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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4 얼어붙은 바다 - 아바시리

얼어붙은 바다 - 아바시리

일반적으로 바다가 얼어붙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추운 곳이라 해도 바다가 얼어붙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년의 반 이상을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하는 북국에서는 경제적, 군사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얼어붙지 않는 항구-부동항이 필요했다.
러일전쟁의 발발 역시 러시아의 부동항에 대한 욕심이 그 원인이었다.

시베리아 앞바다는 겨울이면 얼어붙는다.
그 얼음들이 1월 중순이 지나면 해안에서 떨어져 나와 오호츠크해로 흘러들어온다.
사실 홋카이도 동북부에 위치한 아바시리 앞바다는 얼어붙을 정도로 춥지는 않다.
그러나 흘러내려온 유빙들로 온 바다가 뒤덮히고 그 위에 눈이 쌓여 마치 얼어붙은 모양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유빙을 보는 유람선이 출발하는 대표적인 곳으로는 아바시리와 몬베츠 두 곳이 있다.
두 곳의 쇄빙유람선은 차이가 있다.
몬베츠에서 출발하는 기린코호는 선수에 달린 스크류 드릴이 회전하면서 얼음을 깨고 나가며, 아바시리에서 출발하는 오로라호는 일반 선박에 비해 4~5배 두꺼운 강판으로 선수를 단단히 무장하고 쇄기 모양의 선수를 하여 배의 추진력과 무게로 얼음을 깨며 나가는 방식이다.
오로라호가 좀 더 원시적인 방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욱 박력있고, 실제로는 단지 떠있는 얼음을 헤치고 나가는 것 뿐인데 스크류 드릴방식은 다소 오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바시리는 삿포로에서 열차로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유빙만 보고 오기에는 먼 거리다.
밤 11시 5분경에 출발하는 야간 열차를 이용해 아바시리에 새벽 6시경 도착한 다음 아침 첫 유람선을 타고 점심나절에 돌아오는 것이 비교적 경제적인 코스랄까?
2월 초순부터 중순까지는 홋카이도 여러 지역에서 열리는 눈축제들과 유빙의 절정기로 인해 손님이 많고 그래서 아침 8시 유람선 특별편이 자주 편성된다.

11시에 열차를 탔지만 이런저런 하루의 마무리를 하고 눈을 붙인건 12시가 훌쩍 넘어선 시간.
12시가 지나면 열차에 불을 꺼서 잠들기 좋게 만들어준다.
침대칸도 있지만 침대칸은 JR패스를 이용하더라도 추가요금이 필요하다.
밤기차 이용을 대비해서 패스를 그린석(1등석)으로 끊길 잘했다.
삿포로와 아바시리를 연결하는 오호츠크호의 그린석은 우등고속처럼 3열 배열이라 좌석이 편안하고 공간도 넓어 잠들기 좋다.
그렇다고는 해도 야간열차 이동은 피곤한 법.
6시 20분 전 열차에 불을 켜고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리는 차내 방송이 흘러나와 눈을 비비고 일어나지만 눈꺼풀은 무겁고 몸도 찌뿌둥하다.

새벽 6시경의 아바시리는 아직 어스름으로 덮여있다.
예전에는 아바시리 역에서 카니시루(게스프)를 팔았는데 이번에는 없다.
지난번에 먹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워 벼르고 왔는데 실망이다.
아쉬운대로 따끈한 국수 한그릇으로 속을 데우고 오로라 선착장까지 걸어서 출발했다.
버스는 아침 8시가 넘어서야 운행을 시작하는데 그때까지 마냥 역에서 기다릴 수는 없어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걸어서 약 40여분 거리...
부지런히 걸어가면 아침 8시 유람선을 탈 수 있다.
그러나 가는 길이 만만찮다. 눈이 내려서...
시간이 좀 더 지체 될것 같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아바시리 거리


아바시리의 중심가라 할 수 있는 프롬나드 거리의 아케이드.
아바시리는 홋카이도에서도 상당히 외진 곳에 있지만 결코 작은 도시는 아니다.
있을건 다 있다는...




아바시리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시사이드 하우스.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도 좋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숙박업소이다.






시사이드 하우스 앞에서 내려다 본 아바시리



지도를 어디 둔지 몰라 기억을 더듬어 걸어왔더니 쓸데없이 둘러오게 되었다.
시사이드하우스까지 올라갔다 왔더니 한시간도 넘게 걸렸다.
덕분에 8시 유람선은 놓치고 9시 30분 배를 타게 되었다.
그래도 덕분에 터미널에서 우리나라 학생 둘을 만나게 되어 같이 유람선을 타게 되었다.
이게 나중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쇄빙유람선 오로라호.
선착장에까지 살얼음이 끼어 떠나니고 있다.




오로라호의 승선요금은 3000엔.
운항시간은 1시간이라고 하지만 실제 바다에 떠 있는 시간은 대략 30분 내외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하다.


1층의 전망실.
2층에는 특별석이 있고 별도의 요금이 필요하다.





출발 전 항구에서는 갈매기들이 사람들과 어울린다.
출발해서 유빙지역에 다다르기 까지는 후미의 갑판에서 갈매기들과 노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갈매기를 부르는데 새우깡을 사용했지만 새우깡이 갈매기에게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마른 멸치나 오징어포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느새 눈이 그치고 햇살이 간간이 나고 있다.




배를 따라오는 갈매기의 군무 역시 볼거리 중 하나이다.


출항 5분여만에 어느덧 유빙지역으로 다다랐다.


온통 하얀 바다다.
전날 밤 눈이 많이 내린 후 첫번째 유람선으로 바다에 나가면 그야말로 장관이 연출된다.


일단 유빙지역으로 들어서면 선수쪽으로 나아가야한다.
그러면 선수가 유빙을 해치며 나가는 멋진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유빙 하나하나는 그리 크지 않고 다소 큰 것이 있더라도 원래 얼음을 깨고 나가도록 만들어진 배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얼음 밀집지역을 해치고 나갈때는 약간의 흔들림과 얼음이 깨지는 소리로 인해 더욱 박력이 느껴진다.
선실에 있으면 따뜻하지만 유빙을 깨는 선수를 보러 나가면 2~3분도 채 지나지 않아 손이 꽁꽁얼어붙게 마련이다.
5분이 지나면 선실로 들어와 몸을 녹이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다.

터미널에서 만난 학생 중 한명이 유빙을 띄워 온더락으로 마셔볼꺼라고 미니어쳐 진 한병을 들고왔다.
그러나 뜰채가 없으니 얼음을 떠 올 방법이 없다.
아쉬운대로 술 한잔으로 언 몸을 녹이는데 만족해야했다.
역시 현실은 영화와는 다르다 ^^;






어느새 30여분의 유빙 유람이 끝나고 배도 항구로 돌아온다.
아쉽다면 아쉬운 30분이지만 추워서 계속 보기도 힘들다.
딱 적당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지나오다가 라면가게 앞에서 한 장.
일일일면... 면식수행의 기본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아왔나? ㅋㅋ

열차시간까지는 두어시간이 남았다.
그냥 역에서 시간을 죽이긴 아깝고...
유빙박물관은 지난번에 가봤지만 한번은 가볼만 하지만 두번 가 볼 가치는 없었다.
그래서 아바시리 눈축제가 열리는 아바시리호수에 가보기로 했다.
TV뉴스를 보니 아바시리호수에서도 여러 다채로운 행사가 있는것 같았다.
오로라호에서 만난 두 사람과 함께 아바시리호로 가기로 했다.

오로라 터미널에서 아바시리 호수로 가기 위해서는 메만베츠 공항행 버스를 타야한다.
아바시리 버스터미널과 아바시리 역을 지나 한 10여분을 가다보면 오른편에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바시리호수는 상당히 외진곳이라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다.
버스도 거의 한시간에 한대 꼴로 지나는 곳.
정류장에서 버스시간을 잘 파악하고 구경해야한다.


얼어붙은 호수위에 눈이 쌓인 만큼 순백의 설원이 펼쳐져있다.


러브레터의 "오겡끼데스까~"를 외쳐보고 싶은... ^^;
호수위의 저 표식들의 용도는 나중에 알려주겠다.





그런데 분명 축제기간이 맞는데 사람이 없다.
잘못찾아왔나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평일(금요일)
사람이 붐벼도 이상한 상황이긴하다 --;
여행을 하다보면 요일 감각이 무뎌진다는 것...
그래도 축제 하면 사람들이 붐벼야 제맛인데 너무 썰렁했다.









스노우 모빌!
언젠가 한 번 타보고 싶었지만 살짝 겁이 나기도 하고 비싸기도 하고...
도전을 못해보다가 이번에 타봤다.
호수위에 보이는 깃발들은 트랙을 표시한 것이다.
한바퀴 도는데 2~3분 남짓, 600엔.
뭐 넓은 호수에서 부딛힐 것도 없겠다 맘껏 달려봤다. 소리도 질러가면서...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아쉬웠지만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

별 볼것 없는 축제였지만 시간 맞추기엔 좋았다.
문제는 역으로 돌아오는 것.
버스가 올 시간이 지나서도 오지 않는 것이다.
30여분을 더 기다리다 안될거 같아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남자 세명을 태워주기는 겁이 났나? 아무도 세워주지 않는다.
결국은 택시를 타고 거금 1600엔 정도를 지불해서 역으로 돌아왔다.
그나마도 택시가 잘 다니지 않아 맞은편의 관광호텔로 가서 콜을 하려고 했는데 다행이 딱 맞춰서 택시가 한 대 온것이다.
혼자였으면 요금이 많이 부담이 됐겠지만 세명이라서 다행이다.
괜히 나 때문에 두명까지 곤란하게 된거 같아 미안했다.

우여곡절끝에 아바시리의 일정을 마치고 삿포로로 돌아왔다.
삿포로로 돌아오는 열차에서도 전날 모자랐던 잠 때문에 내내 잤다.
때문에 멋진 설경을 많이 놓치고 말았다.
또 한가지...
유빙과 아바시리의 설원 때문에 얼굴이 홀랑 그을려버렸다는 것...
저녁에 세수하면서 얼굴이 어찌나 따끔거리던지...
눈밭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잊지 말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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