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st day in Paradise
원래 타히티 휴양 계획은 리조트에서 맑고 따뜻한 남태평양 바닷물을 바라보며 가끔 바닷물에 몸도 담그고 리조트에서 편안하게 쉬다 오는 것이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일단 가서 보자는 식의 정말 막무가내로 여행을 출발했지만 타히티 리조트 휴양은 녹록치만은 않았다.
뉴질랜드에서 출발하는 타히티 투어프로그램이 4박5일에 항공요금 포함해 7~80만원 선에 있는 것을 인터넷 검색에서 봤지만 막상 뉴질랜드에서 찾아보니 모두 다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수가 없다.
만만한게 메이저급 리조트라 가장 인지도 있는 클럽메드를 찾아봤더니 이건 타히티가 아니라 보라보라라는 섬에 있다.
이걸 또 검색해보니 보라보라는 타히티에서 비행기로 50여분이 걸리는 곳에 있다. -o-
그러나 보라보라로 가는 비행기에서 또 멋진 폴리네시아 섬들의 풍경을 볼 수 있다고 놓치지 말라고 한다.
Flight센터에서 받은 브로셔에는 타히티-보라보라 왕복 항공요금이 대략 45만원선이다.
그래도 관광비행(Scenic flight) 20여분 하는데도 15만원씩 쓰는데 그거 못쓰랴 생각하고 예약하려고 했더니 폴리네시안을 운행하는 에어타히티는 작은 항공사라 웬만한 여행사에서는 티켓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끝내 타히티 들어가는 날까지 항공을 예약하지 못해 보라보라섬에서의 휴양은 백지상태로 남겨졌다.
타히티 공항에 도착하자 에어타히티 사무소가 보인다.
거기서 항공요금을 조회해보니 왕복에 대략 28만원선이다.
그리 싼것도 아니지만 예상보다 싸니 괜히 싸게 느껴진다.
아침 이른 비행기는 좌석의 여유가 많은 편이라 예약에 어려움이 없고 돌아오는 항공편은 날짜의 여유가 더 있어 자리잡기가 힘들지 않았다.
일단 항공권 예약을 걸어두고 리조트를 알아봤다.
클럽메드 한국지사에 전화로 숙박요금을 조회해보니 한명의 경우 싱글 추가요금이 더해져 하루에 36만원 선이라고 했다.
그런데 타히티에 들어와서 보라보라의 클럽메드로 직접 전화를 해보니 하루 25만원 선이다.
타히티로 여행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아무튼 클럽메드에서의 2박을 예약 지불하고 항공권도 구입했다.
2박3일에 78만원...
세계에서 가장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타히티 그것도 보라보라섬에서 이 정도면 성공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에서 클럽메드는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하지만 보라보라의 클럽메드는 저렴한 여행을 추구하는 론리플레닛에서조차 저자의 선택(Author's choice)으로 꼽힐 만큼 보라보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조식 중식 석식을 뷔페식으로 모두 포함하고, 스노클링, 세일링, 카야킹등의 기본적인 액티비티도 모두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들기 않기 때문이다.
보라보라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때로는 하루치 숙박요금을 한끼 식사비로 날리는 수도 생기기 때문이다.
일반 호텔이 오후 1시나 2시부터 체크인 하고, 오전 10경에는 체크아웃을 해야하는 것과는 달리 여기는 아침 10시 전에 체크인을 해도 되고 오후 4시에 체크아웃을 해도 된다.
오전일찍 도착하는 경우엔 도착하자마자 아침식사를 할 수 있고 출발하는 순간까지 여러 액티비티를 즐기다 갈 수 있다.
그래서 보라보라에 들어갈때는 아침 일찍 들어가서 저녁 늦게 나오는 항공편을 예약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그냥 뭉텅거려 타히티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보라보라섬이 타히티의 일부분 처럼 인식될 수 있겠지만 정식으로 말하자면 여기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이고 타히티는 프렌치 폴리네시아 상의 한 섬일 뿐이다.
단지 타히티가 가장 큰 섬이고 타히티의 파피에테가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타히티가 대표적인 이름이 된 것 뿐이다.
프렌치 폴리네시아에는 타히티, 모레아, 보라보라와 같은 유명한 섬 외에도 많은 섬들이 휴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프렌치 폴리네시아 내의 항공은 에어 타히티 누이가 독점하고 있다.
타히티에서 가까운 모레아의 경우는 보트도 운항하지만 보라보라는 상당히 멀기 때문에 항공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화물선이 있기는 하다. --;
여기서 난생 처음으로 터보프롭의 비행기를 타보게 된다.
국내 저가항공도 도입하고 있어 그리 별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이란 것은 특별하다.
이른 아침의 항공편은 좌석에 상당한 여유가 있다.
거의 매시간 비행기가 있으며 이른 아침과 저녁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앞서 말한 넉넉한 인심(?)의 숙박 체크 시스템 덕분이다.
보라보라는 타히티에서 상당히 먼 곳에 위치한 편이라 보라보라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도중에 많은 섬들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보면 제대로 된 라군을 볼 수 있다.




섬 둘레를 둘러싸고 있는 테두리가 보이지 않는가?
섬 둘레로 산호무리가 형성되고 이것들이 점점 자라 수면 높이까지 올라오게 되면서 자연스레 섬에서 일정거리 떨어진 둘레에 둑이 형성된 것이다.
이 폭이 상당히 넓어서 파도가 라군에 다다르면 육지를 만난 것 처럼 위력이 감소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라군 안쪽인 섬의 해안에서는 파도가 거의 치지 않는 잔잔한 바다가 되고 여기 저기 라군에 의해 허리 높이 정도의 얕은 바다가 형성된다.
간혹 라군 위로 해안에서 실려내려온 모래가 쌓이고 그곳에 또다른 섬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풍경을 보기위해서는 보라보라섬으로 가는 비행기의 왼편 창가에 앉아야 한다.
오클랜드 공항 면세점에서 타히티편 론리플래닛을 10여분 정도 훑어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











왕복 30만원짜리 관광비행(?)이 끝나면 보라보라섬의 공항에 도착한다.
이 그리 크지 않은 섬에 비행기가 내려앉을 수 있는 것도 라군에 의해 형성된 긴 곶 위에 약간의 공사를 거쳐 활주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은 보라보라 본섬에서 약간 떨어져있기 때문에 보트로 보라보라섬으로 가야한다.
물론 비행기요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요금은 필요없으며 보라보라를 떠날때도 보트를 타야하기 때문에 비행시간보다 한시간 30분 빨리 선착장으로 가야한다.
공항 출구를 나오면 에어타히티 마크가 찍힌 쌍동선이 보이며 에어타히티 마크의 티셔츠를 입은 승무원에게 짐을 맡기면 알아서 배에 실어주고 도착해서는 내려준다.
보트 안은 에어콘이 있어 시원하지만 출발하면 바람이 불어 시원하기 때문에 선상의 데크로 올라가 주위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보라보라 본섬에 도착하자 리조트의 팻말을 든 직원이 기다리고 있다.
리조트까지도 차로 20여분을 달려야한다.
안내받은 방은... 아~ 환상이다.
타히티도 좋았지만 보라보라는 화장품이나 의류 광고 화보에서나 보던 그런 눈부신 해변이다.
이 곳에서 아무 생각없이 해변의 야자수 그늘에 누워 책을 읽거나, 심심하면 스노클링 카약 등의 액티비티를 즐기고, 때 되면 식사나 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 근심걱정 없을 것 같은 이 곳에서의 첫날은 지금까지 이번 여행 최악의 하루로 기억되는 날이 된다.








혹시 사진에서 평소와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가?
바로 GX-10 마크가 없다는 것이다.
여행하면서 때로는 힘든 사막과 트레킹 코스에서 혹사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텨준 내 몸과 카메라에게 고마움까지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둘이 한꺼번에 고장을 일으켰다.
바로 전날 저녁까지도 멀쩡히 사진을 찍던 카메라가 이상 증세를 보이며 켜지지가 않는다.
몸은 약간의 열을 보이더니 급기야 점심식사 이후 설사가 계속 된다. 증세로는 급체인가 보다.
어제 먹은 타히티 전통 오웬이 문제인지 저녁의 참치 회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열일 제쳐두고 이번 여행은 사진이 최우선인데 카메라가 없으니 아무것도 못하겠다.
부랴부랴 한국에 연락을 하고 방안을 모색했다.
불량이야 어디에든 있고 고장이야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일어나게 마련.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라보라섬의 살인적인 물가의 단면을 접하게 되었으니...
담당자분의 전화번호를 알아보려고 인터넷을 하는데 인터넷이 빠르다는 호텔까지 20여분을 걸어가 15분에 6000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웹메일을 띄웠더니 한글을 쓰는 것은 고사하고 읽는 것도 안된다. 돈만 날렸다 ㅡ.ㅜ
클럽메드의 인터넷 키오스크는 전화모뎀 방식이라 무척 느리지만-심지어 사용방식이 전화카드를 꽂아서 쓰는 방식이다--; - 한글을 읽을수는 있다.
겨우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찾았고 한국에 전화를 걸었는데 5분간의 국제통화 요금이 17000원에 달했다. -o-
다시 한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증세로는 이상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일단 새로운 카메라를 받기로 했다.
다음 행선지의 주소를 메일로 알려주고 그쪽으로 받기로 했는데 다음 숙소의 주소를 알아내고 메일을 보내는데 인터넷을 30분간 사용했고-인간적으로 현재의 플래쉬 가득한 웹 페이지들을 전화모뎀으로 서핑한다는 것은 도를 넘어선 인내를 요한다 --;- 그 요금이 또 3만원이다. ㅜ.ㅜ
보라보라섬은 통신환경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물론 아무 생각없이 쉬러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에겐 오히려 외부와 연락이 되는 것이 더 귀찮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같은 사람은 피눈물을 흘릴 수 밖에...
가뜩이나 안좋은 몸을 이끌고 하루종일 한국과 연락하느라 진을 빼다보니 이 천국에서의 하루는 길고도 험한 지옥의 하루가 되어버렸다.
임시방편으로 캠코더로 사진을 찍긴 했지만 PC로 다운받아서 보니 이건 마치 포토샵에서 프레스코 필터를 사용한 마냥 색과 디테일이 뭉개져버린다.
그래도 웹용으로 사이즈를 줄이니 봐줄만하다.
그렇게 보라보라에서의 첫날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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