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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7 Style in Cruising

Style in Cruising

아래에 두가지 스타일의 크루징 여행법을 극과 극으로 대조적으로 풀어보았다.
필자의 경험을 뒤섞고 약간의 픽션을 가미해 쓴 것도 있고 다른이들의 크루징을 보면서 그들의 스타일을 옮긴것도 있다.
결코 두 가지 중 어느 크루징이 올바른것인지 우월을 가리려고 쓰는 것이 아님을 염두에 두고 편안히 비교해보시기 바란다.


Style I

아침 6시.
모닝콜에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너무 편하게 자다보니 온 몸의 긴장이 완전히 풀어져 일어나는게 더 괴로운것 같다.
'5분만 더'를 되풀이하는 애들을 억지로 일으켜 헬스클럽으로 향한다.
늦으면 러닝머신에 자리가 없기 때문에...
평소에도 하지 않는 아침 운동을 하는 이유는 바로 억제가 안되는 식탐때문이다.
스트레칭과 러닝머신, 가벼운 웨이트 운동을 한시간여에 걸쳐 하곤 가뿐한 기분으로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다.
선실 메니저 마틴이 아침저녁으로 바꿔주는 하얀 타월은 샤워 후 기분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7시 30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부모님은 방에서 룸서비스로 배달되는 컨티넨털 아침식사를 하신다.
오늘은 다소 강도있는 익스커젼을 할 예정이라 아침식사를 든든히 먹는다.
과일로 시작해 팬케이크와 소시지, 베이컨, 오믈렛에 해쉬브라운까지 푸짐하게 주문했더니 접시가 비좁다.

8시 30분.
안벽에서 익스커젼을 가는 차량에 탑승했다.
부모님은 크루즈 최상층에서 휴식을 취하실거다.
자전거와 하이킹을 하는 프로그램은 다소 액티브하고 시간도 긴데다 결정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너무 늘어지게 휴식을 취한것 같아 한번쯤 긴장을 주는 것도 좋을거 같았다.
차량으로 섬을 반 정도 돌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지만 카리브의 섬들은 대개 고만고만하게 작은 섬들이라 크게 볼것도 없고 특별할것도 없다.
옆 그룹에는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O2 클럽의 아이들로만 이루어져 왔다.
우리 아이들도 O2클럽에 보낼수도 있지만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잘 어울리지 못할거 같아 가족단위로 움직이기로 했다.
프로그램은 비교적 시간 손실없이 알차게 짜여져있고 적절한 시간에 시원한 물과 음료가 제공되어 만족스럽다.

12시 30분.
배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뷔페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오늘은 그리스풍이라고 한다.
모두 맛있어 보여 하나씩 다 집어왔더니 과식하게 되었다.
이놈의 식탐때문에 크루즈하는 동안 매일 운동을 해도 체중이 2~3kg은 불 것 같다.
아이들의 점심식사는 며칠째 피자와 햄버거다.
밤늦게 먹는것도 못하게 하는데 식사때까지 먹고 싶은거 못먹으면 그것도 괴로울꺼라 생각해서 크게 말리진 않는다.
대신 샐러드를 함께 많이 먹도록하는 조건을 달았다.
뷔페식당에는 점심 한 번 밖에 들르지 않는데도 웨이터 몇몇은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처음엔 누구에게나 그저 웃으며 인사하는 줄 알았는데 전에 대화했던 것을 잊지 않고 언급하면서 인사하는 것을 보니 나를 기억하는 것이 분명하다.
승객이 수천명에 달하는데 그들을 모두 알아보는건가?
내가 흔치 않은 한국인 승객인데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서 특별히 알아보기 쉬운건가?
이런 서비스 하나하나가 승객으로 하여금 집에서 지내는듯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오후 2시.
온 가족들이 함께 해변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손님이 넘쳐 뻣뻣하던 택시들도 오후가 되니 흥정이 가능해져 여섯 가족이 $20에 해변으로 갔다.
왕복이면 $40로 차를 렌트하는 것이랑 큰 차이가 없지만 여기는 차량이 좌측통행이라 많이 헷갈린다.
운전석이 왼쪽에 있으면서 좌측통행하는 엽기적인 시스템의 세인트 토마스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래도 그냥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했다.
객실에 비치되어있던 비취타월을 하얀 백사장에 펼쳐두고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긴다.
6시에 출항예정이라 해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에 불과하지만 해변은 지금까지도 많이 즐겨왔고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5시경 배로 돌아왔다.

오후 6시.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매일 바뀌는 매뉴는 즐거움 그 자체지만 부모님은 양식이 별로 입에 맞지 않으신 모양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
그래도 점심식사때 뷔페식당에는 중국식의 볶음밥이나 면종류가 있어 다행이다.
오늘 메뉴에는 에피타이저로 맛있는 것이 너무 많다.
전채요리 두가지와 수프를 주문하고 점심을 과하게 먹은지라 메인요리는 양이 적고 가벼운걸로 웨이터 안토니오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안토니오는 샐러드도 권했지만 지금까지도 과하다 싶어 정중히 사양했다.
아내는 다이어트 해야겠다며 지방과 칼로리가 적은 닭 가슴살 요리를 주문하고 어머니는 고혈압 때문에 소금이 적게 든 채식 요리로 주문했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 오늘의 주방장 추천요리인 랍스터는 너무 훌륭하다.
마음같아서는 하나 더 먹고 싶지만 더 먹으면 맛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 포기했다.
음식을 남기지 못하는 버릇 때문에 깨끗하게 접시를 비우는건데 안토니오는 늘 양이 적은걸로 오해한다.
스테이크를 한 접시 더 하겠냐고 권하지만 이미 뱃속이 꽉 차 좋아하는 디저트도 못먹을 판이다.

오후 8시 20분.
쇼의 1회 공연을 보기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공연 10분 전이지만 좋은 자리는 이미 사람들이 앉아 기다리고 있다.
극장은 약 2000석 규모로 좌석이나 음향이 거의 최상급이다.
웨이터가 돌아다니며 음료 주문을 받지만 헝그리 정신의 우리 가족은 추가비용 들어가는 것은 안한다 ^^;
공연이 시작되고 웬만한 뮤지컬보다 수준이 높은 화려한 노래와 춤의 공연이 한시간 넘게 계속 된다.

오후 10시.
아침부터 운동으로 시작해 힘든 익스커젼을 하고 해수욕까지 즐기고 나니 아이들은 거의 기절 직전이다.
아이들과 부모님은 방으로 보내고 아내와 함께 재즈바로 향했다.
크루징 이튿날부터 거의 매일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보니 우리가 자리에 앉자 피아니스트가 눈짓으로 인사한다.
아이들에게는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주문을 못하게 하면서 아내와는 몰래 매일밤 재즈바에서 맥주나 버진피나콜라다를 한잔씩 주문한다.
한시간쯤 연주를 듣다보니 살며시 잠이 몰려오며 눈이 감긴다.
아내의 머리는 이미 내 어깨에 얹혀져있다.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인가 보다.

오후 11시.
방으로 돌아오자 이불은 잠자리에 들기 좋게 반쯤 젖혀져있고 그 위엔 타월로 만든 물개 모자(母子)가 앉아있다.
살며시 웃음이 스며나온다.
저녁마다 타월로 만들어 침대에 올려둔 동물들 때문에 방은 거의 동물원 수준이다.
매일저녁 배달되는 선내 신문을 보며 다음날의 일정을 간단히 체크하고 잠자리에 든다.
꿈같은 크루즈 여행에서 꿈나라로 건너간다.


Style II

오전 10시.
간밤에 또 바에서 술을 잔뜩 마셨더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부스스 일어나 간단히 눈꼽만 떼고 나와보니 아이들 방 앞에 피자와 햄버거를 먹고 내어놓은 접시가 보인다.
애들도 밤늦게 또 야식을 먹었나보다.
아침식사를 하려고 뷔페 식당에 올라가보니 아직도 북적거린다.
나같은 사람이 많은가보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부두에 내려 제각기 바쁘게 움직인다.
크루즈에 와서까지 뭐 저렇게 팍팍하게 다니는지 원...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있자니 아이들과 아내도 올라온다.

오전 11시.
오늘도 유람선 최상층 식당앞 데크의 비치체어에 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말이 좋아 일광욕이지 신경쓰며 움직이지 않고 느긋하게 즐기기에 이것보다 좋은 것도 없다.
아이들은 풀장에서 텀벙거리며 논다.
조금있으니 12시.
아침 먹은지 두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햄버거와 피자를 집어와서 먹고 있다.
여기와서 아이들은 두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먹는데 지치지도 않는가보다.
상관없다. 돈이 더 드는 것도 아니고...
크루즈 시작하면서 소다 음료 무제한 카드를 사줬기 때문에 콜라 값 걱정도 안해도 된다.
나도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러 뷔페식당에 들렀다.
줄이 길게 늘어 서 있는데 줄어들줄을 모른다.
서양놈들도 식탐이 대단하다. 저걸 다 먹나?
대충 퍼 나르고 빨리빨리 좀 나가자고.

오후 2시.
아내가 맨날 하루종일 배에만 있을꺼냐며 갑갑하다고 한다.
이 여편네야. 내가 자네 속을 모를줄 알고?
분명 면세점에서 명품 쇼핑을 하고싶은게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 구경을 나서기로 했다.
시내구경이래봐야 면세점과 시장구경이 전부지만...
기념품을 사기엔 시장이 좋지만 카리브해 섬들의 시장은 특색이 없다.
그 섬이 그 섬이고 그 시장이 그 시장이다.
역시 면세점 쇼핑이 최고다.
아내는 쇼핑가를 둘러보더니 정신을 못차린다.
이럴 때 면세 한도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내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핸드백 하나만 사서 돌아온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사려면 두배 이상 가격을 줘야하는 고가품이다.

오후 7시.
저녁 식사를 하러 뷔페식당으로 올라간다.
크루징 첫날만 만찬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그 후론 계속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뷔페식당에서 해결한다.
고상한 척 알아보지도 못하는 메뉴 뒤적이며 이것 저것 주문하는건 취미에 안맞다.
게다가 드레스코드는 또 뭐람?
휴가에 귀찮게 정장들고 다니는건 내 취미가 아니다.
그냥 반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돌아다니는게 편하다.
그냥 내 식대로 먹고 싶은 것만 먹고 싶은 만큼 퍼오는게 최고다.
점심시간때 뷔페식당은 너무 북적이고 줄도 오래서야하지만 저녁에는 한산해서 좋다.

오후 10시.
아이들의 인터넷 계정을 막아뒀더니 툴툴거린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1분에 $0.75라니...
이건 우리나라에서 하는것보다 50배는 비싼 가격 아닌가?
그래도 몰래몰래 오락실에서 카드로 동전을 뽑는것 까지는 막을 도리가 없다.
벌써 오락실에 갖다 바친돈만도 $40다.
방에 날아오는 영수증을 보고 야단을 쳐보지만 소용없다.
뭐... 하긴 나도 밤마다 바에서 $2~30씩은 술을 마시니깐...
재즈음악은 별로 당기지 않지만 담배를 피며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여기 밖에 없다.
면세라 그런지 우리나라 바에서 마시는 것보다 싸다.
그래도 면세점에서 산 주류는 몽땅 배 입구에서 몰수해 보관했다가 배에서 내릴 때 준다는 것은 자기네들 술만 마실 수 있게 하려는 심보인가?
하긴... 면세점에서 산 술을 배에서 마시게 했다간 나는 매일 양주 한병씩 비우느라 배에서 내릴 때 알콜 중독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옆자리에는 재즈음악을 즐기는 듯한 부부가 칵테일 한잔씩 시켜놓고 홀짝거리고 있다.
그런건 취미에 안맞다.
역시 위스키는 스트레이트 원샷이다.
오늘도 12시가 넘어서야 방에 들어와 쓰러지듯 잠이 든다.



첫번째 케이스는 아주 모범적이고 광고에서나 등장할법한 완벽한 여행이다.
그러나 그 여행법이 올바른 것일까?
쉬러온 휴가에서 팍팍하게 지내는 것 처럼 바보짓도 없을거 같은데...
첫번째 케이스는 거의 필자의 경험담이다.
긴 세계일주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일부러 타이트하게 지냈다.
게다가 여행하면서 이렇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없으니...
오히려 두번째 케이스가 휴가에 어울리는 크루징 방법일것이고 크루즈 승객의 7~80%가 크루즈를 즐기는 방법이다.
다음에 크루징을 한다면 그들처럼 좀 더 느긋하게 크루징 자체를 즐겨보고 싶다.
그래도 너무 무절제한 휴가는 심각한 휴가 후유증을 불러온다.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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