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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8 La paz (5)

La paz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
많은 사람들이 라파스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이다.

무엇이 잘못된것이냐 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는 티벳의 라사이기 때문이다.
티벳은 중국에 복속되어 독립국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라파스는 볼리비아의 공식적인 수도가 아니란 것이다!
볼리비아의 공식적인 수도는 수크레(Sucre)이며 라파스는 볼리비아의 행정수도이자 최대의 도시일 뿐이다.

애초에 볼리비아에는 들를 생각이 없었으며 라파스에는 더더욱 볼일이 없었다.
그러나 세계일주 항공권의 루트를 변경해야할 일이 생겼으며 칠레 산티아고 공항의 아메리카 항공에서 전산오류로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어 하는 수 없이 더 큰 사무실이 있는 라파스에 들르게 된 것이다.
아마존 이후로 쉴틈없이 여행을 계속해왔다.
게다가 산페드로 이후 2주 가까이 3000미터 이상 고원에서 지내야하기 때문에 하루쯤 아무생각 없이 누워서 편히 쉴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유니에서 밤차를 탄 것은 저녁 8시.
버스는 8시 30분경이 되어서 출발을 했고 포장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을 거칠게 달리기 시작했다.
곧 나아지겠지 생각했지만 한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거친 길을 달린다.
때론 흙먼지가 휘날려 창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고 때론 다리도 없는 얕은 개천을 지나기도 한다.
볼리비아 도로는 다 이런거야?
2박3일 사막투어때도 고산증 등의 이유로 충분히 자지 못했는데 이대로 자기는 글렀다.

잠은 포기하고 창밖만 바라봤다.
밤에 이렇게 보니 볼리비아의 마을들은 참 황량하다.
10시 조금 넘어선 시간에 불이 켜진 집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이 살긴 하는 것일까?
여기저기 허물어진 집들이 많아 마을 전체가 유령마을인것 같다.
도로도 포장하지 못하고 마을은 사람이 살지 않는것 같고...
도대체 볼리비아는 사정이 얼마나 나쁜것일까?

그런데 저 앞에 톨게이트같은 것이 보인다.
혹시? 설마? 생각했는데 기대에 부응하듯 드디어 포장도로로 접어들었다.
시간은 12시를 조금 넘어선 시간.
그 후로 다섯시간여를 달려 드디어 라파스에 도착했다.

볼리비아 라파스는 치안이 불안정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예약도 하지 않은 숙소의 주소만 들고 바로 택시에 올라탔다.
그런데 5분도 달리지 않아 숙소앞에 떨어진다. 이렇게 가까웠어? --;
다행히 이른새벽인데도 체크인을 받아준다.
대충 짐을 풀고 흙먼지에 찌든 옷을 벗어 구석에 쌓아두곤 샤워부터했다.

중미와 남미 북부 국가들은 대부분의 집에 보일러시설이 없다.
적도에 가까워서 계절의 변화가 뚜렷이 없으면서 고원에 위치해 연중 기온도 덥지도 춥지도 않게 거의 일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수도꼭지 물 트는 곳이 두군데인 반면 이 동네는 대부분 하나다.
온수는 샤워꼭지에 전기 온수기를 달아 해결한다.
라파즈의 수돗물이 차갑기 때문인지 온수기의 성능이 시원찮아서인지 샤워를 하는데 물이 그다지 따뜻하지 않다.
그래도 온몸 구석구석에 쌓인듯한 흙먼지를 씻어내고 나니 기분이 한결낫다.

라파즈도 해발 3600미터에 위치한 고원.
잠을 충분히 못자서 그런지 아직도 고산증 증세가 괴롭힌다.
아침 8시경 침대에 다시 누워 두시간여를 잤다.

곤히 자던 필자를 깨운것은 총소리다.
꽝 하는 총성 같은 것이 들려 살며시 눈이 뜨였다.
전쟁인가? 내란인가?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고산증으로 무거운 머리를 들기 힘들어 그대로 20여분을 뒤척였다.
그후로도 간헐적으로 총성같은 폭음이 들렸다.

항공권 루트수정을 위해 항공사 사무실을 찾아야했고 카메라 CCD에 앉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블로어(Blower-일명 뽁뽁이)가 필요해 시내에 가야했다.
치안이 불안정하다는 말에 카메라 등은 방에 그냥 두고 외출준비를 했다.
프론트에 무슨 폭음이냐고 물어보니 총성은 아니고 사람들이 행진하면서 폭죽을 터트리는 것이라고 한다.
무슨 축제냐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고 정부에 대한 불만등으로 행진하는 거라고 한다.
그냥 쉽게 데모라고 하지 -_-;

귀중품은 숙소에 뒀겠다 부담없이 시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항공사 사무실을 들러 일을 봤지만 여기서도 제대로 된 일처리를 할 수 없었다.
결국 페루 리마로 가야한다는 말만...
아~ 라파스도 불안한데 도둑소굴이란 리마로 가란 말인가? -o-

정처없이 시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도로엔 특히 인도엔 양 옆으로 노점상들로 빼곡하다.
마치 라파스 시민들은 모두 노점상을 하는 마냥...
그러나 위험해 보이는 요소는 없다.

라파스는 산, 고개 위쪽으로는 빈촌이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부촌이라고 한다.
시내에서 블로어를 찾을 수 없어서 하는수 없이 업타운으로 올라가야했다.
위쪽으론 거의 대부분이 시장이고-라파스는 상업 밖에 없는거냐? --; - 그것도 노점상이 더 많다.
부산 국제시장의 깡통시장같은 분위기다.
여기서도 블로어는 찾지 못하고 대신 쿠키 한봉지를 샀는데 1000원도 안하는 가격에 1kg도 더된다.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마법의 쿠키다 ^^;

호스텔의 프론트에 물어 식당을 찾아가니 다른 대부분의 호스텔이 비싸고 좋은 식당을 소개시켜주는 것과 달리 허름하고 저렴한 가게다.
가장 비싼 것으로 시켜도 우리돈 2000원이 안되는...
볼리비아 현지인들이 먹는 식의 local food인데 너무 짠 것을 빼면 나쁘지 않은 맛이다.

도시 분위기도 적응이 되어가겠다 다음날엔 자신감이 붙어 카메라를 메고 나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라파스에서 처음으로 찍은 사진이 시위대 사진이라니...











폭죽소리도 들려 좀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대부분이 아줌마들...
시위는 업타운에서부터 사회적 약자에 속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시위대에 합류해 다운타운으로 내려가는 형식이다.
그냥 순해보이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시위에 동참해 큰 시위대를 만드는 것을 보면 정말 살기 힘든 모양이다.
거리의 노점상들을 봐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힘든 삶에 지친듯한 표정이 찌들어있다.











시위대는 다운타운의 메인스트리트까지 이어져있다.
그러나 경찰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는 비교적 질서가 잡힌 차분한 시위다.
간간히 폭죽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적응되자 별로 겁나지 않는다.

메인스트리트를 훑어가며 카메라가게는 모두 들렀지만 블로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블로어가 걸린 사막속의 오아시스같은 카메라가게.
우리나라 카메라가게와 거의 같은 모습이다.
가게에 들어서고보니 우리 교포가 하는 가게다. ^^;
블로어도 Made in Korea다. ㅎㅎ

그런데 이 가게에서 경고를 듣는다.
"이 동네에서 카메라 그렇게 목에 걸고 다니면 큰일나요."
이 동네에서 카메라를 내놓고 다니면 여러명이서 둘러싸서 카메라를 강탈해 간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외국인들이 다니면 소매치기 수준이 아니라 강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호주에서 온 부부는 수장을 당했다느니 캐나다에서 온 부부는 생매장을 당했다느니 겁나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겁이 덜컥 난다.

가까운 곳에 한국식당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한국음식이 그리워서 간 것은 아니고 볼리비아에 대해 듣고싶은 것이 많은데 달리 들을 곳이 없어서 밥 한끼 사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으러 간 것이다.
그런데 식당 주인 아저씨 표정이 영 시큰둥하고 말투도 툭툭 던지는 것이 친절과는 거리가 멀고 한국사람이 별로 반갑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되도록 이야기 좀 끌어내려고 비위 맞춰줘가며 이야기를 이었다. - 손님이 주인 비위를 맞춰줘야하다니... -_-;
김밥 세줄과 라면 한그릇에 약 8000원을 들여 먹으며-전날 2000원에 저녁 먹었던것과 비교하면... --;-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김치찌개 육개장 등 다른 요리도 많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김밥이 먹고 싶어 같잖은 롤을 먹은 기억이 떠올라 김밥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나오는 이야기라곤 거들먹거리는 말투의 가게 자랑이 절반이고 별 소득은 없다.
그래도 허물어져가는 집과 마을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고, 볼리비아에 교민들이 꽤 있었는데 거의 2년에 절반꼴로 줄어들어 이젠 얼마남지 않았다는 이야기 등은 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한가지.
이 집에서는 남미에서 볼리비아처럼 안전한 나라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칠레 다음으로 안전하다고 한다.
아까 카메라가게 이야기랑 다르잖아?
혼돈이 오기 시작한다.

남은 김밥을 싸들고 가게를 나와 돌아오는 길에 관광안내소를 발견한다.
거기서 지도 한장을 받아들고 라파스에 대해 더 물어봤다.
그런데 거기서도 라파스는 안전하다고한다.
업타운의 구시가 쪽에는 빈민촌이 있어 다소 위험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지역은 안전하다고 한다.
그럼 카메라가게에서 좀 뻥튀기를 한건가?
물론 잘못되라고 하는 말은 절대 아닐 것이다.
무조건 조심해서 나쁠건 없으니깐.
아무튼 1:2의 다수의견과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라파스는 그리 위험천만의 도시가 아니다.


























돌아오는 길에 업타운쪽을 바라봤다.
우리나라 7~80년대초의 달동네 이상 빼곡히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빈촌을 바라보고 노점상들을 보니 안타깝다.
국토의 대부분이 고원에 사막이라 열악한 환경으로 말미암은 것이겠지만 나라 경제가 너무 어려워보인다.
백인들이 거의 살지 않는 것만봐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물가는 정말 싸다.
거리에서 오렌지를 즉석에서 짜서 만들어주는 쥬스가 한잔에 200원도 안한다.
맛과 향이 기가막혀 매일 하루에 두잔 이상은 마신 것 같다.





라파스도 큰 도시가 아니라 걸어서 돌아다녀도 하루 돌아보면 더 볼것이 없다.
둘쨋날은 그냥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와 CCD청소하고 쉬기로 했다.



통한의 블로어.
우리나라에서 사면 3000원 정도면 살 수 있겠지만 여기서 10000원 가까이 주고 사야했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것만도 감지덕지다.
사흘을 괴롭히던 먼지가 사라지니 속이 다 시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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