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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15 삿포로의 먹을거리들

삿포로의 먹을거리들

'여행의 즐거움의 반은 먹는 것이다.'
필자의 여행의 지론이다.
어렵사리 떠난 여행지에서 그곳에서 밖에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놓친다면 아무리 좋은 구경거리 천가지를 본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맛있는 요리가 지천에 널린 곳에 가서까지 된장찌개를 찾는 단체 관광객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본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 혹은 패키지로 일본에 여행을 다녀온 분들은 일본요리라면 싱겁고 느끼하다는 선입견을 가질것이다.
초밥이나 회 등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필자도 어쩌다 공짜로 패키지 단체관광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그곳 호텔에서 특별요리로 제공된 가이세키(會席)요리와 다음날 아침 낫또와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로 조촐하게 마련된 전형적인 일본 조식을 먹고는 일본여행 네번째 만에 일본요리에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정말 싱겁고 느끼하고 해산물이나 회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는, 입맛을 가리는 요리들 뿐이었다.
일부러 일본 전통식으로 비싸게 차린 밥상에 먹을것이 없으니...
그래서 일본 여행을 가려면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가져가야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의외로 일본요리도 강렬한 맛과 다채로운 맛을 가지고 있으며 강한 양념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요리도 많다.
그리고 실은 일본인들이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것들은 그런 것들이라는 것이다.

홋카이도 요리도 한국인들이 즐기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것들이 많다.
홋카이도 그중에서도 삿포로에서 꼭 즐겨야 할 3대 진미를 꼽으라면 바로 삿포로맥주, 삿포로라면 그리고 칭기스칸요리를 들 수있다.

삿포로맥주야 우리나라가 대한제국이었던 시절부터 이어져온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아사히, 기린과 함께 일본의 3대 맥주 메이커로 손꼽히고 있다.




삿포로 맥주박물관 전경













삿포로 맥주박물관은 옛 삿포로맥주 공장을 활용하고 있다.
예전에 맥주를 담그던 통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옛 방식으로 맥주담그는 과정을 미니어쳐와 사진으로 볼 수 있다.
맥주를 담그는 재료인 맥아와 호프를 맛보고 향을 맡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
한 20여분이면 모두 찬찬히 둘러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이다.
단체로 관람을 올 경우 별도의 가이드가 설명을 해준다.
일본어만 가능하다.

예전에 삿포로 맥주박물관 투어가 필수 코스였던 이유는 바로 투어 이후 있는 무료시음회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시음이 유료로 전환되었다.
맥주는 한잔에 200엔, 알콜이 없는 소프트 드링크는 한잔에 100엔씩에 시음을 한다.
세 가지 다른 맛의 맥주를 다 함께 마실 경우 400엔으로 가능하다.
'맥주공장에서 웬 소프트 드링크?'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맥주 맛은 물맛과 직결되기 때문에 음료수 만으로도 삿포로 맥주의 맛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같다.


흑생맥주와 함께 제공된 치즈 한 조각.
안주는 항상 제공되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행사때 한해 제공되는 것이다.




박물관을 벗어나자마자 만나게 되는 시음코너.
1층에 가면 더 큰 카페테리아에서 다양한 음료수를 판매한다.


더 이상 공짜 맥주가 없어서인지 찾는 손님도 준 듯 보인다.
이후 모든 맥주 박물관과 공장에서도 견학시 제공되던 무료 시음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쉬울 따름이다.

다음으로 삿포로라면이다.
라면은 일본음식일까 중국음식일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삿포로에서는 일본의 중식당에서 일본인이 만들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이 삿포로라고...
부타시루(豚汁)라는 돼지고기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은게 그 유래라고 한다.
아직도 홋카이도에는 수프로 부타시루를 파는 곳이 많다.

역시 라면의 원조인 삿포로답게 라면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삿포로라멘이라 하면 진한 국물맛이 돋보이는 미소라멘(된장라면)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돼지뼈를 푸욱 고아 만든 돈꼬츠라멘의 느끼한 맛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전통 삿포로라면의 진미이다.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는 시오라멘(소금라면)과 쇼유라멘(간장라면)이 주가 되고 흔히 미소라멘은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삿포로의 미소라멘은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맛이라고 필자는 평가한다.

라면이 삿포로를 대표하는 음식인만큼 곳곳에 라면 음식점 군락지(?)가 있다.
삿포로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 JR삿포로역 건물과 접해있는 ESTA건물 10층에 위치한 라면공화국이라는 곳이다.
10여곳의 라면가게가 모여 라면테마거리 같은 분위기로 꾸민 라면전문 푸드코트이다.
입장은 무료라고 한다. - 혹시 구경만 하면 돈받으려고 했수? --;











하코다테, 아사히카와, 아바시리 등 홋카이도 각지의 라면 가게의 맛을 전수받은 가게들이 모여있지만 삿포로에서 삿포로 라면을 먹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많은 가게 중에서 삿포로 라면을 하는 가게로 정하고, 그 중에서도 80년대에 영업을 시작했다는 가게를 찾아가 라면맛을 보았다.
물론 미소라면.
홋카이도 워크 라면 랭킹 1위의 가게라?
방송을 탔네 랭킹에 올랐네 이런 광고문구 붙여놓은 가게치고 변변한 가게 못본 것 같다.

라면을 받아들고 수프를 한모금 마셨지만 왠지 느끼하고 허전한 20%는 부족한 맛이다.
2년전 삿포로에서 처음 맛보았던 황홀경의 맛이 아니다.
이 정도의 라면은 일본 어디를 가도 맛볼수 있는 라면이다.
고작 이런 라면을 먹으려고 삿포로에 온것은 아니다.-이렇게 말하면 일본 다른지역 라면 가게들의 항의를 받을까? 그렇지만 제대로 된 삿포로 라면을 맛보면 다른 지역의 라면은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벽을 실감하게 된다.

허전한 기분을 달래고자 저녁도 라면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역시 원조가 최고다.
스스키노 거리에 위치한 라멘요코쵸만한 곳도 없다.
조심해야 할 것이 스스키노 큰 길가에 위치한 신라멘요코쵸라는 곳도 있는데 아류일뿐이다.
라면공화국과 비슷하게 깊이는 없이 삿포로라면의 이름값에 편승해 새로운 맛을 시도해 보려는 그저 그런 가게들에 불과하다.
자생적으로 생긴 원조골목과 유명세를 따라 인위적으로 만든 신흥골목...
그 차이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것이다.




세명이 한번에 지나지 못할만큼 좁은 골목에 손님 10여명도 채 앉기 힘든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엔 모든가게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2년전 맛을 보고 이것이 바로 삿포로라면이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던 만류라멘의 라멘요코쵸점을 찾았다.
밤 11시 이후엔 라멘요코쵸 모든 가게들이 야식라면을 500엔에 제공한다.
야식라면이 어떤건지 궁금해서 주문을 해봤더니 젊은 점원이 알아 듣지를 못한다.
내 발음이 그렇게 나쁘나 하고 생각했는데 연배가 있어보이는 주방장과 손님들은 다 알아 듣는다.
아마도 점원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모양이다.
야식라면이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고 그 가게의 대표 라면의 조금 작은 크기가 그것이다.
작은 사이즈라곤 하지만 야식으로 먹기엔 딱 좋은 크기다.
스스키노가 유흥가여서 밤늦게까지 한잔 하고 들어가는 손님들의 출출한 속을 채워주기기 위해 마련한 메뉴인듯 싶다.







좁은 가게만큼이나 좁은 주방에서 라면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라면은 면을 삶기 위해 국물을 끓인다.
그러나 일본 라면은 그 기원에서 보듯이 국물에 면을 말아서 먹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라면은 수프의 음식이다.
모든 가게마다 저마다의 육수가 있고 거기에 양념과 첨가하는 재료에 따라 수프가 정해지는 것이다.
그 가게의 수프는 그 가게만의 것이기에 둘도 없는 라면이 판매되는 것이다.
그런 일본 라면을 먹으면서 수프를 고스란히 남긴다는 것은 마치 튀김을 먹으면서 튀김옷만 벗겨먹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라멘요코쵸의 라면가게에서 라면을 먹는 것은 바에 앉아 주문을 한 뒤 조리가 시작될 때 부터 함께 시작된다.
첨가재료를 볶고 양념을 더하고 육수를 부어 스프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손님의 기대를 고조시키고, 라면을 받아 들어 스프를 한 술 떠 마실때 비로소 절정에 달하게 된다.
라멘요코쵸의 맛은 주방장과 손님이 마주보고 함께 호흡하는 정감어린 분위기에서 온것은 아닐까?
라면 공화국에서 허전했던 20%는 혹시 주방과 식탁이 분리된 환경에서 온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만류라멘의 야식라면
부담없이 약간은 단촐한 구성이지만 국물맛은 최고이다.


만류라멘의 스페셜 만류라멘.
삿포로 라면과 홋카이도의 풍부한 해산물이 만난 최상의 맛이다.
무려 1500엔이라는 고가이지만 사진에서 보듯 화려한 구성은 주머니 사정만 허락한다면 맛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또다른 인기 라면가게인 케야키.
간판이 작고도 참으로 예술적인 필체를 자랑하고 있어 간판으로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도 간판이 계속해서 바뀌는지라 예전 간판만 생각하고 갔다가는 그 앞에서 10여분은 헤매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손님이 길게 줄 서 있는 가게를 찾기만하면 되니깐.
저녁시간에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할 때도 있다.

라면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1시간을 기다린다...
어떻게 보면 참 할일 없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것이다.
그러나 상상해보라.
추운 바깥에서 떨면서 기다리다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섰을때 화악 끼쳐오는 온기와 진한 수프 냄새.
자리에 앉자마자 어느새 가게의 온기에 몸이 나른해져온다.
그리고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뜨거운 국물의 라면 한사발...
홋카이도에서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더불어 신흥 라면 가게들과 라멘요코쵸를 비교하다보면 역시 세월의 무게를 이길 수 없는 것은 요리 역시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칭기스칸요리이다.
칭기스칸 요리는 대단한 것은 아니고 불판에서 야채와 고기를 바로 익혀먹는 우리식으로 생고기 구이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생양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대표적인데 삿포로에서는 칭기스칸 요리를 하는 곳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타베호우다이(食べ方題)라고 하여 정해진 시간동안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이 많다.
대표적인 가게가 삿포로비루엔과 기린비루엔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맥주 메이커인 삿포로맥주와 기린맥주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저녁 즈음에 삿포로 맥주박물관을 견학했다면 바로 옆의 삿포로비루엔으로 바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는 것도 좋겠다.
단 맥주메이커에서 운영하는 만큼 식사만 하는 것은 안되고 맥주든 음료수든 기본적으로 한 잔 이상은 시켜야 한다.
술이 센 사람이라면 노미호우다이(飮み方題)를 추가 하면 약 1200엔으로 맥주 공장에서 갓 생산한 신선한 맥주와 여러 음료를 마음껏 마실 수 있으니 주당들은 꼭 한번 찾아볼만 하다.


나카지마코엔 옆에 있는 기린 비루엔.
대 연회장을 방불케하는 거대한 규모다.

양고기와 야채의 단촐한 구성인 칭기스칸 요리.
딱 한판 분량으로 타베호우다이를 할 경우 제한시간 내에는 무제한 제공된다.


단순한 야채와 고기 구이로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을 찍어먹는 특제 소스가 맛을 더해준다.

여기까지는 삿포로의 먹거리라 할 수 있겠고 다음엔 홋카이도 전체적인 먹거리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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