라고 하더니 그말 그대로였다.
가끔 구름 위로 나온 고봉을 보면 남미의 알프스라는 별명이 절로 떠오른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푼타아레나스에는 눈이 없다.
눈이 쌓인 곳은 대부분이 고지대로 기온이 낮은 곳이고 푼타아레나스는 바다에 가까운 해발 0에 가까운 도시이기 때문에 남미대륙 남단에 있어도 이제 가을에 접어든 시기에는 눈에 덮힐 정도는 아닌 것이다.
푼타아레나스는 역시 관광이 위주가 되는 도시라 그런지 과장 조금 보태어 도시 전체가 숙박업체인 것 같다.
중심가는 한 대문 건너 하나는 호스텔 간판이다.
중심가에서 많이 벗어난 곳에서도 한 블럭에 한 집 이상은 숙박업체다.

미리 예약도 안하고 호스텔월드에서 평가가 가장 좋은편인 숙소 이름만 적어들고 무작정 찾아갔다.
그런데 호스텔 주인 아주머니는 영어를 잘 못하신다.
경험상 미루어 영어가 안통하는 동네에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해봐야 돌아오는 건 갸우뚱 거리는 고개 뿐이다.
최대한 단순하고도 간단한 어휘들의 조합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말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도 좀 답답하셨는지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있던 독일 여자아이에게 데려가 통역을 부탁한다.
다행히 방이 있어 묵을 수 있게 되었다.
다행도 아니다. 이제 가을로 접어들면서 비수기로 들어가는 바람에 도시 전체에 방이 남아돈다.

독일에서 온 안토니오라는 여자아이는 유창한 영어와 스페인어를 구사했다.
영어가 어찌나 빠른지 처음에는 영국에서 온 줄 알았다.
안토니오로부터 남부 파타고니아에서 어디를 다녀왔는지, 어디를 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내 여행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에서 지내다보니 나도 영어에 주려있었나보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그러다가 안토니오가 내가 있을 4일 동안 최선의 여행방법을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어 나에게 소개해주었다.
말이 4일이지 도착한 날, 떠날 날을 제외하면 온전히 지내는 날은 이틀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제한적이다.
결국 선택된 것은 남부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이다.

일단 토레스 델 파이네 투어에 대해서는 호스텔 주인 아주머니가 다 알아서 준비해주시기로 했고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푼타아레나스 시내를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길을 나서는데 노을이 너무 알흠답다.
이럴땐 카메라가 없는 것이 얼마나 아쉬운지...
그래도 완전수동모드의 무적 캠코더 덕분에 사진은 남겼다.







시내 지리를 대충 파악하고 돌아오는 길에 수퍼에 들렀다.
여러가지를 설명해주고 통역해준 안토니오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요량으로 와인과 안주거리 삼을 치즈, 크래커를 포함한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기 위해...
이스터섬이야 외진 곳이라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남미의 물가를 접한 것은 처음인데 확실히 호주나 뉴질랜드보다는 싸다.
와인도 원래 저렴한 칠레산 와인이긴 하지만 괜찮은 빈티지와 품종으로 골라도 우리돈 3000원 안팎으로 고를 수 있다.
그날 저녁 호스텔에서는 조촐한 와인 파티가 열렸고 호스텔에 머무는 사람들과 서로의 여행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다음날 토레스 델 파이네 투어의 베이스캠프인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가기 전 오전 시간은 또 시내지리 파악으로 보내게 되었다.
마침 이 날은 일요일. 여기도 일요일은 한산하다.
마땅히 갈곳이 없어 안토니오가 추천한 공동묘지로 갔다.
을씨년스럽게 웬 공동묘지냐고?
사진을 보시라.

























이건 단순한 묘지가 아니라 조각경연장 같다.
화려한 집을 짓고 그 묘지의 주인을 기리는 조각과 사진, 유품등을 전시해두기도 한다.
어떤 곳은 가족묘 같이 보인다. 한 묘지에 여러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조경도 멋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푼타아레나스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으며 버스는 도중에 공항에 들르기 때문에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하자마자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가서 다음 날 바로 토레스 델 파이네 투어에 참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도착하자 푼타아레나스의 호스텔 주인아주머니가 미리 연락해 둔 호스텔에서 주인아저씨가 픽업을 나왔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남부파타고니아 트레킹의 중심지로 트레킹을 위한 장비 샵과 여행사가 여럿 있다.
일요일 저녁 인적 없는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거닐다가 문을 연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섰다.





남부파타고니아 지역의 맥주인 아우스트랄과 비프 샌드위치.
비나델마의 그 거대한 샌드위치가 그립다 ^^;

이곳 호스텔 주인아저씨도 영어를 거의 못하는 것에 가까운데 여기서는 통역을 해준 사람이 캐냐에서 온 등반전문가이다.
이곳에 등반기술 교육을 해주러 왔다고 하는데 내가 아프리카에도 갈꺼라고 하자 자신이 탄자니아-캐냐 지역의 사파리, 트레킹 가이드라며 아프리카에 오면 자기가 일하는 회사로 연락을 달라고 한다.
덕분에 사파리와 트레킹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얻게 되었다.

푼타아레나스도 쌀쌀한 날씨였지만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더욱 춥다.
더 북쪽인데 왜 더 추운건지...
방에는 난방도 되지않아 더욱 걱정이다.
응접실에 있던 벽난로 샷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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