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07/12/23 Annapurna Trekking - Day 8 & Epilogue (2)
  2. 2007/12/23 Annapurna Trekking - Day 7
  3. 2007/12/23 Annapurna Trekking - Day 6
  4. 2007/12/23 Annapurna Trekking - Day 4&5
  5. 2007/12/23 Annapurna Trekking - Day 3
  6. 2007/12/23 Annapurna Trekking - Day 1&2
  7. 2007/12/22 Annapurna Trekking - Prologue (2)

Annapurna Trekking - Day 8 & Epilogue

- 8일차

드디어 트레킹 마지막 날.
애초에 아흐레를 예정하고 떠났지만 걸음이 빠른 일행들 덕분에 하루가 단축되었다.
푼힐전망대의 일출이 아쉬워 하산 길에 다시 들를까도 생각했지만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ABC에서 만족할만한 경관을 봤기 때문에 굳이 다시 찾지 않기로 했다.

오늘 하루는 거의 내내 내리막을 걸어야한다.
일반적으로 ABC트레킹은 간드룩이나 란드룩을 거쳐 이틀이나 사흘에 걸쳐 촘롱까지 오르지만 우리는 가로질러서 나야폴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마지막 날 우리가 떠난다니 마치 놀리듯 맑게 개인 하늘아래서 안나푸르나가 빛나고 있다.
진작에 좀 보여주지...









산그늘에서 아침 햇살을 받기 시작하는 산마을들이 영화속 풍경처럼 다가온다.



촘롱 바로 아랫마을은 지누.
여기도 온천으로 유명하지만 일정상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뉴브릿지, 큐미까지 가이드가 산정한 시간보다 빨리 지나갔다.
하산길에서는 내 걸음이 그다지 더디지 않아 오늘 일정은 무리없이 소화될 듯 싶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강선생님의 포터가 사라진 것이다.
점심을 먹자는 것을 마을 하나 더 가서 먹자고 했더니 삐진듯 하다고...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받을 돈이 있는데 무책임하게 사라질까하고 일단은 나야폴에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쉬고 있는데 맑은 하늘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햇살이 쨍쨍한 하늘에서...
마지막날까지 비를 맞추는건가?



샤울리바자르를 지나자 마오이스트들이 트레커들에게 삥 뜯는 모습이 보인다.
영수증을 보여달라길래 사흘짜리라 유효기간이 지났음에도 당당하게 들이대었더니 무사 통과다.
그리고 강선생님의 포터도 발견했다.
네팔어로 대화를 주고받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우리 포터가 뭔가 나무라는듯 하자 그 포터는 나름대로 항변하는듯 하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려 책임감이 좀 덜한듯하다.
포터를 고르는데도 신중해야 하겠다.

이윽고 비레탄티에 도착하자 비로소 사람사는 동네에 온 듯한 느낌이다.
8일간 롯지의 비싼 물가때문에 먹고 싶은거 마시고 싶은것도 제대로 못 즐겼는데 나야폴에 도착해 콜라 한병을 주욱 들이키니 행복하기까지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도 편하지 못한 것이 바로 포카라까지의 이동.
포카라에서 나야폴까지의 택시요금의 두배 이상을 부르는 것이다.
모두들 지쳐서 흥정할 기운도 없는데다 다섯명이 한 차에 타는 것이라 그냥 줘 버리고 탔다.
그렇게 우리의 8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마무리 지어졌다.


- Epilogue

필자가 등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길게 간 산행이래야 지리산과 밀포드트랙 밖에 없다.
그래서 비교대상도 둘 밖에...
ABC로의 산길은 긴 오르막과 긴 내리막이 반복되는 다소 힘들고 지루한 길이라 우리나라 산에 비해 더 힘이 들었다.
그러나 깎아 지르듯 급한 경사의 산세와 그 안에 마을을 형성해 사는 네팔사람들을 보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롯지의 물가는 네팔 물가와 비교하면 살인적으로 비싸다.
최소 네배에서 여섯배에 이른다.
물론 인력으로 져 날라야하는 것을 생각하고 우리나라 물가와 비교해보면 비싸다고 투정부릴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그 가격이 매년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비싼것 뿐이라면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트레커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트레커들을 보면 아이들은 우루루 몰려나와 "나마스테~"하고 인사한다.
그러나 그것은 객을 환영하는 인사가 아니다.
끝에 꼭 "Sweet~"이 붙기 때문이다.
여행객들이 오며가며 아이들이 귀엽다고 사탕이나 초콜렛이나 껌을 주자 그 재미에 트레커들에게 들러붙는 것이다.

'아이들도 귀여운데 좀 준비해가서 주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가?
그게 나쁜 버릇으로 남는다.
개중에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면 주먹으로 치고 발로 걷어차고 잡아 흔드는 아이들도 있다.
길바닥에 가로누워 엉엉 울며 못지나가게 하는 아이들도 있다.
노골적을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동전을 주면 이딴거 주냐고 보는 앞에서 집어던지는 아이들도 있다.-이건 들은 이야기지만...

그 아이들이 처음부터 그랬겠는가?
동네에서 좀 더 큰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아! 저러면 되는구나' 하고 따라하는 것이지...
아이들에게 자꾸 뭔가를 주면 거지근성만 키우게 되기 때문에 아예 안줘야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꼬마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인사를 하고 꼭 뒤에 뭔가를 바라거나 요구하는 사람들을 트레일 곳곳에서 만나다보니 누가 인사하는 것도 반갑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시달리다가 마지막 샤울리 바자르를 지나오는데 동네 사람들이 일하다가도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한다.
길거리에서 놀던 아이들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처음엔 경계를 했지만 이내 그들은 순수한 인사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그들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봤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왜 멀쩡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냐고?
솔직히 뭔가를 요구하는 것 보다 사람이 사람을 못 믿게 만드는 것, 그게 더 짜증이 난다.

네팔의 산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야한다.
자기네들은 지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있다는 것을.



트레킹을 마치고 포카라에서 쉬려고 했지만 몸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아 하루 일찍 카트만두로 떠나게 되었다.
원래 포카라는 주위를 둘러싸는 안나푸르나 고봉들로 멋진 경치를 보여주고 페와호수에 비친 안나푸르나는 그야말로 절경이라고 했다.
그러나 포카라에 머물면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히말라야 고봉들이 떠나는 마지막날에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떠나는 걸음이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봐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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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purna Trekking - Day 7

풍요의 여신이라는 뜻의 안나푸르나.
어젯밤은 여신의 품 안에서 잠든 셈인가?
이 여신이 수줍음이 좀 많은게 아니다.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니 말이다...

산 속에서의 일출시간은 평지에서보다 늦다.
그리고 여명부터 서서히 밝아오는 것이 아니고 하늘이 어느새 파랗게 밝아버리고 저 멀리 고봉들이 햇빛을 받으며 순식간에 환해져 버리기 때문에 조금 방심하다보면 그 순간을 놓치기 일쑤다.
그러나 산 속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이유는 일출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아침나절에 맑게 갠 하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간밤에도 장염으로 화장실을 두번이나 다녀오고 방 안에서 얼음이 어는 추위에 깊이 잠들지 못한 덕분에 아침에 눈은 쉽게 떠졌다.
그러나 컨디션은 그와 반비례해서 일어나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창 밖을 보니 아직 컴컴하다.
그러나 밖에 나서니 안나푸르나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 많던 구름이 어디로 갔는지 신기할 정도로 맑고 파랗게 갠 하늘 속에서...





아직은 오렌지 빛의 아침 햇살을 받아 노르스름하게 보기 좋지만 곧 바로 바라보기도 힘들 정도로 하얗게 빛을 낼 것이다.







웅장한 설산들이 내 주위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지만 어떻게 담아야할지 모르겠다.
베이스캠프 주위는 아직 밝아오지 않고 설산들은 눈부시게 빛나 둘 다 한번에 담기도 힘들고 그늘과 설산의 화이트밸런스 차이로 인해 부조화스러운 색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무게와 부피가 부담되더라도 플래쉬를 가져올것을 그랬다.













전날 ABC에서 묵은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서 안나푸르나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 일행 세사람의 기념사진. 플래쉬가 아쉽다.



GX-10의 측광은 거의 정확했다.
노출과 화이트밸런스에 대한 확신이 없어 RAW포맷으로 브라케팅을 했지만 무보정 상태에서는 측광치 그대로의 사진이 가장 자연스럽다.

더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지만 포카라까지 이틀만에 내려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하산길을 재촉해야한다.
오늘의 일정은 촘롬까지 가는 것.
이틀동안 올라온 길을 하루만에 내려가야한다.
그런데 길에 눈이 상당히 쌓여 미끄럽기 그지없다.
MBC까지는 그럭저럭 내려갔는데 MBC부터가 문제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눈이 다져지고 얼어붙어 더욱 미끄러운 것이다.
여기저기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웃지 못한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두어번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그나마 스틱이 있어 적게 넘어진 편이다.
이후로 트레킹을 하려면 아이젠이 필요할 것 같다.













두시간 정도면 데우랄리까지 갈 수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뱀부 이후부터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함께 있어서 등산이나 하산이나 시간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
내리막에서 시간을 줄여야하는데 거기서 시간을 많이 줄이지 못했으니 자칫 예정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걸음 빠른 강선생님이 있어 숙소 걱정은 없을것 같다.





그리고 복병이 숨어있었다.
설사가 계속되더니 결국 탈진이 와 뱀부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이대로는 오늘 촘롱까지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누와까지는 갈 수 있을까?
무리해서 걷다가는 다음날 일정까지 망치는 수가 있고 내가 늦어지면 일행들의 일정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걸음이 느린 필자를 염려해 함께 걸어주던 가이드를 먼저 보내어 일행들에게 연락을 전했다.
오늘 중으로 촘롱에 도착하지 못할 경우 다음날 9시까지만 기다리고 더 늦을 경우 먼저 출발하라고...





일단 소식을 전했으니 나도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가 폭포에서 흘러나온 개울물을 받아 마시니 또 기운이 난다.
시누와 아랫마을에 도착하자 이미 어둑해졌다.
여기서 두시간이면 촘롱에 도착할 수 있다.
두시간 야간 산행을 각오하고 헤드 랜턴을 착용한채 시누와를 떠났다.



어둠속에서 촘롱까지의 산행은 무서운 경험이었다.
연옥까지 닿을 듯 끝없이 내려가는 계단 끝에는 무서운 소리를 내며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었고, 그리고는 한없이 오르는 계단이 이어졌다.
좁은 시야만을 허용하는 랜턴 불빛에만 의존해 주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것이 그렇게 무서울 수 없었다.
두시간이면 될 것 같던 거리는 두시간 반이 걸려 촘롱의 숙소에 도착했다.
필자를 본 일행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반가움과 놀라움과 안도...
가이드로부터 내 연락을 받은 일행은 다음날 일정을 어떻게 할지로 고민 중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필자가 촘롱에 도착함으로써 모든 고민은 해소되었고 더불어 편안히 산중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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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purna Trekking - Day 6

깊은 산중이라 그런지 아침 여섯시가 되어도 깜깜하다.
알람에 깨어서도 선뜻 일어나지 못하고 뒤척이며 강선생님과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사실 추운 날씨에 침낭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은 것도 한몫 거들었다.
이대로 퍼졌다가는 오늘 일정에 차질이 있을거 같아 따뜻한 침낭의 유혹을 뿌리치고 차가운 바깥 공기속으로 나섰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걷혀있다.
이대로라면 오늘 지나칠 MBC에서도 마차푸차레를 깨끗하게 볼 수 있고 ABC에서도 설산에 둘러싸여 히말라야 고봉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히 아침을 들고 롯지를 나서자 롯지 뒤편으로 오늘 걸어갈 골짜기와 함께 저 멀리 빛나는 설산이 보인다.
아침 햇빛을 받아 그야말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지난 닷새간 비를 맞으며 걸은 보상을 오늘 다 해주려나?



오늘 하루도 900미터를 치고 올라가야한다.
그러나 어제와는 다른 것이 이미 3200미터 고지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고산증이 발생하는 고도 위에서 900미터라...
남미에서 고산증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산소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천천히 걷기로 마음 먹었다.



전날 ABC까지 간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대규모의 한국인 그룹만도 서넛은 만난 것 같다.









산길의 묘미는 뒤돌아보는 것에 있다고 하지?
그동안 비에 쫓겨 여유도 없이 올라왔는데 오랜만에 맑은 하늘 아래서 걷다보니 뒤를 돌아 볼 여유도 생겼다.
어제 그제 아랫쪽은 비가 내렸지만 윗쪽은 눈이 내렸나보다.
암벽에는 희끗희끗 눈이 쌓여 오묘한 콘트라스트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 너머로 구름이 슬금슬금 넘어오기 시작한다.
불길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고 싶지만 산은 욕심 낸대도 트레커의 운 이상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차분히 페이스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데우랄리에서 MBC까지 약 두시간이 소요된다고 해서 걸음이 느린 나는 그 이상 걸릴꺼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두 시간 만에 MBC에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설산고봉들 속으로 들어와버린 것이다.
바로 눈 앞에 있는 듯 보이는 마차푸차레도 사실은 내 머리위 3000미터 위에 있다.
그럼에도 깨끗한 공기 속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지자 그 규모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차푸차레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



그러나 몸을 반대로 돌리면 거기는 또 안나푸르나가 있다.
MBC에서 잠시 숨만 돌리고는 바로 ABC를 향했다.
그리 많이 걷지 않아 안나푸르나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자태를 드러내는 것도 잠시, 곧 구름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뒤를 돌아보니 마차푸차레 건너편에서도 구름이 넘어오기 시작한다.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ABC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내려가는 건 아니겠지?









MBC에서 ABC로 가는 길은 부쩍 숨쉬기 힘들어졌다.
고산증이 겁나 무조건 조심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어느새 구름속에 갇히고 이제는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비 보다야 낫지만 눈이 쌓이면 다음 날 내려가는 것이 또 걱정된다.





올라가면 갈수록 쌓인 눈의 두께가 점점 두터워진다.
그나마 좋은 길이라도 올라가기 힘든 고도인데 쌓인 눈 때문에 더더욱 힘들어진다.
막판에는 걸음 떼기도 힘들다.



바로 저만치 ABC입구가 보인다.
막판 스퍼트로 치고 올라가 쉬어버릴수도 있겠지만 그 후에 올 산소저하로 인한 고산증이 무서워 ABC를 눈 앞에 두고도 걸음은 더디기만하다.
결국 ABC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경.
4시간 걸린다는 거리를 5시간만에 올랐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한 것이다.



ABC에 도착하자 사방은 온통 구름과 눈보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도착하자마자 점심식사부터 했다.
히터를 켜는 시간은 오후 두시부터.
추위에 지친 트레커들은 이제나 저제나 히터를 켜기만을 기다린다.
시계바늘을 빨리 돌리라는 농담이 그냥 지나치는 농담만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





오후 두시보다는 조금 이른 시간에 히터를 켜줘서 하릴없는 기나긴 오후일과는 식당에서 시작되었다.
바깥은 눈보라로 아무것도 볼 수 없어 그냥 식당에서 시간을 죽이는 수 밖에...
가끔 구름이 거짓말 같이 걷혀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일부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잠시일 뿐.
그리고 그다지 또렷이 보이지도 않는다.





ABC는 숙소가 적어서 오후 2시 이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숙소 잡기도 힘들다고...
우리야 일찌감치 도착해서 문제없이 방을 잡았지만 늦게 도착하면 다시 MBC로 내려가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럼에도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에도 ABC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다행히 도미토리 방이 있어서 묵어갈 수 있었지만 요행을 바라고 그 시간에 ABC까지 오르는 것은 다소 무모한 행동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설사가 시작된 것이 아무래도 장염에 걸린 것 같다.
길거리 음식이나 위생적이지 못한 롯지 음식을 계속 먹어온 것이 아무래도 세균성 장염을 부른 것 같다.
아무쪼록 하산때까지 문제가 없어야할텐데...
날씨에 건강상태에 대한 걱정으로 잠자리가 그다지 편하진 않다.
게다가 방 안 온도가 영하 5도.
담요를 하나 더 빌려 침낭 위에 덮긴 했지만 그래도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일본에서 사 온 핫팩까지 껴안고 겨우겨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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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purna Trekking - Day 4&5

- 4일차

사흘째 되는날까지 푼힐전망대를 거쳐가는 코스였다면 4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ABC 코스로 접어든다.
타다빠니에서 촘롱까지 가는 것이 정석 코스.
촘롱은 ABC 코스에서 반드시 거쳐가는 마을로 ABC 트레일의 베이스캠프와도 같은 마을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마을도 커지고 잘 갖춰져있다고 한다.

전날 저녁 구름이 걷히기 시작해서 아침에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잘 보일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하늘은 구름이 잔뜩 낀 상태.
결국 아쉬움만 안고 넷째날 산행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넷째날도 역시 한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길이다.
이제 서서히 산길이 지루해지기 시작하고 지치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8박9일의 일정도 감내하겠지만 별다른 변화없는 똑같은 산길을 오르고 내리니 지겨울 수 밖에...











촘롱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아침 8시경에 출발해서 12시경에 촘롱에 도착해버리고 말았다.
물론 강선생님은 이미 도착해서 식사까지 마친 상태.
촘롱은 큰 마을이라 중간쯤 되는 4일차에 좀 편안히 쉬어갈 수 있지만 점심나절부터 쉬기는 너무 아쉽다.
그래서 한 마을을 더 가서 시누와에서 묵어가기로 일정을 바꿨다.





촘롱에서는 김치가 맛있다는 식당 하나를 추천받은게 있어서 그곳을 찾았다.
그 롯지의 주인 동생이 우리나라에서 몇개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말을 좀 할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랑 이야기하는 재미에 이 친구 주문을 미처 넣지 않았다.
덕분에 식사시간이 한시간 반으로 길어져버렸다.
강선생님이 숙소를 잡아놓으실꺼라 우리는 여유가 있지만 하늘이 심상치 않은게 또 비가 내릴것 같다.
식사를 너무 오래 기다린 바람에 식사후 쉬지도 못하고 또 시누와로의 길에 올랐다.





촘롱에서 시누와까지의 길도 끝없는 내리막과 오르막의 길이다.
촘롱에서 바로 저만치 보이는데 바로 가는 길이 없다.
한참을 내려가 계곡위에 걸친 다리를 건너서 다시 한참을 올라간다.
이런 길을 아침부터 간다면 보나마나 초장에 지쳐버릴 것이 뻔하다.
차라리 시누와까지 가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시누와는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나뉘는데 두 마을 사이도 거의 40분 정도의 거리다.
그것도 오르막길로...
막판에 지루하고 힘든 오르막을 계속 오르자니 더욱 지친다.

이 날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중간중간 비가 부슬부슬 내려 잠시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기도 했지만 큰 비는 없었다.
그러나 시누와 윗마을에 도착하자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 비를 만날 뻔 했다.

원래 시누와는 사람들이 거쳐가기만해서 숙박하는 트레커는 많지 않은 마을이다.
그런데 비 때문에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묵게되었다.
비 덕분에 롯지 주인장은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러나 태양열로 온수를 덥히는 시스템은 흐린날로 인해 온수를 많이 만들지도 못한데다 갑자기 모여든 손님들로 인해 온수통이 비어버렸다.
결국 찬물로 냉수마찰을 하고 말았다.
시누와부터는 상당히 추워져서 식당에서 히터요금을 받을 정도인데 찬물로 목욕을 했으니...
그래도 식당에 김치가 있어 라면에 밥 말고 김치를 곁들여 오랜만에 뜨끈하게 속을 데울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롯지 침실도 부쩍 추워지는 것을 실감하게된다.
다음날부터의 일정이 살짝 걱정되기 시작한다.


- 5일차

간밤에 비가 천장을 때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알람소리에 강선생님이 먼저 일어나 바깥을 내다보셨다.
"어이구 간밤에 눈이 내려 멋지네. 사진 찍어야겠다."
반가운 소리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나가보니 가까운 산에는 하얗게 눈이 쌓여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왼편으로는 안나푸르나가 아침 햇살을 받아 노란 빛으로 빛난다.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꺼내어오니 금새 안나푸르나는 구름속으로 숨어버린다.
그러나 아침을 주문하고 식당에 앉아있다보니 하늘이 파랗게 점점 걷히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마침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가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어제, 그제 비를 맞으며 걸은 것에 대한 보상인가?
롯지의 위치상 완벽한 풍경은 아니지만 드디어 눈 앞에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드러난 것이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고봉들과 파란 하늘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좋게 트레킹을 시작할 것 같다.



트레킹 5일째.
10일이 될지, 9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환점을 찍은셈이다.
오늘과 내일은 이틀동안 하루에 900미터씩 치고 올라가야하는 힘든 길이다.
트레킹의 클라이맥스랄까?



오늘부터는 뜨거운 물 샤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땀을 흘리지 않고 걷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오늘의 트레킹 코스에서는 안나푸르나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안나푸르나는 이미 구름속에 숨은지 오래다.
그러나 마차푸차레는 그 위용을 숨기지 않고 얕은 구름을 머리위에 인채로 트레커들을 반기고 있다.



시누와에서 다음 마을인 뱀부(Baboo)까지의 길은 힘든 길이다.
한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 길이다.
그러나 아직 기운이 있는 상태에 맑은 하늘을 벗 삼아 걸으니 약간의 힘든 것은 오히려 상쾌함으로 다가온다.

햇살때문에 자외선 차단 크림까지 바르고 트레킹을 나섰는데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누와에서 출발 두시간여만에 첫번째 마을 뱀부(Bamboo)를 지나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데 빗방울이 돋는 것이다.
아직 다섯시간여를 더 가야하는데 큰일이다.
트레킹 닷새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를 만나니 무슨 액운이라도 낀건가?
다행히 큰비는 만나지 않았지만 빗방울이 굵어질 때마다 나무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다보니 발걸음은 더욱 더디어진다.

두번째 마을인 도반(Dovan)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아직 점심시간으로는 이르고 일행들은 나보다 훨씬 전에 지나쳤을테니 다음 마을인 히말라야(Himalaya)까지 두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여기서 점심을 먹긴 곤란하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인지 10시 경에 시리얼바를 하나 먹었음에도 배가 고프지만 혹여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행을 위해서라도 부릴 여유는 없다.



도반의 고도는 2500미터, 히말라야의 고도는 약 2830미터.
이 정도의 고원이라면 수목한계선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오를수록 밀림이 펼쳐진다.
우거진 덩쿨과 이끼는 마치 밀포드 트랙의 우림을 연상시킨다.

두시간이 걸린다는 표지판과는 달리 한시간 반만에 히말라야에 도착했다.
일행은 나를 기다리다 먼저 점심을 들고 있다.
나보다 거의 한시간을 먼저 도착했으니...
덕분에 미안한 마음은 조금 덜었다.
점심을 급하게 들고는 나도 서둘러 출발했다.



오늘의 목적지인 데우랄리(Deurali)까지는 히말라야에서 약 한시간 반.
앞서가던 가이드가 이제는 나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도반에서 히말라야까지 300미터를 올라왔는데 히말라야에서 데우랄리까지 또 300미터를 올라야한다.
점심식사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다리가 풀린다.
몇번 발이 미끄러져 발목을 접지를뻔 했다.
스틱을 짚은 팔에도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고도 3000미터를 넘어서자 이제는 비가 아닌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모스크바에 이은 올 겨울(?) 두번째 눈이다.
이대로 눈이 많이 내리면 내일 산행도 무리가 될텐데...

한시간여를 걷자 데우랄리가 보인다.
바로 저 앞에 보이는데 한참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다.
10분이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거리를 30분을 걸어 겨우 도착했다.



데우랄리에 도착하자 눈에 띄게 나무와 풀들이 줄어들었다.
위 아래로 훑어보니 이쯤이 수목한계선인가보다.

애초에 더운물 샤워는 생각도 안했는데 롯지에 도착하자 더운물 한 양동이에 50루피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씻을 수 있을때 한번이라도 더 씻자는 생각으로 더운물을 주문했는데 더운물 양도 너무 적고 너무 빨리 식어버려 하는둥 마는둥 대충하고 말았다.
오늘 하루 에너지 소비가 많았던지라 저녁은 달밧을 주문해 오랜만에 거나하게 먹었다.
전날과는 확연히 다르게 추워진 롯지에서 그렇게 다섯번째 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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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purna Trekking - Day 3

푼힐전망대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 셋째날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아직은 깜깜한 새벽 4시 30분.
푼힐 전망대까지는 약 40여분 거리.
일출은 약 6시 10분경이라고 하지만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일출을 기다리기 위해 조금 일찍 일어나 서두르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서두르는 사람은 많았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있었다.
푼힐도 높이 3200미터 이상의 고원.
고레파니의 2300미터 지점에서 900미터가량을 올라야한다.
산소마저 희박해져 짐을 매지 않아도 걸음을 떼기가 힘들었다.





전망대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30분경.
이미 많은 사람들이 깜깜한 전망대에서 짜이로 몸을 녹이며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홍차 티백을 한번만 쓰고 버리는게 아니고 두어번 쓰는걸 보고있자니 왠지 찜찜해서 핫초코를 진하게 해서 달라고는 몸을 녹였다.



출발 때 한밤중에 별이 보일 정도로 하늘이 맑아서 기대해도 좋을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침하늘은 구름이 짙게 끼었다.
어디가 안나푸르나인지 모를 정도로 머리 위, 발 아래 사방천지 구름에 둘러싸였다.
이미 일출 시간은 지났고 주위는 희끄무레 밝아왔지만 안나푸르나는 보이지 않았다.
ABC나 MBC보다도 오히려 더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푼힐이라고 하는데 실망스럽다.



많은 사람들은 바쁜 일정에 더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내려가는 걸음을 재촉했지만 우리는 쫓기는 것도 없겠다 조금이라도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조금 기다리자 구름이 약간 옅어지며 안나푸르나가 살짝 내비치기 시작했다.
모두들 구름이 날아가버리기만을 바랬지만 바람과는 달리 그나마 비쳤던 안나푸르나마저 이내 다시 구름속으로 사라졌다.
아쉬운나마 ABC에서의 더 멋진 장관을 기대하며 7시 30분경 하산길에 올랐다.









오늘부터는 동행이 한분 늘게된다.
KBS에서 근무하시다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인생을 즐겨보시겠다고 정년을 10년 남겨두고 과감히 회사를 박차고 나오신 강선생님이랑 ABC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원래 산을 좋아하셔서 산행은 익숙하시다고...
그래서 말은 동행이지만 숙소에서 묵는 것만 같이하고 길은 제각기 페이스대로 걷기로 했다.
그래도 앞서서 숙소를 잡아주시니 뒤에 처지는 나는 늦어도 마음은 느긋하다.



셋쨋날 고레파니에서 따다파니로 가는 길은 험하다.
한참을 내려갔다 또 올라가는 길이 반복 된다.
지리산 능선처럼 오르고 내리는 길이 짧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수백미터를 내려갔다 또 그만큼을 또 오르는 길이라 피로도가 더할것 같다.











그런데 산행을 시작하고 두어시간이 지나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가는 비도 아니고 꽤 굵은 비다.
처음엔 어디서 비를 피할까 생각도 했지만 구름을 보아하니 금방 그칠것 같이 보이지도 않고 빗방울이 꽤 굵어 마땅히 피할곳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비를 맞고 계속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산속에서 혼자 비를 맞고 걷자니 그렇게 처량할 수 없다.
한참을 걸어서 겨우 한 마을에 도착했고 거기서 동행을 만나 잠시 차를 한잔 하며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다행히 잠시 후 비가 그쳤고 또 비가 내리기 전에 얼른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점심 식사를 위해 또 다른 롯지에 들렀을 때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피해서 11월에 히말라야를 찾았는데 이게 웬 수난인지 모르겠다.
푼힐에서 안나푸르나도 못보고...
이후로도 걷는 동안 몇 번 비를 만나지만 그다지 굵은 비가 아니어서 잠시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다 걷고를 계속해 겨우 셋쨋날의 숙소 따다빠니에 도착했다.



원래 여기서의 전망도 훌륭하다고 하지만 가까운 산 밖에 보이지 않고 안나푸르나 등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숙소에는 일본에서 온 연세많으신 분들의 그룹이 있었고 그분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깥에서 사람들의 걸음이 분주해지는 것을 느꼈고 창 밖을 봤을 때 구름 사이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는 안나푸르나를 발견했다.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뿐 안나푸르나는 저 멀리 분명히 있었다.







그 옆으로는 마차푸차레도 모습을 살며시 드러냈다.





시간이 지나자 차츰 구름이 더욱 많이 걷히면서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로 저만치에 있는것 같은데 우리 머리위 5km위에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하루 이틀 걸으면 닿을것 같은데 일주일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것 역시 실감나지 않는다.



따다파니의 숙소는 테이블 아래에 잔불을 넣고 주위를 담요로 둘러싸서 온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한 다음 사람들이 테이블 주위에 둘러 앉는다.
마치 일본의 고다츠와도 같다.
저녁식사 후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아 일본인 아저씨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시간이 잘 간다.
처음엔 나 혼자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말문이 트이자 동행 여자아이가 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완전한 문장도 아니고 부정확한 영어 단어들만의 나열일 뿐인데 뜻은 잘 통한다.
셋쨋날은 아쉬움과 놀라움이 교차하며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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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purna Trekking - Day 1&2

- 1일차

우리의 트레킹 목적지는 푼힐과 ABC.
코스는 푼힐을 먼저 들러 ABC로 가기로 했다.
푼힐 쪽에 가까운 트랙 입구는 나야폴(Nayapol).
포카라에서 나야폴까지는 택시로 한시간 반여를 이동해야한다.





나야폴의 모습





경찰의 체크포스트에서 트레킹 허가증에 확인을 받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일반적인 첫날 코스는 티케둥가(Tikhedhunga)에서 하루를 머무는 것.
트랙의 초입에는 계속해서 상점과 식당들이 이어져 산길을 걷는다는 느낌이 덜하다.
오히려 편안한 시골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러시아 혁명기를 걸어두고 마오이스트들이 트레커들에게 삥을 뜯고 있다.
동행으로 가던 아이는 돈을 냈는지 어떻게 했는지 보이지 않고 가이드는 마오이스트옆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오이스트들을 지나쳐가려고 하자 한명이 다가와서 잠시만 시간을 내어달라고 한다.
저자세로 보일정도로 공손하게 말을 걸어온다.
그냥 평범한 차림에 허약해 보일 정도의 체격.
예전에는 강압적으로 강탈해갔는지 몰라도 앞에 보이는 사내는 트레커가 거부해도 손쓰지도 못하고 보내줘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가이드만 두고 가버릴 수 없어서 삥뜯기기 위해(? -_-;) 줄을 섰다.



한명당 하루에 100루피라고 한다.
대충 300루피정도만 내면 된다는 가이드의 말을 미리 들었기 때문에 3일 정도 트레킹을 한다고 하고는 300루피를 내고 영수증을 받았다.
조금 걸어가자 동행이 보인다.
그 친구는 그들이 마오이스트인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나도 가이드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지만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그러나 트레킹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우리완 달리 가이드나 포터들은 계속해서 그곳을 지나쳐야하기 때문에 마오이스트들을 무시하면 나중에 보복을 당한다고 한다.











두시간여를 걷다보니 어느새 오늘 묵을 티케둥가 마을이 나타났다.
가이드가 여기서 묵을지 좀 더 갈것인지 물어본다.
가이드가 가리키는 곳은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울레리(Ulleri).
조금 이른 시간이라 다음 마을까지 가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출발을 하니 길이 만만찮다.
가파른 돌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나중에 가이드북을 봤더니 여기가 아주 힘든 길 중 하나라고...
그래도 첫날 체력이 있을 때 가파른 이 길을 지나버리는 것이 다음날 아침부터 이 길에서 진을 빼는 것 보다는 낫다.



산중이라 운송수단은 사람이 직접 이고 가거나 이렇게 노새를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노새들이 길거리 아무데나 변을 지려놓으니 산길을 걷는 것이 그리 상쾌하지만은 않다.
한시간여를 더 걸어가 울레리의 롯지에 숙소를 잡고 짐을 풀었다.









우리나라의 산장이나 여타 트랙코스의 벙크룸을 생각했는데 침대 두개가 놓인 깔끔한 방이라 의외였다.
게다가 하루 숙박비가 혼자서 방 하나를 쓰는데 50루피라니...
산중에서 50루피에 싱글룸과 뜨거운 물 샤워까지 하려니 미안한 감 마저 들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숙박비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롯지의 주 수입원은 식사비.
식사비가 평지 마을의 서너배는 되는 것이다.
그 식사를 저녁 아침 두끼를 먹으니...
만약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 숙박비는 500루피로 뛰어오른다.
그리고 뜨거운 물 샤워도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세차게 내린다.
우기를 피해서 11월에 히말라야를 찾았는데 비라니...
그래도 숙소를 잡고 난 후라 다행이다.
그래... 차라리 밤에 실컷 내리고 내일 낮에는 맑았으면 좋겠다.


- 2일차

히말라야 산중에서 만나는 첫번째 아침이다.
간밤에 계속 비가 내렸나 보다.
아직 하늘은 구름이 짙게 끼었고 빨랫줄에 걸어놓은 티셔츠와 헤어튜브는 걸어놓은 그대로 하나도 마르지 않았다.
주방에 가보니 화덕에서 나무 장작으로 불을 때고 있다.
아쉬운대로 거기서 옷을 말려보려고 걸어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을음이 올라와 오히려 옷을 더 더럽히는 바람에 입을 수 없게 되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나자 저 멀리 안나푸르나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산에 가려 아주 조금밖에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잘 볼수있을지도 모르는지라 보이는대로 찍어두었다.
그나마도 몇분 지나지 않아 구름속으로 모습을 숨겨버렸다.





오늘의 목적지는 푼힐(Poon Hill) 전망대 아래의 마을인 고레파니(Gorepani).
울레리에서 거리는 얼마되지 않지만 푼힐전망대에서 일출을 보기위해서는 고레파니에서 묵어야한다.
전날 울레리까지 가파른 길을 지나왔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한 하루가 될 듯 싶다.



오늘 지나치는 마을은 반탄티(Banthanti), 낭게탄티(Nangethanti).
어제에 비해 인가의 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그러나 조금만 걸어가면 식당이나 롯지가 나타나 휴식을 취하거나 간식을 사먹는데 어려움은 없다.



걷다보니 양떼가 길을 가득 메우고 지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모두 포카라까지 데리고 가 팔 것이라고...
간혹 마을을 지날 때 한마리씩 팔리기도 한다고 한다.
문제는 전날 이야기 했던 노새의 변과 함께 양들의 변들도 길을 뒤덮어 지뢰를 피해서 발 딛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둘째날의 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서서히 올라가는 우리나라의 산길과 비슷한 난이도다.
아직 이틀째라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동행인 여자아이는 다소 걱정했던것과는 정 반대로 나와 가이드보다 훨씬 앞서서 씩씩하게 잘 올라가 오히려 뒤처진 내가 미안스럽다.



오후 한시쯤 목적지인 고레파니에 도착했다.
전날 길에서 마주친 한국분 한분이 추천해준 롯지를 찾아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롯지가 어디쯤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비를 맞으며 헤매지 않고 비가 지나갈 동안 잠시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롯지에서 한국분이 창문으로 내다보며 말을 걸어오신다.
몇마디 주고받다가 처음에 찾던 롯지는 잊어버리고 그 롯지에서 함께 묵기로 했다.



50대 중년 아저씨 두분이서 함께 인도와 네팔을 여행중이시라고 한다.
인도북부의 히말라야와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을 돌고 계신데 푼힐을 마지막으로 헤어지시기로 하셨단다.
그 중 한분이 ABC까지 가서 우리와 동행하기로 했다.
등산에 익숙하시고 연륜 있는 분과 동행하기로 하자 든든하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그을음으로 더럽혀진 옷을 대충 빨아 난로위에 걸어두니 노곤해진다.
창 밖으로 세차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따뜻한 레모네이드(핫레몬) 한잔을 마시니 마냥 머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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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purna Trekking - Prologue

KBS의 다큐멘터리 '산'이란 프로그램을 즐겨봤다.
산을 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거기서 히말라야 트레킹편을 봤는데 눈을 뗄수가 없었다.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세계일주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비교적 긴 코스인 ABC에서도 내가 TV에서 봤던 그 풍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봤던 풍경은 안나푸르나 서킷-흔히 말하는 라운딩-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길게는 3주까지도 걸리는 서킷은 시간이 많지않은 나에게는 부담이었고 그나마 ABC정도가 나에게 적당할 것 같다.

네팔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가이드 비용은 균일하게 하루 $10, 포터 비용은 하루 $8이다.
가이드 겸 포터라고 해서 가이드 비용을 받고 짐까지 져주는 포터가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좀 더 많이 아는 포터인 셈이다.
원래 정식 가이드는 절대 짐을 매지 않는다고...
비용이 부담되는 사람들은 가이드 겸 포터를 고용하지만 서킷을 도는 사람이라면 각 고봉들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전문가이드와 동행하는 것이 오히려 남는 쪽이 되겠다.

가이드의 역할은 길 안내와 더불어 각 지역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길 안내 정도야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포터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냥 포터는 영어도 전혀 못하고 오로지 짐만 메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포터중에서 아주 간단하게나마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고른다면 비용을 조금이라도 절감할 수 있다.

포터와 가이드를 고용할때는 웬만하면 아는 사람을 통해서나 에이전시를 통해서 하는 것이 좋다.
혹시 포터가 짐을 가지고 잠적한다던가 중간에 도망가버리는 일이 생겨도 책임추궁할 곳이 생기기 때문이다.
에이전시를 통할 경우 에이전시에 돈이 상당량 빠져나가고 포터에게 직접 전달되는 돈은 적어서 그 사람들이 불쌍해서라도 직접 계약해야한다고 하지만 생판 처음 만난 사람을 온전히 믿기 힘들다면 안전하게 에이전시를 통해서 하자.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트레킹 허가증을 받아야한다.
비용은 네팔루피로 2000루피 -US$1이 약 60루피.
위의 사진에 나온 ACAP 사무실에 가서 증명사진과 함께 비용을 지불하면 즉석에서 허가증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의 허가로 끝이 아니다.
마오이스트라고 반정부 공산주의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트레커들을 상대로 반강제적으로 통행료를 받기 때문이다.
마오이스트는 예전부터 문제시 되어왔는데 이들은 일반적으로 하루 100루피의 통행료를 받는다.
전에는 이들에게 잘못 보이면 해코지를 당해서 안낼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 세력이 많이 약해져 무시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가이드나 포터를 상대로 보복을 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는 골칫거리다.



포카라에는 트레킹 장비점이 많다.
많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다.
거리의 상점 10군데 중 8곳은 트레킹 장비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는 대부분 중국산 짝퉁들이 팔리기 때문에 정품대비 가격이 1/10정도까지도 한다.
물론 그들이 부르는 가격을 다 주면 안되고 흥정이 필요하다.
처음엔 가격을 터무니 없이 올려불려 정품이나 별 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품질을 꼼꼼히 살펴보면 두고두고 쓸 물건들이 별로 없다.
그러니 무조건 가격을 깎아야한다.



포카라는 예전부터 산과 호수로 인해 휴양지로 알려져왔다.
긴 트레킹을 마친 여행자들은 여기서 또 긴 휴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트레킹은 하지 않고 여행자 거리에서 마냥 눌러앉아 시간만 보내는 하릴 없는 사람들도 많다.









댐이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호수에 비친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이 환상적이라고 하던데 필자가 있던 동안은 내내 구름이 끼어 안나푸르나 봉우리는 구경도 못했다.







트렉 코스에는 거의 두시간 간격으로 숙소 겸 식당이 있기 때문에 트레킹을 갈 때 굳이 무겁게 짐에 식량을 짊어 메고 갈 필요는 없다.
대신 롯지의 음식 가격은 타운의 서너배 이상(볶음밥의 경우 140~220 루피 정도)이기 때문에 선뜻 주문하기는 꺼려진다.
그래서 가벼운 건조식품(건과류, 견과류, 스낵류, 시리얼바, 미숫가루 등)은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또한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nnapurna Base Camp)와 MBC(Machapuchare Base Camp)까지 갈 경우 고도가 3000미터 이상이기 때문에 따뜻한 옷과 두꺼운 침낭 등 추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간단한 트레킹 코스로는 푼힐 전망대만 찍고 돌아오는 3일짜리 코스부터 해서 ABC까지만 다녀오는 7일짜리 코스, 푼힐 전망대와 ABC를 둘러보는 9일짜리 코스 등 자기가 원하는 기간대로 코스를 맞출수는 있다.
물론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백미는 안나푸르나를 한바퀴 둘러보는 서킷(통칭 라운딩)이 되겠다.
가이드가 유능한 경우 트레킹 기간만 알려주면 좋은 코스를 추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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